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내가 잘못했다' 골드만, JP모간이 반성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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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현지시간) 뉴욕 금융시장은 1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연율 6.4%에 달했다는 소식으로 시작됐습니다. 1분기 GDP로는 1984년 이후 최고치입니다. 월가 예상(6.5%)에는 살짝 미치지 못했지만 미국 경제활동의 70% 가량을 차지하는 개인소비지출(PCE)이 10.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경제가 팬데믹으로부터 확실히 회복되고 있으며 더 강력한 팽창 국면으로 들어가고 있음을 확인시켜줬습니다.
또 지난주(4월 18일∼24일) 미국의 신규 실업급여 청구 건수도 55만3000건으로 예상치(52만 건)을 웃돌긴 했지만 3주 연속 감소하며 팬데믹 이후 최저치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또 이날 빌 드블리지오 뉴욕시장은 7월1일 100% 시를 개방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전날 확인된 애플, 페이스북 등 핵심 기업들의 엄청난 1분기 실적, 이런 상황에서도 "아직 테이퍼링을 논의할 때가 아니다"라고 밝히고 있는 중앙은행(Fed), 그리고 2조2500억 달러에 이어 또 다시 1조8000억 달러의 인프라딜 부양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조 바이든 행정부 등 모든 상황은 뉴욕 증시를 지지하는 요인입니다.

이날 장 마감 뒤 발표된 아마존의 1분기 실적도 기업 실적 개선이 트렌드임을 입증했습니다. 매출은 1085억 달러로 전년동기보다 44% 폭증했고 이익은 81억 달러로 3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주당순이익(EPS)는 15.79달러로 예상 9.54달러를 크게 웃돌았습니다. 44명의 월가 애널리스트 중 가장 높은 숫자를 불렀던 사람이 12달러였는데 이를 가볍게 넘긴 겁니다.
쏟아지는 굿 뉴스에 그동안 경계론을 주장하던 월가의 몇몇 투자은행은 항복선언을 내놓았습니다. 애플에 대해 작년 4월부터 1년 가까이 '매도' 투자의견을 유지해온 골드만삭스는 이날 "코로나로 인해 아이폰의 판매 주기가 실망스러울 것이란 우리의 기존 견해는 틀렸다"고 반성문을 써냈습니다. 전날 애플이 54% 증가한 매출 등 블록버스터급 실적을 발표한 데 이은 겁니다.

다만 로드 할 애널리스트는 "현재의 실적을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투자등급을 '매수'가 아닌 '중립'으로 높이고 목표가도 기존 83달러에서 130달러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이는 전날 종가(133.58달러)보다 낮은 수준입니다.
골드만삭스는 또 다른 보고서에서 최근 월가에서 힘을 얻은 조정론에 대해 "미국 경제의 성장세가 금세 꺾일 수 있고, 더 적은 사람들이 고용되고 있으며, 주택 가격 상승세도 주춤해질 것이란 생각은 잘못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월가에서 가장 높은 연말 S&P 500 목표치(4400)를 주장해온 JP모간은 지난주 "증시 낙관론에 대한 확신이 낮아졌다"는 보고서를 내놓았었습니다. 금리가 높아지고 있는데다, 증세까지 추진되면서 쉽게 주식으로 돈을 벌던 시대는 이미 지났을 지도 모른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JP모간의 앤드류 타일러 전략가는 전날 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끝난 뒤 고객 메모를 통해 "조정(dip)이 생길 때마다 매수하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파월 의장은 고용시장과 광범위한 경제가 실질적으로 개선될 때까지 아무런 정책도 변화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데 단호하다. 역사적으로 낮은 금리에 여전히 매월 1200억 달러의 양적완화(QE) 혜택을 입게 될 것이다. 미국 기업들의 실적은 계속 개선되고 있으며 경제가 완전히 재개되기 전까지는 이제 몇 주 남지 않았다"면서 결론적으로 "Fed의 발표는 시장에 긍정적이다. 모든 조정이 있을 때마다 매수하라"고 주장했습니다.이는 그동안 여러 IB들이 속속 모건스탠리, 도이치뱅크를 위주로 한 조정론 진영에 합류했던 지난주의 모습과는 다릅니다.

월가 관계자는 "결과를 보고 움직이겠다는 파월 의장의 말을 정말 믿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일러도 6월 FOMC까지, 정상적이라면 8월 잭슨홀 회의까지는 현재의 통화정책이 유지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파월은 지난해에도 잭슨홀 회의에서 평균물가목표제(AIT)에 대해 상세히 밝혔었습니다. 물가가 2%를 넘어도 선제적으로 행동하지 않겠다는 지금의 방식은 AIT 채택으로 인해 가능해졌습니다.

월가 일부에서는 정말 이제부터 곳곳에서 버블이 커지지 시작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이달 들어 금리가 안정세를 보였던 것도 이런 관점에서 설명하는 이가 있습니다. 한 월가의 트레이더는 "워낙 돈이 많다보니 모두가 가격 하락을 예상하는 채권으로까지 돈이 몰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런 매수세가 금리 상승을 저지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미국 경제가 한 분기 연 6.4% 상승하는데 10년물 국채 금리가 1.6%대에 머물고 있다는 건 이해하지 못할 상황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미국이 연 6%대 성장하던 1980년대 금리는 연 6~19% 사이에 머물렀었습니다.
이날 뉴욕 증시는 기분 좋은 상승세로 출발했습니다. 하지만 장중 마이너스로 떨어졌다가 장 막판 다시 살아나면서 개장 당시 수준으로 마감됐습니다. 다우는 0.71%, S&P 500지수는 0.68% 올랐고 나스닥지수는 0.22% 상승하는데 그쳤습니다. 전날 장 마감 뒤 나온 애플과 페이스북의 실적 발표로 개장 땐 나스닥 상승률이 1%를 넘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기술주들의 주가가 상대적으로 저조했습니다. 애플의 주가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애플은 장중 최고 2.6%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결국 0.07% 내림세로 장을 마쳤습니다. 마티 월시 노동부 장관이 '긱 노동자'도 직원으로 취급해야 한다고 발언하는 바람에 긱이코노미의 중심에 있는 우버와 리프트, 도어대시 등의 주가가 6%~10% 폭락한 것도 영향을 줬습니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기술주를 제어했던 건 역시 금리 움직임이었습니다. 이날 10년물 수익률은 1.64% 수준에서 마감됐지만, 장중 1.688%까지 올랐습니다. 1분기 PCE 물가지수가 3%가 넘었고 1분기 GDP에서도 GDP 디플레이터(명목 GDP를 실질 GDP로 나누어 계산하는 종합적인 물가지수)가 4.1%로 나왔습니다. 이날 1분기 매출 27% 증가를 발표한 캐터필러측은 "공급망 혼란, 원자재 상승 등으로 비용이 올라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전날 바이든 대통령이 다시 1조8000억 달러 규모의 인프라딜을 발표한 것도 영향을 줬습니다.
금리 상승세는 계속해서 뉴욕 증시의 진전을 방해할까요?

채권시장에서는 단기적으로 5월 둘째 주를 주시하고 있습니다. 그 때가 금리에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우선 첫째 주에는 세계 곳곳에서 연휴가 있습니다. 일본은 지난 29일부터 5월5일까지 골든위크를 맞습니다. 중국에서도 1~5일 노동절 연휴가 이어집니다. 이달 미 국채를 매수해온 일본, 중국의 투자자들이 쉰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5월7일 4월 미국의 고용보고서가 발표됩니다. 전날 파월 의장은 "3월 한 번의 멋진 고용보고서로는 충분하지 않다.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다. 거시경제 지표가 충족이 되어야 테이퍼링도 하고 금리도 올릴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파월이 밝히듯 Fed가 정책을 바꾸게 된다면 그 이유는 물가, 그리고 고용입니다. 물가의 경우 당분간 높아진다해도 파월 의장은 "일시적"이라고 무시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고용의 경우 쉽지는 않을 겁니다. 팬데믹 이후 지난 3월까지 미국에서 추가적으로 발생한 실업자는 840만 명입니다. 그런데 지난 3월 미국의 고용은 한 달간 91만6000명 증가했습니다. 만약 4월에 200만 명, 5월에 300만 명 이런 식으로 고용이 개선된다면 양적완화 등 현재의 완화적 정책을 계속 유지하기 어려울 겁니다.

제프리스는 이날 "4월 신규고용이 210만 명에 달하고 5월에는 300만 명대에 달할 것이다. 6월 FOMC는 매우 흥미로울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정말 이런 수치가 나온다면 Fed가 먼저 움직이기도 전에 금리가 2%대로 훌쩍 뛸 수도 있습니다. 이날 나온 1분기 GDP 등 경제지표를 보면 그렇게 될 가능성도 충분합니다.

5월을 앞두고 "5월에 팔아라"는 증시 격언이 회자되고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5월~9월의 수익률은 다른 달에 비해 떨어집니다. 확실히 계절효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강세장이 지속됐던 최근 10년간을 돌아보면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월가의 전설적 투자자 피터 린치의 책 'One up on Wall street'(국내 변역서 '월가의 영웅')을 보면 린치는 1987년 10월 아일랜드 휴가를 떠났을 때 블랙프라이데이 사태가 터졌던 당시 상황을 서문에 남겼습니다. 제대로 매매를 해서 대응하지도 못했을 뿐 아니라 휴가를 즐기지도 못하면서 기분이 처참했었다는 것입니다.
최근 5월 효과가 줄어든 건 그 당시와 달리 지금은 언제 어디서든 인터넷과 모바일로 매매가 가능해졌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5월에는 파월의 말을 믿고, 5월 효과보다는 기업 실적과 경제 지표에 집중할 때"라고 말했습니다.

김현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