증권사들, 저축은행 인수에 목 매는 까닭 [이슈+]

"KTB투자證, 유진저축銀으로 추가 배당금 수익 확보"
증권사, 스탁론 연계해 여신 사업 확대 가능
"인수합병 더 늘어날 것…중형 저축은행에 관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증권사들이 저축은행 인수에 속속 나서고 있다. 저축은행의 고배당 수익을 챙기면서 스탁론 등 여신 사업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이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TB투자증권은 유진에스비홀딩스 지분 30%를 사들이면서 유진저축은행 인수를 결정했다. 유진에스비홀딩스는 유진저축은행 지분 100%를 보유한 모회사다.KTB투자증권은 유진제4호헤라클레스 사모투자합자회사가 보유한 유진에스비홀딩스 상환전환우선주(RCPS) 1293만주를 731억8867만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최종 매매대금은 실사와 협의 과정 등을 거쳐 결정된다. 1972년 설립한 유진저축은행은 지난해 말 기준 총자산 2조9842억원을 보유한 업계 7위권이다.

이번 인수로 KTB투자증권은 소매금융업에 진출하게 되며, 추가로 배당금 수익도 기대된다. 윤재성 NICE신용평가 연구원은 "유진저축은행의 최근 3년 평균 배당금 약 89억원을 감안할 때 향후 추가적인 배당금수익을 확보할 수 있고, 유진저축은행과의 시너지를 통한 추가 수익성 개선도 기대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SK증권도 MS상호저축은행의 인수에 나섰다. 최근 SK증권은 MS상호저축은행의 지분 93.6%를 390억5000만원에 취득한다고 공시했다. MS상호저축은행은 지난해 말 기준 총자산 4178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MS상호저축은행 인수한 것은 소매금융 부문을 강화하고 사업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기 위해서다. 또 VI금융투자도 JT저축은행·JT캐피탈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일본 금융기업 J트러스트는 매각 우선협상대상자였던 VI금융투자와 JT저축은행·JT캐피탈 매각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다시 체결했다. J트러스트는 다음달 14일 VJ금융투자에 JT캐피탈 주식 100%를 1165억원에 넘기는 계약을 진행할 예정이다. JT저축은행의 양도는 금융위원회 승인이 끝난 뒤를 전제로 한 만큼, 매각 가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앞서 VI금융투자는 지난해 10월에도 JT저축은행 주식양도 MOU를 맺었지만, 매각 계약 이행 기한까지 금융위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통과하지 못해 지난달 말 계약이 해지됐다. VI금융투자는 홍콩계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뱅커스트릿프라이빗에쿼티(PE)가 하이자산운용과 하이투자선물을 인수해 설립된 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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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탁론 연계해 여신사업 '확대'…증권사엔 신용공여 이자수익 늘릴 기회

이처럼 증권사들이 잇따라 저축은행 인수에 나서는 이유는 상호 시너지를 거둘 수 있어서다. 수신 기능이 없는 증권사의 약점을 저축은행이 보완할 수 있고, 저축은행은 증권사를 통해 위탁 매매 실적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증권사는 저축은행과 스탁론을 연계해 여신 사업을 확대할 수 있다. 스탁론은 고객의 증권계좌나 예수금을 담보로 주식 매입자금을 대출해 주는 서비스다. 자기자본법상 증권사의 신용공여 합계액은 자기자본의 100%를 초과할 수 없지만, 저축은행과 스탁론을 연계하면 규모를 더 키울 수 있다.

실제로 앞서 저축은행을 인수했던 증권사는 그 효과를 톡톡히 봤다. 키움증권은 2012년과 2016년 삼신저축은행과 TS저축은행을 각각 인수했다. 키움저축은행(옛 삼신저축은행)이 2013년 출범했으며, 옛 TS저축은행은 키움예스저축은행으로 변경된 뒤 2016년 영업을 시작했다. 키움증권은 2013년 스탁론 서비스를 본격화했고, 키움예스저축은행에서도 스탁론을 출시했다. 키움증권의 신용공여 이자 수익은 2012년 435억원에서 2017년(1206억원), 지난해 1480억원으로 가파르게 성장했다. 유안타저축은행(옛 한신저축은행)은 자산규모가 2배 이상 확대됐다. 2015년 인수될 당시 자산은 2573억원이었지만, 지난해 말 4944억원으로 규모가 확대됐다. 2014년 예성저축은행과 흡수합병한 한국투자저축은행은 지난해 말 자산 4조5566억원으로 업계 3위다. 흡수 합병 전인 2013년 말 자산은 1조2162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3배 이상 규모가 확대된 것이다.

저축은행 업계의 성장세도 눈에 띈다. 저축은행 업계는 자산 100조원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79개 저축은행의 자산은 92조원으로 전년 대비 19.2% 증가했다. 지난해 순이익은 1조4054억원으로 약 10% 늘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저축은행과 증권사를 함께 운용해 성공을 거둔 사례가 있고, 각 계열사 간 시너지도 기대돼 향후 저축은행 인수합병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인수 가격이 높은 대형 저축은행보다는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로 매년 자산이 늘고 있는 중형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관심이 쏠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