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웹툰·웹소설은 출판업계의 희망이 될 수 있을까? [김동욱의 하이컬처]

한경DB
글로벌 출판업계가 정체·침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만화와 웹소설이 출판업계의 새로운 '돌파구'로서 위상을 높이는 모습이 뚜렷합니다. 특히 읽는 도구로서 전자책의 중요도가 높아지면서 앞으로 '책'이라는 단어를 들을 때 떠올리는 이미지도 종이책이 아닌 '전자 만화책'을 떠올리는 날도 머지않아 보입니다.

지난주 대한출판문화협회가 발표한 '2020년 출판시장 통계'에 따르면 디앤씨미디어, 대원씨아이 등 웹툰·웹소설 출판 주요 5개사의 전체 매출이 1487억 원으로 전년 대비 17.3% 증가했습니다. 디앤씨미디어(30.7%) 대원씨아이(11.3%) 학산문화사(14.9%) 등 3개사가 전년 대비 10% 이상의 높은 매출 증가율을 보였습니다.지난해 상위 78개 출판사 및 콘텐츠사의 매출 합계가 4조8080억 원으로 전년 대비 4.1% 감소했고, 영업이익 총합이 약 2884억 원으로 36.6% 역성장한 것을 고려할 때 놀라운 성장세가 아닐 수 없습니다.
급성장하는 만화 웹툰 출판사/ '2020년 출판시장 통계' 캡처
이 같은 시대변화를 반영하듯 주요 전자책(웹툰·웹소설) 플랫폼 기업(9사)의 총매출도 7492억 원으로 전년 대비 33.9% 급증했습니다.

웹툰, 웹소설의 강세는 주변에서 흔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교보문고와 예스24의 베스트셀러 목록에는 만화책인 '귀멸의 칼날. 23'이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카카오페이지에 연재 중인 웹소설 '룬의 아이들 블러디드. 4'도 베스트셀러 최상위권에 자리 잡았습니다.각종 통계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문화체육관광부 ‘국민독서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5년 10.2%에 불과했던 전자책 독서율은 2019년 16.5%로 높아졌습니다. 성인의 연간 종합 독서량(7.5권)의 18.7%인 1.4권을 전자책과 오디오북이 담당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이후엔 코로나 특수와 전자책 보급이 일반화하는 해외 주요 선진국 동향 등을 고려할 때 전자책 독서율이 20%를 넘었을 것이란 추정이 많습니다.

해외에서도 전자책 시장은 급성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난해 일본의 전자책 시장은 전년 대비 28.0% 증가한 3931억 엔(약 4조769억 원·일본 출판과학연구소)으로 전체 출판시장의 24.3%에 달했습니다. 증가율 기준 역대 최대치입니다. 출판시장 전문 조사업체 NPD북스캔은 지난해 미국 전자책 시장이 16% 이상 성장한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모도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지난해 181억 달러(약 20조2500억 원) 규모였던 글로벌 전자책 시장은 2026년까지 231억 달러(약 25조8000억 원)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성장하는 일본 전자책 시장/일본 출판과학연구소 홈페이지 캡처
전자책은 도서의 구매와 보관, 관리 측면뿐 아니라 오디오북, 챗북 등 전자책 관련 서비스가 다양해진다는 점에서도 강점을 보입니다.
전통적 책 이미지/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 홈페이지 캡처
다만 독서가 오감을 동원하는 종합체험으로 바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책의 본질, 독서의 본질이 침해받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찜찜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만화와 웹툰은 과연 출판업계의 구원자가 될 수 있을까요. 독서 시장에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궁금해집니다.

김동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