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2등 아닌 글로벌 톱 반도체기업"

박정호 부회장·이석희 사장
직원들과 '온라인 소통' 나서

朴부회장 "메모리 반도체
코로나 백신만큼 중요"
李사장 "영업익 13조 전망 나와"
반도체 호황에 실적 자신감
“우린 2등 기업이 아니라 ‘글로벌 톱’ 반도체 기업이다.”(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엔지니어들의 자존심을 세워주겠다.”(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

SK하이닉스 공동 대표이사(CEO)인 박 부회장과 이 사장이 지난 28일 온라인으로 직원과 간담회를 했다. 올초 불거진 성과급 산정 기준 관련 논란, 삼성전자의 경력 공채에 따른 일부 직원 이탈 등으로 흐트러진 분위기를 쇄신하려는 의도로 평가됐다. 3년 만에 돌아온 ‘반도체 슈퍼사이클(장기호황)’을 맞아 직원들과 직접 소통하며 경영전략을 가다듬으려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엔지니어 자존심 세워주겠다”

30일 SK하이닉스에 따르면 사내방송을 통해 진행된 간담회에선 이 사장이 먼저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인텔 출신 반도체 전문가로 2010년 KAIST 교수를 거쳐 2013년 SK하이닉스에 합류했다.

이 사장은 증권사들이 올해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 전망치로 ‘최소 7조7000억원, 최대 13조원’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작년 영업이익(5조126억원)보다 최대 159.3% 증가한 수치다.‘영업이익 13조원’은 메모리 반도체 슈퍼사이클 첫해이던 2017년과 맞먹는 실적이다. 당시 서버·모바일용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며 주력 제품인 D램과 낸드플래시 고정거래가격이 전년 대비 각각 78.9%, 32.7% 올랐다. SK하이닉스 영업이익도 13조7213억원으로 318.7% 급증했다.

이 같은 증권사들의 전망은 반도체 업황이 초호황기에 접어들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4월 D램 고정거래가는 전달보다 26.7%, 낸드는 8.6% 급등했다. 직전 슈퍼사이클 초입이었던 2017년 1월(35.8%) 후 최대 상승률이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열린 실적설명회에서 “D램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고 낸드플래시 시황 역시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이 사장은 직원들의 관심사인 성과급과 관련해 ‘기본급의 800~1000%’를 제시했다. 증권사들의 시나리오대로 영업이익을 달성한다는 것을 전제로 산출한 수치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월 성과급에 대한 직원들의 불만이 커지자 영업이익에 연동하는 방식으로 성과급 기준을 투명하게 바꿨다.

‘1등주의’ 심으려는 박 부회장

조직 문화 개선도 이날 간담회의 주요 주제였다. 이 사장은 엔지니어 출신답게 기술직 직원들의 사기 진작을 위한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엔지니어의 성장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육성 프로그램을 만들 것”이라며 “활발하게 직원들과 소통해 ‘자존심’을 세워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착 상태인 연봉 협상에 대해서도 “5월 중 교섭이 진행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 사장에 이어 연사로 나선 박 부회장은 ‘1등주의’를 강조했다. 그는 통신업계 1위 SK텔레콤 대표(CEO)와 SK하이닉스 CEO를 겸하고 있는 정통 SK맨이다.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D램 시장 점유율(2020년 4분기 기준)은 29.5%로 삼성전자(42.1%)에 이은 세계 2위다. 박 부회장은 “SK하이닉스는 2등 기업이 아니라 글로벌 톱 반도체 기업”이라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백신만큼 중요한 게 메모리반도체”라며 “직원들이 자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보다 조직문화 훌륭하다”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라이벌 삼성전자에 대한 언급도 나왔다. 최근 일부 SK하이닉스 직원들이 경력 공채를 시행 중인 삼성전자로 이직하면서 조직이 술렁거린 영향으로 분석된다. 박 부회장은 “삼성전자는 훌륭한 회사”라며 “하지만 SK하이닉스의 조직문화가 더 유연하고 훌륭하다”고 말했다. 직원들에게 이직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한 것이다.

간담회 후 직원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진솔한 소통이 좋았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실망감을 나타낸 직원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박 부회장이 직원들의 큰 관심사인 ‘성과급률 상향’과 관련해 적극적이지 않은 입장을 나타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황정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