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쌀·가공식품 줄줄이 올라…경제 막 온기 도는데, 물가부터 '펄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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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 경고음천일염 20㎏ 도매가격이 최근 1만5000원으로 뛰었다. 지난해 5월에는 9000원이었다. 1년 새 66% 급등했다. 김장철이 아닌 시기에 소금 가격이 치솟은 것은 이례적이다. 천일염 가격 급등으로 당장 김치제조업체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김치 가격이 오른다는 얘기다. 농산물 가격 동향을 알려주는 ‘팜에어·한경 한국농산물가격지수(KAPI: Korea Agricultural product Price Index)는 최근 4년 중 5월 평균 최고치를 기록했다.
4월 소비자물가 2.3%↑
3년8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
천일염 가격 1년새 60% 급등…쌀 16%·삼겹살 13% 올라
원재료값 치솟자 도미노 인상…즉석밥 12%·막걸리 23%↑
공공요금도 올라…서울 가정용 수도료 3년간 39% 인상
쌀, 김치, 계란, 삼겹살 등 ‘밥상 물가’가 요동치고 있다. 작황 부진, 동물 감염병, 국제 원자재가격 인상 등 3대 악재가 겹치면서 생활 필수재 가격을 밀어올리고 있다. 원유와 철광석 등 원자재는 물론 플라스틱 주원료인 에틸렌 등 중간재 가격까지 동반 상승하면서 물가를 자극하고 있다.본격적인 물가 상승 초입에 들어서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확장 재정이 ‘인플레이션 유탄’으로 되돌아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소금 가격 급등에 김치 가격도 ‘꿈틀’
천일염 가격이 60% 급등한 가장 큰 이유는 지난해 여름 긴 장마와 태풍으로 염전이 큰 타격을 받아서다. 한 식품업체 구매 담당 임원은 “작년 여름 집중호우와 태풍으로 염전이 잠겨 천일염 생산량이 예년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4분기부터 치솟은 소금 가격 상승세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최근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결정 소식이 알려지자 중간 유통업체들이 소금 사재기에 나서는 것도 가격을 자극하는 요인이다.소금 가격 급등에 중소 김치제조업체들은 울상이다. 소금이 김치 제조원가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한 김치제조업체 사장은 “소금 가격이 그야말로 금값이 됐다”며 “소금 공급 절벽이 계속해서 이어지면 김치 가격도 올릴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쌀 가격도 치솟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올 들어 이달까지 쌀 20㎏ 평균 소매가격은 6만69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평균(5만3638원)에 비해 12.0% 올랐다. 도매가격도 같은 기간 4만9872원에서 5만7699원으로 15.7% 상승했다. 달걀 가격도 여전히 고공행진이다. 평년 5000원 내외였던 달걀 한 판의 소비자가격은 아직 7500원 선을 유지하고 있다. 국민들이 가장 많이 찾는 육류인 삼겹살은 ‘금겹살’이 되고 있다. 이달 100g당 삼겹살 소비자 가격은 2405원. 전년 평균(2122원)보다 13.3% 올랐다.
서울시 수도요금까지 덩달아 오른다. 서울시는 오는 7월부터 9년 만에 수도요금을 인상한다. 현재 t당 565원이던 판매단가는 올해 590원, 2022년 688원, 2023년 786원으로 인상된다. 3년간 39.1% 오르는 것이다. 농산물 가격 동향 종합지표인 KAPI는 지난 3일 116.9를 기록했다. 최근 4년간 5월 평균 수치 중 최고치다.
“가공식품까지 도미노 가격 인상”
원재료 가격이 치솟자 가공식품 가격도 연쇄적으로 오르고 있다. 쌀 가격 상승으로 CJ제일제당과 오뚜기 등은 지난 2월 마트와 편의점에서 즉석밥 가격을 7~12% 올렸다. 편의점 막걸리 가격은 1300원에서 1600원으로 뛰었다. 꿀호빵 등 유통 채널에서 주로 판매하는 SPC삼립과 롯데제과의 양산빵까지 3월부터 각각 8% 올랐다. 풀무원과 CJ, 대상 등은 브랜드 두부 가격을 10~15% 올렸다.라면까지 인상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표 서민 음식인 라면은 식품업체들도 ‘민심의 역린’을 건드릴 수 있어 가격 조정에 신중한 식품이다. 하지만 밀 가격 고공행진이 지속되자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그동안 눈치싸움을 하던 가격 인상을 미뤄온 식품업체들은 한계치에 도달했다며 인상불가피론을 강조했다.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이미 원가 부담이 적정 이윤을 남길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며 “원가 상승 부담을 견디지 못한 업체가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 도미노처럼 가격 인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종관/노유정/안대규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