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연정 협상 '빈손'…'1년간 총리 양보' 제안도 불발

4일 자정 연정구성 기한 만료…'반네타냐후 블록'에 넘어갈 듯
이스라엘 최장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의 재집권 계획에 '빨간불'이 켜졌다. 4일(이하 현지시간) 현지 언론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연정 구성을 위해 주어진 28일 동안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크네세트(의회) 과반 의석(61석)에 9석이 모자란 52석의 우호 지분으로 지난 6일 연정 구성 권한을 받은 네타냐후 총리는 그동안 '우파 연정' 구성을 위해 뛰었다.

그러나 아랍계 정당을 거부하는 우파 우호세력 때문에 운신의 폭이 좁았고, 막판에는 유대교 축제에서 압사 사고가 터져 협상이 전면 중단되기도 했다. 네타냐후는 연정 구성 시한을 하루 앞둔 3일에는 극우 성향의 나프탈리 베네트 '야미나'(뉴라이트) 대표의 '순번제 총리' 제안을 수락하고 최초 1년간 총리직을 양보하겠다고 밝혔다.

베네트가 주도하는 야미나는 의석이 7석에 불과하지만, 제3지대에서 친네타냐후블록은 물론 반네타냐 블록과도 접촉하면서 연정 구성 국면에서 영향력을 키웠다.

어쨌든 지난 2006∼2008년 당시 야당 지도자였던 네타냐후의 수석보좌관으로 일했던 베네트 대표는 그런 제안을 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또 베네트 대표는 사상 최악의 정치 혼란을 끝내는 것이 우선이라며, 네타냐후가 확실하게 과반 의석을 확보하는 경우에만 그를 지지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날 밤 12시가 되면 네타냐후 총리에게 주어진 정부 구성 권한은 소멸한다.

그 전에 네타냐후 총리가 다른 '깜짝 카드'를 꺼내들 수도 있고, 2주간 연정구성 시한 연장을 신청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연정 협상에서 다른 돌파구가 열릴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고, 레우벤 리블린 대통령도 네타냐후에게 더는 시간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리블린 대통령은 과반 확보 능력이 없는 네타냐후가 시간을 끌면서 또 한번의 총선을 유도하려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정부 구성 권한을 다른 정당에 넘길 가능성이 크다는 게 현지 언론의 분석이다.

이 경우 '반네타냐후 블록'을 주도하는 중도 성향의 야이르 라피드 '예시 아티드'(17석) 대표가 연정 구성 권한을 넘겨받을 가능성이 크다.

채널13 방송에 따르면 라피드 대표는 '킹 메이커'로 부상한 베네트에게 2년 3개월간의 총리직 이후 외무장관 보장, 베네트가 대표로 있는 야미나에 내무부 장관을 포함한 각료직 3∼4개를 주는 권력분점안을 제시했다.
이스라엘은 지난 2년간 무려 4차례나 총선을 치렀다.

2019년 4월과 9월 총선 후에는 정당 간 이견으로 연립정부 구성이 불발했다.

지난해 3월 총선 후에는 네타냐후의 리쿠드당과 베니 간츠 국방부 장관이 주도하는 중도성향의 '청백당'이 코로나19 정국 타개를 명분으로 연정을 구성했다.

그러나 성향이 다른 두 연정 파트너는 사사건건 갈등했고, 결국 예산안 처리를 둘러싼 양당의 갈등 속에 연정은 출범 7개월 만에 파국을 맞았다. 이번에도 연정 구성에 실패하면 무려 5차례나 연거푸 총선을 치르는 상황을 맞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