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靑 아닌 黨이 정책 주도…서민·청년 주거문제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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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당대표, 반성·통합 행보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신임 대표가 3일 취임 일성으로 “‘내 집’을 갖고자 하는 서민과 청년들의 주거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승만·박정희 두 전직 대통령의 공적을 구체적으로 기리는가 하면, “민주당이 그동안 제복 입은 분들에게 너무 소홀했다”며 이례적인 통합 행보도 보였다. 강성당원 문제와 관련해선 “4·7 재·보궐선거로 나타난 민심을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고 비판적인 태도를 견지했다.
"LTV·DTI 90%까지 풀어야"
지도부, 4일 부동산정책 논의
이승만·박정희 묘역 찾아 추모
"與, 제복 입은 분들에게 소홀"
봉하마을, 5·18묘지 참배는 연기
“당이 주도적으로 부동산 문제 해결”
송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이번에 부동산 문제에 대한 제대로 된 해결 방안을 제시해 민심을 회복하겠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부동산 정책 마련과 코로나19 백신 수급을 꼽았다. 당 지도부는 당장 4일부터 부동산 정책 논의를 시작하기로 했다. 원래 예정됐던 경남 김해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와 광주 5·18 민주묘지 참배는 다음으로 미뤘다.여당 내에서는 부동산 정책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송 대표는 선거 과정에서 “최초로 집을 사는 무주택자와 청년들에게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90%까지 확 풀어야 한다”며 파격적인 부동산 대출규제 완화를 주장했다. 종합부동산세는 ‘1가구 1주택’에 한해 장기보유 등 공제 범위를 넓혀 세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봤다.송 대표는 현재 공시가격 9억원 이상인 종부세 과세 기준을 12억원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는 지적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날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에서 강병원 최고위원은 “시장에 그릇된 신호를 보내 부동산 가격 폭등이 재발할 위험이 있다”며 신중론에 힘을 실었다.
송 대표는 “당이 정책의 중심이 돼야 한다”며 앞으로 청와대보다는 당이 정책 주도권을 쥐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지난달 재보선 패배 이후 비상대책위원회 시기에 만들어진 부동산과 반도체, 백신 관련 특별위원회를 재구성하겠다는 의사도 내비쳤다. 다만 송 대표는 “정부가 지금까지 우리보다 더 구체적인 정보와 통계를 갖고 고민했던 과정을 숙지하고 이해해야 실제 사실과 빗나가지 않는 합리적인 대안이 나올 것”이라며 정부 측 의견을 존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강성당원에 “자기 논리에 빠져” 일침
송 대표는 취임 첫날 과거 정권의 치적을 평가하고 민심과 당심의 괴리를 짚어내는 등 ‘통합형 행보’로도 눈길을 끌었다.첫 일정으로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은 송 대표는 이승만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뒤 방명록에 “대한민국 정부 수립에 기여하신 대통령님의 애국독립 정신을 기억합니다”라고 적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에서는 “자주국방 공업입국, 국가발전을 위한 헌신을 기억합니다”라고 썼다.
정치권에서는 “과거 문재인·추미애·이해찬 전 대표가 묘역을 참배했을 때보다 적극적으로 공적을 기린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송 대표는 6·25전쟁 당시 활약한 손원일·김종오 장군 묘역을 따로 찾기도 했다. 그는 “‘그동안 민주당이 세월호는 그렇게 챙기면서 유니폼(제복) 입으신 분들께는 너무 소홀히 한다’는 말을 아들에게 들었다”고 말했다.당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강성당원 문제와 관련해 송 대표는 “서로 상처를 주지 말아야 하며 집단 지성이 발휘되는 당으로 문화 풍토가 바뀌어야 한다”고 일침을 놨다. “다 그렇게 될 것을 알고 있었는데 민주당 당신들만 모르고 자기 논리에 빠졌다가 보궐선거를 치르고 나서야 알게 됐다는 지적이 있다”며 “민심이 당내 토론에 반영돼야 자기 교정이 가능해진다”고도 했다.
송 대표는 이날 대표 비서실장에 김영호 의원(재선), 대변인에 이용빈 의원(초선)을 발탁했다. 당 사무총장에는 3선 윤관석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재선인 고용진 의원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모두 당내에서 비문(비문재인)·비주류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당 지도부인 최고위가 친문 일색으로 꾸려진 상황에서 당직 인선을 통해 변화를 주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오형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