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대출 우대" 생색은 금융위, 리스크는 은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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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그 부분은 금융회사가 감수해야 할 리스크입니다. 대출의 중도 회수가 있을 순 없습니다.”
"위험따라 금리 결정 원리 어긋나
예외 많고 기준 제각각 혼란 우려"
김대훈 금융부 기자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지난 29일 가계부채 대책 브리핑에서 “청년들에게 장래 소득을 반영해 대출을 내준 뒤 실제 소득이 증가하지 않을 땐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정부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로 소득이 적어 대출 여력이 줄어드는 청년을 배려하기 위해 예외적으로 ‘예상 소득 증가율’을 적용해주기로 했다. 인구통계의 소득 증가율을 반영해 대출 한도를 늘려주겠다는 것이다.정부는 “청년의 주택담보대출 여력은 1억원 늘어난다”고 홍보했다. 구체적 예시로, 월 급여 250만원 청년(만 24세)에게 장래 소득 증가율 75.4%를 인정해주면 기존 여력보다 39.4% 늘어난 3억4850만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금융위가 제시한 예상소득 증가율은 통계상 평균치라는 점이다. 어떤 청년은 장래 소득이 크게 늘어날 수도 있고, 누군가는 소득이 제자리거나 줄어들 수도 있다. 소득이 늘지 않은 사람에게 내준 대출은 부실화될 수 있다. 그 책임을 금융사가 져야 한다는 게 금융위의 설명이다.
곧바로 은행권에선 ‘재주는 은행에 넘으라 하고, 생색은 정부가 내려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한 은행 관계자는 “금융사에 리스크를 감수하라는 건 DSR 기준을 따지기 전에 청년층 대출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과 다를 게 없다”고 꼬집었다.
개인별 DSR 규제의 골자는 ‘소득에 비례해 대출 한도를 정한다’는 것이다. 부실 차단과 건전성 관리 측면에서 보면 올바른 방향이지만 ‘사다리 걷어차기’라는 비판도 나온다. 그래서 정부는 DSR을 전면 적용하되 취약계층에 예외규정을 둬 한도를 늘려주는 혜택을 주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금융사들은 “신용도가 높은 사람에게 돈을 덜 빌려주고, 신용도가 낮으면 더 빌려주라는 것”이라고 여긴다. 위험도에 따라 대출 금리가 결정되는 금융의 기본 원리에 어긋나는 요구다.
기준도 오락가락이다. 정부는 연소득 합산액이 8000만원 이하인 부부 등 ‘서민·실수요자’에겐 담보인정비율(LTV) 완화 조치 등 지원방안을 추가로 내놓겠다고 했다. 지난해 11월만 해도 연소득 8000만원 이상인 사람을 ‘고소득자’로 분류해 규제지역 주택을 구매할 때 개인별 DSR 적용 대상으로 삼은 바 있다. 은행들은 당장 이번 대책에 예외가 많고, 기준도 제각각이어서 LTV 규제를 처음 도입할 때보다 더 큰 혼란이 현장에서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