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칼럼] 스마트그린 산업단지, '한국판 뉴딜' 성공의 척도

제조업 산실 産團 혁신역량 제고 절실
현장 데이터 융합해 '스마트' 변신해야

김정환 <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 >
포스트 코로나 시대 경제 정책의 화두는 ‘디지털’과 ‘그린’이다. 디지털화는 이미 생산성과 기업 경쟁력의 필수요소가 됐다. 코로나19 경험은 일하는 방식은 물론, 제조 공정과 비즈니스 모델의 디지털화를 앞당기고 있다. 저탄소 경제화 역시 각국 정책의 핵심이 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정부는 기후변화 대응과 일자리 창출의 핵심 전략으로 ‘그린뉴딜’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 정부의 ‘한국판 뉴딜’ 역시 이런 지구촌 흐름과 함께 전개되고 있는 경제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판 디지털·그린뉴딜의 현재를 가장 잘 살펴볼 수 있는 무대가 바로 산업단지다. 산업단지에서는 지금 디지털과 친환경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 위한 ‘스마트그린 산업단지’ 프로젝트가 한창이다. 지난해부터 정부는 산업단지에 스마트공장 확산은 물론 디지털, 그린 인프라를 대폭 확충해 더욱 스마트한 탄소중립 제조 공간을 만드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산업 현장의 다양한 데이터를 인공지능(AI), 빅데이터 기술로 연결·공유해 기업의 생산성과 에너지 효율을 높이려는 것이다. 여기에 신재생에너지 인프라를 확충하고, 쾌적한 근로환경과 스마트한 인재 양성을 더해 지속가능성도 높인다는 계획이다.산업단지의 뉴딜이 강조되는 것은 제조업의 산실로서 그 역할이 여전히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 돼 온 산업단지는 국내 제조업 고용의 절반, 생산과 수출의 약 65%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여러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신산업을 위한 혁신 역량도 높여야 하고, 젊은 인재들이 일하기 좋은 환경도 확충해야 한다. 화석연료 사용이 많아 온실가스 배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도 하다. 4차 산업혁명과 탄소중립 시대에 걸맞은 변신이 절실한 이유다.

이런 배경을 두고 창원, 인천, 구미를 포함한 7개 지역에서 스마트그린 산업단지가 조성되고 있다. 지난해 지방자치단체, 대학, 지역 혁신기관이 힘을 합쳐 사업단을 꾸리고, 지역별 특성을 살린 핵심사업들을 속속 진행하고 있다. 가시적인 성과도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창원에 구축된 공정혁신 시뮬레이션센터를 통해 40개 제조기업이 시제품 설계비용을 절감하고, 스마트융합 기술인력 양성이 촉진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앞으로 스마트그린 산업단지는 2025년까지 15개 단지로 늘어나 전국으로 확산될 예정이다.

이 프로젝트의 성공에는 중앙정부와 지자체, 지역 혁신기관과 산·학·연 각 주체 간 소통과 협력이 핵심이다. 무엇보다 생산 현장의 데이터를 수집·분석·공유해야 하기 때문에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수적이다. 기업들이 사업 취지에 공감하고 바꿔보겠다는 의지로 참여하고 있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중앙정부도 산단별 패키지 예산을 지원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어 큰 힘이 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초연결·초지능·초융합의 시대다. 미래 핵심기술 발달로 자동화와 지능화가 촉진될수록 데이터의 축적과 연결, 융합은 더욱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앞으로의 제조 경쟁력은 정보통신기술(ICT)과의 융합을 통한 고부가가치화와 신산업으로의 비즈니스 모델 전환에 달려 있다. 이런 점에서 스마트그린 산업단지는 한국 경제의 미래라고 할 수 있다. 그 성과는 선도형, 저탄소 경제로의 대전환을 위한 ‘한국판 뉴딜’의 성공 가늠자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