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한 달 새 6조8000억…5대 은행 신용대출 역대급 증가

SKIET 공모주 청약, 코인 광풍 영향
강화된 DSR 규제 전 막차 대출 수요
은행들 "조만간 안정될 것"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5대 은행의 개인 신용대출 잔액이 전달 대비 6조8000억원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달만에 잔액이 5% 넘게 불어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암호화폐 ‘빚투(빚내서 투자)’ 열기에다 사상 최대 규모의 청약증거금이 몰린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공모, 한층 더 강화된 DSR 규제를 앞둔 가수요 등의 이벤트가 지난달 한꺼번에 몰린 결과로 풀이된다.

3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은행의 4월 말일 기준 개인 신용대출 잔액은 142조2278억원으로 3월말(135조3877억원)에 비해 6조8401억원 증가(전달 말 대비 5.1%)했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강화돼 막판 신용대출 수요가 몰리며 역대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던 지난해 11월(4조8495억원, 전달 말 대비 3.8%)을 넘어선 숫자다. 카카오뱅크도 4월말 기준 신용대출 잔액이 전달 대비 1조2000억원 증가했다고 이날 밝혔다. 신용대출이 대폭 증가한 건 지난달 28일부터 진행된 SKIET 공모주 일반 청약이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중복 청약 막차’로 불리며 인기를 모았던 SKIET의 청약의 최종 경쟁률은 239.06 대 1에 달했다. 증거금으로 역대 최대 규모인 80조5366억원이 몰렸고, 개인이 신용대출로 상당 부분을 조달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은행 관계자는 “공모주 배정이 끝나면 일반인들이 새로 낸 대출의 대부분을 갚을 것이고, 신용대출 잔액도 크게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신용대출 증가세가 불안한 금융시장의 단면을 보여준 것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정부가 가계대출을 죄겠다는 강력한 신호를 보내고 있음에도 폭증세가 나타났다는 점에서다.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시중에 크만큼 많이 풀려있고, 언제든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을 드러냈다는 의미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코인 투자 열풍과 지난달말 DSR 규제를 앞둔 가수요도 신용대출 증가에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다.

신용대출이 폭등한 반면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전달말 대비 5971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신용대출의 영향으로 전체 가계 대출은 전달 대비 9조2266억원 늘어 2020년 11월(9조4195억원) 이후 가장 많이 불어났다. 조만간 DSR 규제가 강화되고 개인이 대출받기 까다로워지면 증가폭도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빈난새/박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