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리스 무리수 역풍…홍원식 남양 회장 결국 대국민 사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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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 불가리스 코로나 마케팅에 결국 대국민 사과 [종합]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불가리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마케팅' 후폭풍에 결국 대국민 사과에 나선다. 홍 회장은 앞서 2013년 '대리점 갑질' 사태와 2019년 외조카 황하나 씨의 마약 혐의와 관련해 본인 명의로 대국민 사과를 한 바 있다. 다만 앞서 두 번 모두 직접 모습은 드러내지 않았다.
코로나 마케팅 후폭풍…불매운동 확산·경찰 본사 등 압수수색
이광범 대표 사의…홍원식 장남 홍진석 지난달 보직해임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대국민 사과 나선다
홍 회장은 오는 4일 최근 자사 유제품 불가리스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다는 발표로 빚어진 논란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기로 했다. 뒤늦게 오너 명의로 입장을 발표할 만큼 위기임을 실감한 것으로 풀이된다.남양유업은 홍 회장이 오는 4일 오전 10시 본사 대강당에서 입장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홍 회장의 입장 발표에는 불가리스 논란 관련 사과 내용이 담길 것으로 전해졌다. 홍 회장이 과거 본인 명의로 대국민 사과를 한 것은 2013년도 대리점 갑질 사태 당시와 2019년 외조카 황하나의 마약 혐의 때다.이번 대국민 사과에 홍 회장이 직접 모습을 드러낼지도 관심사다. 앞서 두 번의 사과 모두 홍 회장 명의의 입장문을 전했을 뿐으로, 직접 고개를 숙이지는 않았다.
이광범 대표 책임 지고 사임…홍 회장 장남 홍진성 상무 해임
남양유업은 대국민 사과와 함께 이광범 대표이사가 사임하기로 했다.이 대표는 이날 오전 임직원에게 사내 이메일을 보내 책임을 지고 사임한다는 뜻을 전했다.이 대표는 "최근 불가리스 보도와 관련해 참담한 일이 생긴 것에 대해 임직원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 사태 초기부터 사의를 전달했고, 모든 책임은 제가 지고 절차에 따라 물러나겠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다만 "유의미한 과학적 연구성과를 알리는 과정에서 연구의 한계점을 명확히 전달하지 못해 오해와 논란을 야기하게 된 것은 너무나 안타까운 부분"이라고 입장을 덧붙였다.한편, 홍 회장의 장남인 홍진성 상무는 지난달 회삿돈 유용 의혹이 불거지며 보직 해임된 것으로 전해졌다. 홍 상무는 그동안 회사 비용으로 외제차를 임대, 개인적 용도로 사용한 의혹을 받아왔다.
'불가리스 무리수'에 남양유업 전방위 역풍
불가리스 마케팅 논란은 지난달 13일 한국의과학연구원 주관으로 열린 '코로나 시대 항바이러스 식품개발' 심포지엄이 발단이 됐다. 남양유업 측은 심포지엄에서 불가리스 발효유 제품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국내 최초로 확인했다고 주장했다.처음엔 좋았다. 일부 매장에서 불가리스가 품절 사태를 빚고 주가도 급등했다. 하지만 잠시였다. 질병관리청이 직접 나서 제품을 접촉시키는 방식의 연구 방법으로는 코로나19 예방 및 사멸 효과를 확인하기 어렵다며 선을 긋고 나섰다.
이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해당 연구가 동물시험이나 임상시험 등을 거치지 않은 점, 심포지엄과 남양유업과의 관계 등을 고려하면 남양유업이 사실상 불가리스 제품 홍보를 진행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관련 행정처분을 의뢰했다. 남양유업은 식약처가 고발 조치한 뒤인 지난달 16일에야 입장문을 내고 "소비자 오해를 불러일으켰다"며 사과했다.
그러나 세종시는 같은날 남양유업 세종공장의 영업정지 행정처분을 결정해 사전통보했다. 해당 결정으로 불가리스뿐 아니라 세종공장에서 생산되는 우유, 분유, 치즈류 등 제품이 모두 두 달간 생산을 멈추게 돼 남양유업 실적에 직격탄이 불가피하게 됐다.
경찰도 수사에 돌입했다. 경찰은 지난달 30일 남양유업의 본사 사무실과 세종연구소 등 6곳을 압수수색에 나섰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2013년 '대리점 갑질 사태'로 이어지던 불매운동에 다시 불이 붙었다. 흔히 맘카페라 불리는 지역 커뮤니티에서는 남양유업 제품에 대한 정보를 나누며 불매운동을 하자는 글들이 올라왔다. 소비자들은 바코드를 비추면 남양제품 여부를 알려주는 사이트 '남양유없' 관련 정보를 나누기도 했다. 남양유업이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의 자체브랜드(PB) 제품으로 제조사를 잘 드러내지 않는 전략을 취하자 '가려내기'에 나선 것이다.
남양유업은 과거 대리점 갑질 사태로 대국민 사과까지 해야했지만 이후에도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홍원식 회장을 비롯한 임직원이 온라인에 경쟁사 매일유업 비방글을 올리도록 한 것으로 드러나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되기도 했다. 남양유업은 앞서 2009년과 2013년에도 경쟁사 비방글을 올려 경찰 조사를 받은 바 있다.
창업주 외손녀인 황하나 씨의 마약 투약 논란 등도 기업 이미지 악화에 일조했다.
빅데이터 분석 결과, 발효유 제품 불가리스에 코로나19 항바이러스 효과가 있다고 발표한 심포지엄 개최 후 2주간 남양유업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경닷컴이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썸트렌드와 함께 남양유업에 대한 여론을 분석한 결과, 해당 심포지엄 개최 다음날인 지난달 14일부터 26일까지 남양유업과 관련해 '논란', '위반', '허위' 등 부정적인 의미의 연관 검색어가 많아진 것으로 조사됐다.해당 기간 남양유업 관련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글 3만33691건 중 부정적인 키워드를 포함한 게시글이 65%(2만1920건)로 압도적이었다. 긍정적인 키워드를 포함한 글은 16%(5234건), 중립적인 키워드가 포함된 글은 19%(6537건)에 그쳤다. 특히 부정 키워드에는 '논란', '폭등', '위반', '허위' 등의 단어가 포함된 것으로 조사됐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