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달쏭 바다세상Ⅲ](13) "밥인 줄 알았더니 회네?" 부산 붕장어회

기름기 빼 보슬보슬, 씹을수록 퍼지는 고소한 맛
잘게 잘라 쌈싸거나 밥에 비비면 '천하일품'
"부산에서 먹어야 제맛" 외지인에게 더 큰 인기
집 나간 기력도 돌아오게 해준다는 장어.
장어(長漁)는 이름 그대로 긴 물고기인데, 예로부터 허한 몸을 다스리는 보양식 중에서 으뜸으로 꼽힌다. 장어는 뱀장어, 갯장어, 붕장어, 먹장어 등 종류도 다양하다.

그런데 부산 사람이라면 다가오는 여름에 대비하기 위해 꼭 찾는 장어가 있다.

바로 바다장어 내지 일본식 이름인 '아나고'로 더 익숙한 붕장어다. 다른 장어에 비해 비교적 온순하게 생긴 붕장어는 옆줄에 여러 구멍이 있어 '구멍장어'으로도 불린다.

부산 사람들은 예전부터 붕장어회에 대한 추억은 하나씩쯤 가지고 있다.

단돈 만원이면 가족 모두가 배부르게 먹을 만큼 넉넉한 양을 살 수 있어 예전부터 서민들의 가벼운 지갑을 달랬다. 숟가락으로 한 스푼 크게 뜬 회를 쌈 채소 위에 올린 뒤 초고추장을 더해 먹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다.

또 밥 한쪽에 공간을 만들어 회를 넣은 뒤 초고추장과 함께 쓱쓱 비벼 먹기도 했다.

30대 A씨는 "어린 시절 가족들과 함께 둘러앉아 붕장어 회를 밥에 비벼 양껏 먹었던 추억이 있다"고 회상했다. 주로 붕장어는 회로 많이 먹는데, 잘게 썰어 먹는 것이 특징이다.

이를 위해 직접 칼로 손질하지 않고, 기계에 넣어 잘게 자르는 작업을 2번이나 거친다.

이때 붕장어 특유의 기름이 나오는데, 이때 느끼한 맛을 잡기 위해 천으로 꾹꾹 기름을 눌러내야 한다고 한다.

실제 붕장어 회를 주문하자 눈꽃처럼 보슬보슬해 수북이 쌓인 붕장어가 나왔다.

젓가락으로 퍼 올리려 했으나 실패, 결국 숟가락을 이용해 초고추장과 쌈 위에 툭 올렸다.

뼈째 잘린 붕장어회는 오독오독한 식감이 느껴졌으나 잘게 잘라 불편한 느낌은 없었다.

씹으면 씹을수록 입 안에 고소한 맛과 초고추장의 매콤함이 퍼져나갔다.

부산 민락회센터에서 붕장어 요리를 판매하는 업주 A씨는 "다른 회에 비해 고소한 맛이 강하기 때문에 함께 나온 회를 먼저 먹은 뒤 아나고를 맛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붕장어 특유의 맛이 술을 불러 손님들이 꼭 소주를 시키곤 한다"고 덧붙였다.
고추장 양념을 기본으로 한 소스에 버무려진 붕장어 양념구이도 인기다.

매콤한 맛과 함께 검붉은 표면에서 불맛이 살짝 느껴지고, 오동통한 살은 부드럽게 씹힌다.

부산에 와야 붕장어를 제대로 맛볼 수 있다는 입소문에 이제는 외지인들이 가장 먼저 찾는 음식이 됐다.

B씨(29)는 "다른 지역에 사는 친구들이 한 번도 붕장어회처럼 잘게 썬 회를 먹어본 적이 없다며 신기해한다"며 "모양도 특이하고 맛도 일품이라는 소문을 전해 들어 부산에 놀러 오면 꼭 한번 붕장어를 파는 집에 간다"고 말했다.

부산에는 푸른 바다를 조망하면서 붕장어를 먹을 수 있는 명소들이 곳곳에 있다. 특히 광안리해수욕장 인근에 수많은 횟집이 즐비해 있는데, 이 중 한 곳에 들어가면 광안대교를 바라보며 맛있는 붕장어를 즐길 수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