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취해소음료, 한국서 유독 잘 팔리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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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A17
헬스 닥터한국은 세계에서 숙취해소제 시장이 유일하게 발달한 나라입니다. 지난해에만 2600억원어치가 팔렸습니다. 국내 숙취해소제 업체들이 독주를 즐겨 마시는 유럽 미국 등 해외시장을 타진하고 있지만 반응은 뜨뜻미지근합니다. 한국에서만 숙취해소제가 유독 잘 팔리는 이유는 뭘까요. 다양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의 주량이 그닥 세지 않기 때문이라고 유추할 수 있습니다.
한국인 35% 알코올분해장애
지난해 2600억원어치 팔려
음주 30분~1시간 전 마셔야
알코올을 잘 분해하지 못하는 성질인 알코올분내증(알코올분해장애)은 한국 중국 일본 등 극동아시아인에게서만 발견됩니다. 알코올을 분해하는 효소를 만드는 유전자에 변이가 생기는 장애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 중 35%에서 발견된다고 합니다. 술을 마신 뒤 머리가 깨질 듯한 숙취가 생기는 까닭도 알코올을 분해하는 데 필요한 효소를 만드는 유전자가 없기 때문이지요.술에 든 에탄올, 그러니까 알코올은 체내에서 우선 알코올 분해효소(ADH)에 의해 아세트알데히드로 분해됩니다. 그다음 아세트알데히드는 알데히드 분해효소(ALDH)에 의해 아세트산으로 다시 한 번 분해되죠. 최종 부산물로는 물과 이산화탄소가 남습니다. 문제는 한국인 중 35%가 이 알데히드 분해효소가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분해되지 않은 아세트알데히드는 체내에 남아 두통, 메스꺼움 등을 일으키는 숙취의 원인이 됩니다.
숙취의 괴로움 때문일까요. 한국 술은 다른 나라 술에 비해 도수가 약한 쪽에 속합니다. 25도였던 소주는 16도 정도로 낮아졌습니다. 서구권에서 흔히 소비되는 브랜디는 35도가 넘으며, 독주로 잘 알려진 보드카는 보통 40에서 시작해 60도가 넘는 것도 흔합니다.
숙취해소제라는 시장을 처음 연 곳은 HK이노엔(옛 CJ헬스케어)입니다. 1992년 국내 1호 숙취해소제 ‘컨디션’을 2500원에 출시했습니다. 당시 300원이던 박카스의 8배 가격이었죠. 그런데 이 음료는 출시 첫해 1000만 병이 팔립니다. 애주가들이 많지만 그만큼 숙취로 고생하는 이들도 많다는 방증이겠죠.현재 국내에서 팔리는 숙취해소제는 컨디션, 상쾌환(삼양사), 여명(그래미), 깨수깡(롯데칠성), 모닝케어(동아제약) 등입니다. 저마다 조금씩 성분이 달라 효능에도 차이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숙취해소 음료에 공통으로 든 성분은 헛개나무열매와 미배아발효 추출물(글루메이트)입니다. 미배아발효 추출물은 콩에서 추출한 성분과 쌀 배아를 발효해 만들며, 아세트알데히드 분해를 도와 숙취를 완화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헛개나무열매 추출물도 숙취 해소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광동제약이 고려대와 순천대에 의뢰해 진행한 동물실험에 따르면 경구로 복용한 헛개나무열매 추출물이 혈중 알코올 및 아세트알데히드를 분해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것이 확인됐습니다.
최근에는 새로운 성분을 추가한 신제품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모닝케어는 피로 해소에 좋은 타우린과 비타민B를 새로 함유했습니다. 깨수깡도 다양한 종류의 비타민이 든 녹차와 해조류 성분을 포함했습니다. 술을 마신 뒤 푸석푸석해지는 피부까지 챙기는 제품도 나왔습니다. 히알루론산이 더해진 ‘컨디션 레이디’ ‘모닝케어S’ 등이 대표적입니다.
그렇다면 숙취해소제는 언제 먹어야 효과를 제대로 볼 수 있을까요. 제조사들이 추천하는 최적기는 음주 30분~1시간 전입니다. 숙취해소제에 든 성분이 우리 몸이 음주에 대한 준비를 할 수 있도록 돕기 때문입니다. 음료와 환 제형 중 어느 게 더 나은지 궁금해하는 분도 많습니다. 아무래도 액상제형인 음료가 더 빨리 효과를 냅니다. 체내 흡수가 빠르기 때문이죠. 그만큼 음주 초기 혈중 알코올 농도 개선에 더 효과적입니다.
이우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