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지원 싫다" 남산타운, 자체 리모델링 추진

'서울형 리모델링' 3년째 표류

공공기여 없는 민간 사업 나서
"동의서 걷어…연내 조합 설립"
전용 114㎡ 지난달 16.2억 거래

기존 추진위와 갈등 가능성
"문정시영 등 다른 서울형 단지도
공공기여가 사업 변수될 수도"
서울 신당동 남산타운아파트에서 민간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남산타운 리모델링 준비위원회’의 출범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안상미 기자
서울형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해 온 중구 신당동 남산타운 아파트가 별도 추진위원회를 꾸려 자체 리모델링 사업에 나선다. 5000가구가 넘는 이 단지는 2018년 서울형 리모델링 시범단지로 선정된 7개 단지 중 최대 규모여서 업계의 관심을 끌어왔다. 하지만 리모델링 사업이 3년째 표류 중인 데다 일부 주민이 서울시 지원에 수반되는 공공기여 조건을 수용할 수 없다며 별도 추진위를 설립했다. 새 추진위를 통해 자체 리모델링 사업이 속도를 낼지 주목된다.

새 추진위 “민간 리모델링 추진”

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2018년 서울형 리모델링 시범단지 선정 때 출범한 추진위와 달리 ‘남산타운 리모델링 준비위원회’가 지난 2월 새로 출범했다. 사업 운영이 제대로 되지 않아 이에 반발한 주민들이 별도 추진위를 구성한 것이다. 새 추진위 관계자는 “주민 동의율, 공공기여 부분 등 사업 현황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 다른 단지에 비해 사업 속도도 지지부진하다”며 “서울형 리모델링 시범단지가 아닌 자체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정비업체와 계약을 마치고, 연내 조합 설립을 목표로 잡았다. 이달 주민동의율(3분의 2 이상)을 얻는 작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남산타운은 42개 동, 5150가구(임대 2034가구 포함)로 이뤄져 있다. 2002년 준공돼 리모델링 허용 연한(15년)을 넘겼다. 하지만 재건축 가능 연한(30년)이 많이 남은 데다 용적률도 231%로 높아져 재건축 사업성이 크지 않아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다. 리모델링 대상은 35개 동, 3116가구로 용적률이 264%로 높아져 466가구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한편 기존 남산타운 추진위는 다른 시범단지처럼 서울형 리모델링 사업을 계속 추진한다는 입장이어서 갈등이 예상된다. 기존 추진위 관계자는 “이미 주민 동의율을 50% 이상 확보했다”며 “6개월 내로 조합을 설립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 추진위가 구성되자 리모델링 사업이 속도를 낼 것이란 기대감에 아파트값이 강세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남산타운(전용 114.88㎡)은 지난 3월 16억2000만원에 거래됐다. 2월 거래(15억7500만원)보다 5000만원가량 오른 셈이다.

‘공공기여’가 사업 변수로

서울형 리모델링은 서울시 일부 지원을 받아 아파트를 리모델링하는 대신 증축 단지 안에 커뮤니티 시설 일부를 지역사회에 개방해 공공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한 도시재생사업의 일부다.남산타운 주민들이 별도 추진위를 꾸린 이유는 서울형 리모델링 시범단지에 붙는 공공기여 조건 때문이다. 서울시로부터 안전진단 비용과 기본설계 및 타당성 검토 등의 행정절차를 지원받는 대신 일정 부분 공공기여에 나서야 한다. 새 추진위 관계자는 “시범단지에 적용되는 공공기여 부분을 최근 알게 됐다”며 “지역공유시설, 담장 허물기 등 서울시가 내건 조건에 동의하면서 리모델링을 추진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현행 주택법상 리모델링 사업에 공공기여는 명시돼 있지 않은 권장 사항이다. 리모델링은 재건축과 달리 기부채납이나 초과이익환수 규제에서 자유롭다. 이동훈 리모델링협회 정책법규위원장은 “시범단지에는 서울시가 경제성을 분석해 기본계획을 짜는 초기 사업 단계까지만 참여한다”며 “공공기여는 권장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서울형 리모델링 시범단지에만 붙은 공공기여 조건을 모든 리모델링 아파트에 적용하도록 법제화할 방침이다. 연말께 공동주택 리모델링 기본계획 재정비 용역 결과가 나오면 반영할 예정이다. 송파구 문정시영아파트 등 나머지 서울형 리모델링 6개 단지는 조합 설립, 안전진단 통과 등을 거치면서 리모델링 사업이 순조롭게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공공기여가 이슈가 되면 남산타운 같은 민간 리모델링이 추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