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다가오는 러시안룰렛의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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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라이피스트<프롤로그>
인간의 잔혹성은 어디까지일까? 최근 데이트를 거절당한 남자가 그녀를 포함 3모녀를 살해한 엽기적 사건이 발행한 것을 보고 경악과 함께 사회 안전망의 재정비가 절실한 상황이다. 영화<디어 헌터(The deer hunter), 1978>에서 평화롭게 살아가던 시골 마을 청년들은 잔혹한 전쟁에 참전 후 인간성이 피폐해지면서 결국 돌이킬 수 없는 불행한 삶에 도달하게 된다. 전쟁, 바이러스 그리고 탐욕의 범죄같이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모르는 러시안룰렛 같은 공포와 위기를 막기 위해 국가와 사회 공동체는 인간성 회복과 올바른 가치관의 정립 교육, 그리고 과학적 범죄 예방 시스템의 운영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러시안룰렛: 회전식 연발 권총에 하나의 총알만 장전하고, 머리에 총을 겨누어 방아쇠를 당기는 목숨을 건 게임. 19세기 제정 러시아 시대에 감옥에서 교도관들이 죄수에게 강제로 시킨 뒤 누가 죽을지 내기한 데에서 비롯된 게임. 차르 체제의 암울한 시대 상황에서 러시아군 장교들과 귀족들 사이에 번져나갔는데 이는 당시 불안감에 휩싸여 희망 없이 살아가던 지배층의 퇴영적 분위기를 반영하는 일종의 사회병리 현상이었다]<영화 줄거리 요약>
미국 북동부 펜실베이니아주 크리어턴 읍의 제철소에 다니는 마이클(로버트 드니로 분)과 닉(크리스토퍼 월켄 분), 스티븐(존 세비지 분) 은 절친한 친구 사이로 종종 라이플을 메고 사슴 사냥을 즐긴다. 이 세 젊은이는 스티븐이 누구의 아이인 줄도 모르는 아이를 임신한 연상의 여인 안젤라와 결혼을 마치자마자 베트남으로 자원입대한다. 피와 죽음이 뒤범벅된 베트남에서 지옥 같은 전투를 치르던 마이클과 닉 그리고 스티븐은 적에게 사로잡히는 신세가 되고 그들은 베트콩의 잔인한 고문과 죽음의 공포로 육신과 정신이 피폐해지기 시작한다. 점점 이성을 잃어가는 스티븐을 일으켜 세우며 닉과 함께 탈출의 기회를 엿보던 마이클은 베트콩들이 좋아하는 러시안룰렛 고문 도중 적들을 해치우고 탈출에 성공한다. 죽을 고비를 넘기고 친구들과 헤어져 제대를 하고 고향에 돌아온 마이클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닉이 베트남에서 탈영하여 실종되었다는 소식과 반신불수가 된 스티븐의 처절한 소식 뿐이다.이 영화는 아카데미 5개 부문<작품상, 감독상, 남우조영상(크리스토퍼 월켄), 음향상, 편집상>을 수상하였다.<관전 포인트>
A. 참전 전날 환송파티에 흘러나온 음악은?
한 친구가 석별의 정을 담아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고 그가 연주하는 곡은 쇼팽의 [야상곡 g단조 Op. 15 제3번]이었다. 피아노 소리가 들리자 그전까지 왁자지껄 떠들던 친구들은 모두 입을 다물고 숙연한 표정으로 음악을 들으며 말없이 서로의 얼굴을 바라본다. 이 시간이 지나면 이제 다시는 이런 일상으로 돌아올 수 없다는 것을 그들은 알고 있었을까? 의기투합해서 사냥을 나가고 술을 마시고 떠들며 노래를 부르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것을...
B. 닉이 러시안 룰렛 도박에 빠지게 된 계기는?
베트콩에게 포로가 되어 러시안 룰렛으로 고문을 당하다가 간신히 베트콩을 물리치고 헬리콥터로 구조되지만, 닉은 트라우마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다가 길에서 우연히 만난 도박사가 "색다르고 짜릿한걸 해보고 싶지 않소?"라는 유혹에 넘어가 탈영후 러시안 룰렛 도박에 영혼을 팔게 된다.
C. 마이클이 다시 베트남을 찾아간 이유는?
매월 베트남에서 거액의 돈이 스티븐 앞으로 송금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마이클은 돈을 보내는 사람이 베트남 사이공에서 실종된 닉이라고 확신한다. 닉을 찾아 베트남을 찾아간 마이클은 거액의 돈을 걸고 도박장에서 러시안룰렛을 하는 닉을 발견하나 그는 이미 기억을 잃고 넋이 나가 마이클을 알아보지 못한 채 마치 기계와 같이 자신의 머리를 향해 방아쇠를 당긴다. 딸깍대는 빈 총소리는 한발의 총성보다 더 공포스러운 것은 다음 차례를 기다리게 되는 더 큰 공포를 직면하게 되기 때문이다. 닉의 기억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머리에 방아쇠를 당기며 여기서 죽을 순 없다며 분노와 울분을 토해내는 마이클과, 악몽에서 벗어나고픈 마음은 간절하나 두려움에 망설이는 눈물 어린 눈동자가 흔들리는 닉의 모습은 더욱 안타깝다.
D. 귀국 후 사냥에 나선 마이클의 심경은?
친구들의 비참한 말로에 힘들어하던 마이클은 귀향길에서 그를 반기는 현수막과 기다리던 친구들을 지나쳐 모텔로 향하고 만다. 쓸쓸한 모텔방 안에서 뜻 모를 복받침으로 인해 방한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자신을 진정시키고 그리움을 달래듯 지갑 속 사진을 꺼내 사랑하는 여인 린다를 어루만진다. 이 장면에서 스탠리 마이어즈의 <카바티나>가 흐른다. 영화에 삽입되어 세계적인 기타리스트 존 윌리엄스가 연주한 후 클래식 기타의 명곡이 되었고 같은 멜로디에 가사를 붙인<쉬 워져 뷰티풀(She was beautiful)> 이라는 노래도 유명해 졌다.
E. 전쟁에서 돌아와 마이클이 사냥을 나가서 한 행동은?
구사일생으로 고향으로 돌아온 마이클은 친구들 없이 혼자 사슴 사냥을 나가지만 너무나도 초라해진 처지에 몸서리친다. 그때 홀연히 나타난 사슴을 마주치지만 순진무구한 눈망울을 보며 방아쇠를 당기지 못한다. 전쟁 전에는 아무 생각 없이 사슴을 죽였지만 전쟁의 참상을 경험한 후에는 살아있는 생명을 향해 함부로 총질을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에필로그>
인간은 예측 가능한 일상에 안정과 행복을 누릴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올바른 기준과 원칙이 사라지고 바이러스의 공포가 만연하면서 마치 러시안룰렛의 공포처럼 언제 자신이 코로나의 총알에 맞아 억울한 희생을 당할지 두려워하며 정상적인 인간관계와 미래의 희망조차 멀어지고 있다. 러시안룰렛 방식이 아닌 상식적 룰과 과학적 시스템이 작동하는 정상적인 삶을 살수 있는 사회로 회복되길 기대한다.
<한경닷컴 The Lifeist> 서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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