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석칼럼] 농촌 살리는 비법 없나, 돌아갈 수 있어야…농협의 역할

귀촌 후 적응이 안 되어 도시로 다시 돌아갈 때 손해 없어야 하고, 또 다른 귀촌 지역으로 이전이 가능하도록 해주어야 한다.

한경닷컴 더 라이피스트
제천의 평화로운 전원 모습 / 필자 촬영
농촌에서 생활하는 농가 인구는 224만 명이다. 한 가족 당 2.2명으로 100만 가구인 셈이다. 총인구의 4.3% 수준인데 문제는 고령인 65세 이상 비중이 무려 47%나 된다. 농촌 인구의 반 정도가 노인이다.

농어촌의 국내 GDP 비중은 1.75%로 한 축을 이루는 산업이라고 말하기에는 너무 적다. 실제 외형상으로도 농촌은 비어있고 늙었으며 돈벌이도 잘 안된다. 세계 최고의 저출산 국가인 한국의 고령화 심화로 이대로 가면 농촌은 갈수록 병들고 황폐해진다. 하지만 코로나로 마스크까지 안보 물자가 된 세상에서 식량안보는 미사일 이상으로 중요하다. 또 베이비붐 세대 720만 명의 38%인 272만 명을 포함하여 대다수 국민은 농촌으로 돌아가 안락한 전원의 삶을 사는 것이 로망이다.

농촌은 국민에게 싱싱한 먹거리를 제공해주는 식량안보의 보루이며 각박한 도시를 벗어나 쉬고 여생을 즐길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이자 지상낙원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요란하게 추진하는 각종 귀농 귀촌 사업이 단편적인 소수의 사례를 제외하고는 통계에서 보듯이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일반 IT 등 스타트업은 은행 및 보증기금 등 금융회사, 벤처기업부 및 관련 단체 등에서 각종 금융, 기술 등 인프라를 지원해주어도 투자자에게 수익을 돌려주는 기업은 20%도 안 된다. 이중 성공했다고 할 수 있는 IPO(기업공개) 비율은 0.2%에 불과하다. 귀농·귀촌 지원자가 창업(startup)처럼 치밀한 계획을 수립하고 정부가 전력으로 지원해도 성공할 확률이 낮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래도 농촌을 살려야 한다. 핵심적인 문제가 무엇이고 확실한 대안은 없는가?

첫 번째 우선 순서가 잘못되었다.먼저 농촌에 가서 살아보는 귀촌을 한 후에 서서히 형편에 따라 영농을 해야 한다. 농사일은 전문적인 기술과 경험이 필요하고 의외로 노동강도가 센 일이다. 도시 생활이 몸에 밴 귀농인에 농사를 지어 안정적인 수입을 내기 힘들다.

우선 귀촌을 한 후에 각자의 능력과 취향 그리고 지역에 맞는 작목 등을 선택하여 영농하여야 한다. 귀농귀촌종합센터 통계를 보면 귀농·귀촌 후 경제활동은 일반 직장 취업이 58%이고 자영업 및 임시직이 36% 이상이며 정작 농업경제활동은 16%에 불과하다. 즉 전문 영농인으로 수익원을 만들기 어렵다는 것을 말해주는 통계다.

두 번째 귀촌의 가장 큰 문제는 회귀 불능이다.귀촌을 결정하면 전 재산의 대부분을 귀촌 주택마련과 부지 구입에 써야 한다. 그런데 적성에 맞지않거나 사정이 생겨 살던 도시로 다시 돌아가려면 집이 팔리지 않거나 늦게나마 팔린다 해도 제값 받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당연히 셈에 밝은 귀촌 희망자들이 아예 귀촌 희망을 포기하는 것이다.

그리고 도시로의 회귀도 어렵지만 다른 곳으로의 이전도 불가능 하다는 점이다. 살던 도시로 돌아가지 않더라도 환경, 취향, 건강 등의 사유로 사는 귀촌 지역을 다른 곳으로 바꾸려 해도 경제적 능력이 없으면 언감생심이다. 올해는 바닷가에 살다 내년에는 지리산 둘레길에 살고 싶을 수 도 있는데 말이다.

이러한 문제는 제도적으로 도시나 다른 귀촌 지역으로 이전할 수 있는 조건의 단지를 만들어 운영하면 된다. 일명 '이세원' 단지로 예를 들자. 이세원 마을을 산수 좋은 전국의 각 지역에 1단지 당 200세대 이상으로 만들어 분양한다. 그래야 비슷한 도시문화를 경험한 분들이 문화 수준이 비슷하여 삶의 질이 유지가 된다.

그리고 분양조건이 가장 중요한데, 입주 후 3년 이내에 분양 취소를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즉 3년 내 분양을 취소 요청하면 분양대금의 100% 환급은 물론이고 이사비용까지 보상해주는 것이다. 이 조건을 정부나 농협 등 제도권 금융회사가 보증해준다

전국 각지 좋은 곳에 단지가 자리 잡으니 적당하게 이전도 가능하다. 이세원 입주자들은 입주 후 3년간 살아보고 계속 살 것인지 아니면 살던 곳으로 돌아가거나 다른 지역 '이세원 단지'로 이전하는 선택을 할 수 있다. 아마 계약 취소 요청도 거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귀촌 선택의 큰 문제가 해결되어 예비 귀촌 후보들이 줄을 서 있을 테니 말이다.

세 번째 안정적인 소득 만들기 어렵다.

시골에 가도 안정적인 삶을 유지하기 위하여 적정한 소득이 있어야 한다. 기존의 귀농 지원에 더하여 최근 관심이 늘고 있는 ‘스마트’ 팜을 활용해야 한다. 기계와 컴퓨터에 능하고 육체노동 경험이 별로 없는 귀농인이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영농을 개발하여 운영해야 한다.

아울러 최근 일일 거래량이 코스피보다 많으며 대세를 이루고 있는 디지털 자산을 활용한 시대에 맞는 수익원을 창출해야 한다. 귀촌해서 까지 등락폭이 크고 위험한 가상화폐 거래하며 그래프를 볼 필요는 없지만, 안정적이고 검증된 디지털 파밍(마이닝)은 잘 연구하여 새로운 귀농·귀촌 수익원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네 번째로 농촌에 검증된 베이비붐 세대 산업역군과 같은 양질의 인력이 많이 투입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위에서 언급한 세 가지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러면 농촌인력도 풍부해지고 아울러 당면한 자영업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한국은 자영업자가 너무 많다. 당연히 정확한 처방은 먼저 자영업자를 줄이는 것이다. 2018년 기준 총 취업자 수 2,682만 명이고 자영업자와 564만 명과 무급 가족종사자 수는 25% 이상으로 670만 명이나 된다.

OECD 평균인 15.3%보다 약 10% 높고, 미국보다 약 4배, 일본보다는 2.5배로 아주 높은 편이다. 최소한 지금보다 25%인 약 150만 명의 자영업자를 줄여 약 400만 명 수준으로 만들어야 한다. 언제까지 창업 후 3년 이내에 80% 이상이 문을 닫거나 업종을 바꾸는 일을 되풀이할 것인가?

최근 코로나로 자영업자들의 줄도산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긴급재난지원금으로 최선을 다하지만, 시간 벌기이지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다. 자영업자 수를 이번 기회에 줄여야 한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바로 넘치는 자영업자 일부를 농촌으로 갈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농촌 살리기 중심에 농협이 있어야 한다.

현재의 거대 농협은 1961년 농업인구가 전체 인구의 55% 이상이고 농업 위주의 1차 산업이 40%를 상회할 때 농업 육성 및 농민 보호를 위하여 만들었다. 정부가 은행과 지역 상호금융업을 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현재 농촌의 고리 문제를 해결하기 설립한 농협의 자산규모는 600조 원에 달하며 전국 1118개 농·축협의 3556개 지점을 통해 농촌·산간·도서 지역에까지 밀착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농협 조합원 수는 어린이를 포함한 전체 농업인구와 비슷한 212만 명이다. 농민이 생산한 농축산물 등을 팔거나 농자재를 공급하는 경제 규모는 연간 80조 원을 넘고 농협 하나로마트는 2220곳이나 된다.

NH농협금융지주 계열사의 점포수도 NH농협은행 1132곳을 포함해 NH농협생명·NH농협손해보험·NH투자증권·NH농협 캐피털·NH저축은행 등 1367곳에 이른다. 농업인구의 5%가 넘는 12만 명의 직원이 근무한다. 농협은 자산규모 879조 원과 16만 명 직원을 보유한 삼성그룹과 맞먹는 거대기업이다.

농협이 농촌 살리기에 앞장서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따라서 농협이 농촌으로 도시인이 마음 놓고 귀농·귀촌할 수 있도록 단지형 농촌 주택 제도 마련에 효과적인 개선방안과 지원책을 내놓아야 한다.

사실 농협이 지닌 거대한 몸집에 비하여 위에서 언급한 환류 및 이전이 가능한 농촌 주택에 대한 제도적 보완책은 미미한 일이고 본연의 금융 및 경제사업에도 적합한 일이다. 이 것만 제대로 돼도 농촌은 활성화되고 농협 발전에도 선순환 구조의 근간이 된다.
농촌은 엄마다. 언제나 힘이 들면 포근히 안아준다. 쉴 수 있고 배고프면 밥을 주는 곳이 되어야 하는 시골, 농촌이다. 그리고 조용히 자연으로 돌아가 묻힐 곳도 그곳이다. <한경닷컴 The Lifeist> 박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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