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내 세금을 인상해 달라"던 자선사업가 엘리 브로드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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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년 87세…LA문화계 '큰손' 억만장자"나는 미국 부자 상위 1%에 속한다. 제발 내 세금을 인상해 달라"고 했던 선량한 자선사업가 엘리 브로드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87세를 일기로 눈을 감았다. 그는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지역 문화예술 발전에 큰 공로를 세운 억만장자이기도 하다.
월드 디즈니 콘서트홀, LA 현대미술관 등 건립
AP통신,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 등에 따르면 브로드가 설립한 ‘엘리 앤드 에디스 브로드 재단’ 측 관계자는 브로드가 이날 숙환으로 별세했다고 밝혔다.주택 건설업과 보험업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한 브로드는 LA 시내에 월드 디즈니 콘서트홀, LA 현대미술관(MOCA) 등 주요 문화시설을 건립하는 일을 주도했다.
미술품 수집가이기도 했던 그는 1984년 ‘브로드 미술재단’을 설립해 소장품을 대여하기 시작했고, 2015년에는 역시 자신의 이름을 딴 현대 미술 전시관 ‘더 브로드’를 디즈니홀 옆에 세우기도 했다.
AP통신은 “낙후돼 있던 LA 시내를 비싼 아파트, 고급 식당, 디즈니홀 같은 랜드마크 시설이 있는 번화가로 바꾸는 데 들어간 돈과 의지력 대부분이 브로드에서 나왔다”고 평가했다. LAT도 “그는 LA라는 도시를 개조하는데 자신이 일군 부를 쏟아부은 인물”이라고 전했다.교육 개혁에도 관심이 많았던 그는 1999년 ‘브로드 교육재단’을 세우고 공교육 발전을 위한 후원 활동을 벌였다.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 대학(UCLA), 서던캘리포니아대학(USC) 등 지역 유명 대학과 하버드대학에 줄기세포 연구를 비롯한 수백만 달러의 연구자금을 지원하기도 했다.
브로드는 1933년 뉴욕 태생으로 아버지는 리투아니아 이민자 출신 페인트공, 어머니는 재봉사였다.미시간 주립대에서 회계를 전공한 그는 스무살의 나이에 미시간 역사상 최연소 공인회계사가 됐다.회계사로 활동하던 20대 초반 부동산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알아보고 일찌감치 주택 개발업에 뛰어들었다.
23살이던 1957년, 부인 사촌의 남편이었던 도널드 코프먼과 주택건설회사를 세웠고 1963년 LA로 본부를 이전했다. ‘KB 홈’으로 알려지게 된 이 회사는 미국에서 가장 성공한 주택건설업체로 성장했는데, 이 업체의 성공으로 그는 서른살이 되기 전에 이미 백만장자가 됐다고 한다.
1971년에는 한 보험회사를 인수해 퇴직연금 등 은퇴자들을 겨냥한 금융상품 판매에 주력하도록 사업구조를 바꿨다. 이렇게 탄생한 ‘선아메리카’는 1998년 AIG에 165억달러(약 18조4400억원)에 매각됐다. 포브스는 이날 기준 브로드의 순자산을 69억달러(약 7조 7000억원)으로 추산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