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좋은 교양형 스토리텔링 예능들 "얇고 길게 간다"

꼬꼬무2·당혹사·알쓸범잡·심야괴담회 등 마니아층 형성
스타 PD 나영석의 tvN '알쓸신잡'(2017)에서 본격화한 교양형 스토리텔링 예능이 최근 들어 다시 부흥하는 분위기다. tvN '알쓸범잡'(알아두면 쓸데있는 범죄 잡학사전)부터 MBC TV '심야괴담회', SBS TV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 시즌2, '당신이 혹하는 사이'까지 속칭 '썰 푸는' 프로그램이 편성표를 채우고 있다.

이 프로그램들은 시청률은 대체로 2~3%대 시청률(닐슨코리아)을 기록하며 과거 '알쓸신잡' 때처럼 폭발적인 반응을 끌어내고 있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마니아층을 적절히 끌어모으는 데 성공하면서 '얇고 길게 가는' 전략은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

썰 풀기에 가장 적합한 건 역시 '범죄'다. '알쓸범잡'은 연쇄살인마 유영철과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에 대한 이야기부터 세계 최대 아동 성 착취물 유포 사이트 다크웹, 천재 화가 이중섭을 둘러싼 예술 범죄까지 세상에 벌어지는 사건·사고 속 이야기들을 다양하게 풀어내고 있다.

윤종신이 메인 MC로 나서고 영화감독 장항준과 프로파일러 박지선, 정재민 법무부 법무심의관, 물리학 박사 김상욱이 게스트로 나섰다.

이들은 각기 다른 전문성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스토리에 자체에 대한 흥미와 일상으로 파고든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동시에 불러일으킨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 역시 시즌2로 이어오는 데 성공하면서 정남규 연쇄살인 사건과 영남제분 회장 전 부인 여대생 청부 살인사건까지 다양한 강력 사건을 다루며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특히 사건만 단순히 다루기보다 역사적 배경과 사회의 문제로 이야기를 확장해 나가는 방식으로 차별화를 꾀했다.

사건·사고를 이야깃거리로만 '재생산'하지 않고 한 사건이 유족과 수사관 등 개인부터 사회에 미친 영향까지 짚어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최근 처음 방송한 '당신이 혹하는 사이'는 온라인에서 알음알음 퍼진 음모론을 수면 위로 끌어내며 시작부터 시청률이 5%를 넘겼다.

'그것이 알고 싶다' 연출진이 나선 이 프로그램은 '의심과 솔깃 사이'라는 콘셉트 아래 유흥업계 조사 중 의문의 죽임을 당했지만, 자살로 위장됐다는 한 경찰에 대한 음모론으로 시작했다.

파일럿에서 정규 편성에 성공한 후 본격적으로 도발적인 소재들을 내놓고 있는 '당신이 혹하는 사이'는 다음 주에는 북한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장남 김정남을 암살한 용의자로 불리는 도안 티 흐엉과의 단독 인터뷰를 예고했다.

'심야괴담회'는 과거 '토요 미스테리 극장'을 보듯 괴담을 읽어주는 레트로한 콘셉트로 공포 콘텐츠 마니아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김구라, 김숙, 황제성, 허안나 등 입담 좋은 출연진들이 들려주는 괴담이 꽤 오싹하고도 신선하다는 반응이다.
이렇듯 교양형 스토리텔링 예능들이 얇고 길게 롱런하는 데 대해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1일 "사건과 괴담 등의 풍부한 내러티브를 이야기꾼의 재주로 다시 듣는 것은 예능의 가장 기본적인 형식이기도 하다.

이런 형태는 예능이 존재하는 한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코로나19 시대에 진행자들이 이야기하는 것을 시청자가 들여다보며 교감하는 재미를 주는 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런 예능이 꾸준히 제작되는 것은 뛰어난 '가성비' 때문이기도 하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범죄 사건들은 방송사 자체 아카이브가 많은 편인데 이걸 화면에 활용할 수 있으니 가성비가 좋다.

보편적 성공이나 화제성은 담보하기 어렵지만, 범죄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을 두는 소비층은 분명히 있기 때문에 이런 프로그램들이 계속 제작되는 것"이라고 했다. 김 평론가도 "인건비 외에는 크게 제작비가 들지 않기 때문에 경제적인 측면에서 제작하기가 좋은 장르"라고 공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