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리스 사태' 남양유업 대표 퇴진

홍원식 회장 4일 대국민 사과
뒷북 수습에 소비자 분노 여전
이광범 남양유업 대표가 ‘불가리스 코로나19 마케팅’ 사태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다. 남양유업의 대표 제품인 불가리스가 코로나19 바이러스 억제에 큰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홍보한 지 20일 만이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도 4일 이번 사태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기로 했다.

이 대표는 3일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최근 불가리스 보도와 관련해 참담한 일이 생긴 것에 대해 임직원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며 “이번 사태 초기부터 사의를 전달했고, 모든 책임을 지고 절차에 따라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유의미한 과학적 연구 성과를 알리는 과정에서 연구의 한계점을 명확히 전달하지 못해 오해와 논란을 야기하게 된 것은 너무나 안타까운 부분”이라고 덧붙였다.남양유업은 지난달 13일 보도자료를 통해 “불가리스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혼합해 원숭이 폐에 주입했더니 바이러스의 77.8%가 줄어들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고 홍보했다. 일부 언론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이 알려지자 대형마트와 편의점에는 불가리스 품절 사태가 이어졌다. 남양유업의 주가는 연구 결과 발표 다음날 주식시장이 열리자마자 급등해 한때 전거래일 대비 28.6%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해당 연구에 대해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이어지면서 상황이 급반전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달 15일 남양유업을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30일 남양유업 본사와 세종연구소 등 6곳을 압수수색했다. 세종시는 불가리스를 생산하는 남양유업 세종공장에 2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남양유업이 ‘대표 사임’ 카드를 꺼내들며 뒤늦게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남양유업에 대한 소비자들의 원성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2013년 ‘대리점 갑질 사태’ 이후 8년 만에 남양유업 불매운동을 재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상황이 악화되자 홍 회장은 4일 직접 입장을 내놓기로 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홍 회장의 입장 발표에는 사과의 내용이 담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와 별개로 홍 회장의 장남인 홍진석 남양유업 상무는 회삿돈 유용 의혹이 불거져 지난달 보직해임된 것으로 확인됐다. 기획마케팅총괄본부장직을 맡아온 홍 상무는 회사 비용으로 고급 외제차를 빌려 사적으로 유용한 의혹을 받고 있다.

박종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