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특별관'에 엇갈린 與心…"구역질" vs "우리 지역으로"

민주당 김승남 "광주에 '이건희 특별관' 만들자"
"토할 것 같다"던 부대변인과 달리 호의적 반응?
당내 일각선 지나친 '자기 정치'에 비판 목소리도
고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 / 사진=뉴스1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유족들이 기증하는 '이건희 컬렉션'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이 '이건희 특별관'을 지시하고 나섰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선 벌써부터 자기 지역구에 '특별관 모셔가기' 움직임이 포착됐다.

민주당 김승남 "광주에 '이건희 특별관' 만들자"

여당 일각에선 부대변인이 "토할 것 같다"며 "'삼성어천가'를 그만하라"는 원색적 비판을 쏟아낸 가운데 정작 당 내부에서는 '이건희 특별관'을 '자기 정치'에 활용하려 하기 위한 눈치 싸움에 돌입한 것.전남 고흥·보성·장흥·강진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김승남 민주당 의원은 30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건희 특별관'을 '문화수도-아시아문화중심도시 광주'에 설치하자"고 제안했다. 문 대통령이 '이건희 특별관'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지 단 하루만이다.
삼성전자는 故 이건희 회장 유족들이 사상 최고 수준인 12조원대의 상속세를 납부하는 동시에 의료 공헌과 미술품 기증 등의 사회 환원을 실천하기로 했다고 지난 28일 밝혔다. 사진은 같은 날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의 깃발. /사진=뉴스1
김 의원은 "(이 전 회장 유족)이 기증한 정신을 잘 살려서 국민들이 좋은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하고 최대한 의미 있는 곳에 사용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며 "경부선과 경부고속도로를 중심으로 한 경제개발로 발전의 중심이 된 영남지역과는 다르게 호남지역은 소외됐고, 지속적인 인구 유출로 쇠퇴의 길을 걸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러한 지역 불균형을 해소시키기 위해 생겨난 것이 '문화수도-아시아문화중심도시 광주' 조성사업"이라며 "광주는 광주학생운동과 5·18 민주화운동의 중심지로 이 전 회장이 생전 강조했던 공존(共存)의 정신(민주·인권·평화의 정신)을 펼치기에 적합하다"고 주장했다.

"토할 것 같다"던 부대변인과 달리 호의적 반응?

문 대통령의 발언이 있기 전까지 삼성에 대해 원색적 비난만 나왔던 여당 내부에서 다소 다른 입장이 나온 상황.

박진영 민주당 부대변인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삼성어천가' 때문에 토할 것 같은 하루"라며 "법적으로 당연히 내야 할 상속세를 내겠다는 게 그렇게 훌륭한 일인가"라고 적은 바 있다.
故 이건희 전 삼성전자 회장의 유족들이 상속세 납부 시한을 앞두고 공개한 사회공헌 계획에 따라 이건희 회장이 평생 수집한 개인소장 미술품 1만1천여건, 2만3천여점은 국가 박물관 등에 기증된다. 사진은 기증 작품의 일부. 윗줄 왼쪽부터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되는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국보 216호), 단원 김홍도의 '추성부도'(보물 1393호), 고려 불화 천수관음 보살도(보물 2015호). 가운뎃줄 왼쪽부터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되는 국내 작품인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 이중섭의 '황소', 박수근의 '절구질하는 여인'. 아랫줄 왼쪽부터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되는 국외 작품인 호안 미로의 '구성',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 살바도르 달리의 '켄타우로스 가족'. / 사진=연합뉴스
'이건희 특별관'을 활용하려는 '자기 정치' 움직임에 여당 일각에서도 비판이 나온다. 문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지 불과 하루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김 의원이 여론을 살필 겨를도 없이 자신의 지역구만 생각하는 행보에 나섰다는 것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지금 이제 막 논의가 시작되고 있는 상황에서 깃발을 꽂겠다는 것인가"라며 "지금 당장 '이건희 특별관'을 자기 지역구 인근에 가져가겠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 발언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