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머지않아 주류가 될 것"…넥슨·국민銀·한화증권도 뛰어들었다
입력
수정
지면A10
미래 기술에 베팅하는 기업 증가‘코인 광풍’을 둘러싼 논란이 거센 상황에서도 암호화폐에 직접 투자하거나 관련 신사업에 나서는 국내 기업이 늘고 있다. 기업들의 움직임은 아직까지 조심스럽다. 암호화폐의 미래를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데다 정부의 부정적 기류도 부담이다. 하지만 ‘미래 기술’이 될지 모르는 이 시장을 마냥 외면할 순 없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신한銀, 디지털자산 수탁社 투자
다날은 자회사 통해 코인 발행
위메이드는 빗썸 인수 후보군에
정부 부정적 기류 부담에도
"신시장 외면할 수 없다" 판단
법인들의 암호화폐 투자·관리를 도와주는 수탁전문업체도 3일 본격 영업을 시작했다. 테슬라처럼 회삿돈으로 직접 코인을 사들이려는 기업을 겨냥한 것으로 여러 업종에서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넥슨 “현금 보유는 손해”
암호화폐 투자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는 곳은 게임업계다. 넥슨은 지난달 28일 1억달러어치의 비트코인을 매입한 사실을 공개했다. 오웬 마호니 넥슨 대표는 암호화폐 투자 배경을 설명하는 장문의 글을 홈페이지에 올렸다. 테슬라의 논리와 비슷하다. 그는 “넥슨은 50억달러를 넘는 규모의 현금과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지만 은행에 넣어둔 돈은 저위험·저수익으로, 거의 아무런 소득도 가져다주지 못한다”고 했다.마호니 대표는 구매력, 네트워크 효과, 유동성과 편리성, 혁신이라는 네 가지 측면에서 비트코인의 장점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산을 중앙정부가 통제하지 않는 비물리적 방식으로 저장하는 것은 비주류로 생각될 수 있다”며 “넥슨은 이런 아이디어가 머지않은 미래에 주류 아이디어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했다. 넥슨은 국내 4위 암호화폐거래소 코빗과 유럽 최대 거래소 비트스탬프도 거느리고 있다.또 다른 게임업체 게임빌은 지난달 암호화폐거래소 코인원 지분 13%를 취득했다. 위메이드는 ‘위믹스토큰’이라는 암호화폐를 발행한 데 이어 인수합병(M&A) 매물로 나온 빗썸의 인수 후보군에 오르내리고 있다.
은행·증권사도 암호화폐 기업 투자
보수적이기로 소문난 금융회사들도 암호화폐 시장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11월 블록체인 기업 해시드, 해치랩스와 함께 디지털자산 수탁회사인 한국디지털에셋(KODA)에 투자했다. 신한은행도 올 1월 코빗, 블로코, 페어스퀘어랩과 한국디지털자산수탁(KDAC)에 대한 전략적 지분투자에 나섰다. 한화투자증권은 올 2월 퀄컴이 보유하고 있던 두나무 지분 6.2%를 사들였다.네이버, 카카오 같은 인터넷 기업이 주도하던 블록체인 투자에 금융권이 가세하면서 시장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암호화폐업계 관계자는 “금융회사는 정부가 암호화폐 직접 보유 등을 금지해 현재로선 할 수 있는 사업이 많지 않다”면서도 “장기적 관점에선 대비가 필수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전했다.휴대폰 결제 서비스로 널리 알려진 다날도 자회사 다날핀테크를 통해 ‘페이코인’이라는 암호화폐를 발행했다. 페이코인은 유명 서점, 편의점, 카페 등 7만 개 이상의 가맹점을 확보해 ‘결제수단’으로서 암호화폐의 가능성을 시험하는 중이다. 파격적인 할인을 앞세워 이용자층을 넓히고 있지만 거래소에 상장돼 수시로 가격이 널뛰는 페이코인의 한계는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법인 대상 ‘코인 수탁사업’ 등장
국민은행이 투자한 KODA는 이날 법인을 대상으로 ‘디지털자산 수탁 서비스’를 공식 출시했다. 법인이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을 매입한 뒤 해킹, 보안키 분실 등의 위험 없이 보관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법무·회계법인과 협력해 법률·회계·세무 자문도 지원한다. 향후 보험 카드 증권 자산운용사 등과 손잡고 디지털자산 수탁보험 출시, 펀드 신탁, 대출 등으로 영역을 넓힌다는 구상이다.금융회사가 아닌 일반 법인은 암호화폐를 보유하는 데 법적 제한이 없다. 다만 법인 계좌로는 대형 암호화폐거래소에서 원화 입출금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법인들이 코인을 사고팔려면 장외시장을 이용해야 했다. KODA는 이미 복수의 고객사를 확보해 수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건기 KODA 대표는 “올초부터 시범 서비스를 운영한 결과 상장사부터 벤처기업까지 다양한 분야의 기업이 관심을 보여왔다”며 “국내에도 잠재적 수요가 충분하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