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카드 최고재무책임자 문동권 부사장 "데이터 재테크 신사업 개척…금융소비자와 수익 나누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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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 사업 수익성 하락 불가피“신용카드에 대한 매출 의존도는 기존 90%에서 이제 50% 중반으로 내려왔습니다. 대신 플랫폼 수익 비중을 20%로 늘릴 계획입니다.”
플랫폼 수익 비중 20%로 확대 계획
신용정보로 맞춤형 자산관리 제공
보험·대출 중개 신사업도 나설 것
플랫폼 문화·신사업 속도내기 위해
업무 프로세스 대폭 손질 중
문동권 신한카드 부사장은 지난 3일 서울 을지로 본사에서 한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2019년부터 신한카드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일해온 문 부사장은 지난해 12월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카드사의 주요 수익원인 신용·체크카드 가맹점 수수료가 낮아진 가운데서도 회사 실적 개선을 이끈 공로를 인정받은 덕분이다. 신한카드의 1분기 순익은 168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8% 증가했다. 수익성을 나타내는 대표적 지표인 총자산순이익률(ROA)도 1.94%로 전 분기 대비 0.13%포인트 끌어올렸다.그럼에도 문 부사장은 “수익성 하락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어두운 전망을 내놨다. 올 연말 예정된 가맹점 수수료율 재산정으로 내년부터 카드사가 결제 수수료를 통해 낼 수 있는 수익은 거의 ‘원가’ 수준에 도달하기 때문이다. 또 내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기준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신규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수익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문 부사장은 먹거리의 양대 축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사업의 기본 틀을 바꾸는 혁신만이 유일한 활로라고 강조한다. 문 부사장은 “플랫폼 수수료는 자산으로 잡히지 않지만 고스란히 수익으로 돌아온다”며 “사업을 플랫폼으로 전환해야 ROA 5%, ROE 10%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신한카드는 간편결제 앱인 ‘신한페이판’을 운영하고 있다. 한 달에 한 번 이상 사용하는 월사용자(MAU)가 510만 명에 달하는 플랫폼이다. 신한카드는 다음달 기존 간편결제 앱인 신한페이판에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를 바탕으로 한 자산관리 기능을 추가한 뒤 이름도 바꿀 예정이다. 금융소비자가 은행·보험·카드사 등에 흩어진 자신의 신용정보를 신한카드에 집중하는 데 동의하면 신한카드는 이 데이터를 분석해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또 자신이 금융권에 가진 모든 계좌에서 결제 및 송금을 할 수 있도록 마이페이먼트(지급 지시 전달) 기능도 추가하기로 했다. 비회원도 휴대폰 인증을 거쳐 간편하게 가입하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개방형 플랫폼이다.
금융소비자가 자신의 신용 정보를 신한카드에 주지 않겠다고 하면 플랫폼만 만드는 것으론 한계가 있다는 게 문 부사장의 진단이다. 그는 “플랫폼은 (금융사가) 정보를 얻는 대가로 금융상품을 판매하겠다는 것”이라며 “결국 ‘내 정보를 줘도 좋다’는 승낙을 금융소비자로부터 받아야만 승산이 있다”고 했다.그는 이를 위해 ‘데이터 재테크’ 개념을 꺼내들었다. 문 부사장은 “금융소비자가 제공한 신용정보의 대가를 돈으로 지급할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고객도 금융 혁신 서비스의 과실을 공유할 수 있게 된다”고 했다. 신한카드는 현재도 카드 결제 데이터를 금융 데이터거래소에서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40억원의 매출을 냈고, 올해는 80억원이 목표다.
문 부사장은 “신사업으로 돈을 버는 데 3년이 걸린다”며 “플랫폼이 보험과 대출 중개 등으로 수익을 낼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신한카드는 올해 대출 중개서비스에 저축은행 등 10개 이상의 금융회사를 유치할 계획이다.
플랫폼에 붙일 수 있는 소규모 사업도 신한카드 개발팀에서 잇달아 구체화되고 있다. 개인사업자 신용평가 시스템인 ‘마이크레딧’과 소액 주식투자 서비스인 ‘마이투자’ 등 9개 사업은 지난해 금융위원회에서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되기도 했다.이런 혁신에 속도를 내려고 만든 조직이 내부혁신가속협의회다. 문 부사장은 “두 달에 한 번 관련 부서가 모두 모여 안건 발표 없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고, 기존 혁신금융 아이템을 지원할 수 있도록 협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회사 내부 업무 프로세스도 플랫폼 회사에 걸맞은 속도를 낼 수 있도록 바꿨다. 그는 “신사업은 속도가 생명”이라며 “최근 10년간 손을 대지 않은 위임 전결 규정도 대폭 뜯어고쳤다”고 말했다. 위임 전결 규정은 부사장, 본부장, 팀장, 부부장 등이 사장 대신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권한의 범위를 담고 있다. 문 부사장은 “그룹장 전결 사항이 70%였는데 지금은 20~30%대로 내려갔다”며 “현장의 반응이 좋다”고 귀띔했다.
직원 의견을 가감 없이 들을 수 있는 내부용 ‘블라인드’도 생겼다. 기존에도 익명게시판인 ‘대자보’가 있었지만, 회사 내부에서 운영하는 탓에 보안성을 우려한 직원들의 외면으로 활성화되지 못했다. 새로 만든 ‘디톡스’는 구글 서버에서 운영되며 경영진 접근이 차단돼 있어 자유로운 소통이 가능하다는 게 문 부사장의 설명이다. 그는 “회사 문화를 바꿔 플랫폼 회사로 가기 위한 시도”라고 했다.
박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