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석칼럼] 비타민C와 코로나 경제, 글로벌 금융위기 예방사례 교훈 삼아야

한경닷컴 더 라이피스트
버블은 일단 터지면 수습하기 힘들다. 코로나 경제, 예방하는 일이 수습하는 일보다 더 중요하다.
세간의 효험 여부 논쟁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비타민C의 효능을 믿고 유일한 보약처럼 식간(食間)에 복용 한지 20여 년이 되었다.

특히 거의 걸리지 않는 감기와 몸살이지만 수삼 년에 한두 번씩은 감기몸살의 징후를 느낄 때 오렌지 쥬스 등과 같이 알약 비타민C를 평소보다 서너 배 이상 투약하면 신기하게도 그냥 지나간다. 바이러스가 몸에 자리 잡기 전에 비타민C가 강력하게 감기 바이러스를 내치기 때문이라고 알고 있다. 그래서 주변 지인 중에 기침하거나 콧물, 두통 등 감기 초기 징후가 표시가 나는 사람이 있으면 거의 반강제적으로 애원하며 가지고 있는 비타민C를 무상으로 전해준다. 그리고 세세하게 복용방법을 알려준다.

다음날 다시 만난 지인 대부분은 감기에 대하여 아무런 말을 하지 않는다. 즉 비타민C의 약발이 받아 감기몸살 기운이 쓱 지나간 간 것이다. 필자가 ‘몸은 좀 어때요?’ 하고 물으면 그제야 괜찮다고 답하며 그것으로 끝이다.

감기몸살이 제대로 자리를 잡아 된통 고생하다가 병원에서 주사 맞고 약 먹고 차도가 생기면 의사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그런데 비타민C 덕에 감기몸살이 그냥 지나갔으니 예방해준 비타민C에 대한 고마움을 알지 못하는 것이다. 한 알에 몇십 원짜리 비타민C가 얼마나 섭섭했을까?

글로벌금융위기 예방 성공한 한국

2000년대 초반 IT 버블 붕괴, 911 테러, 아프간·이라크 전쟁 등으로, 미국 경기가 악화하자 이에 미국은 경기부양책으로 초 저금리 정책을 펼쳤다. 이에 따른 부동산 상승기에 금융회사들이 앞다투어 저 신용자들에게 무리하게 집값 이상으로 주택담보대출을 퍼부었다.

또 수익에 눈먼 대형 은행 등은 이미 주택 가격을 넘어선 주택담보대출 기초자산을 또 초과하여 유동화 증권을 발행하였고, 드디어 2008년 9월 미국의 투자은행 Lehman Brothers가 파산하면서 글로벌 금융 위기가 닥쳤다.

이로 인해 미국을 비롯한 세계 주식시장은 역사상 가장 짧은 시간에 가장 깊은 폭락을 기록했고, 이른바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2010년대 초 유럽의 재정 위기를 불러왔다.또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09년에 개발도상국 경제는 2.8 % 성장하는 데 그쳤고, 선진국 경제는 3.4 % 축소됐다. 아울러 6년간의 견실한 성장을 이어온 글로벌 경제 확장 시대는 종말을 고하는 등 유럽,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 나라는 큰 경제적 타격을 입었다.

당시 미국 유럽 등과 비교하면, 우리 경제는 매우 적극적인 재정, 통화 정책과 통화 스왑 등 글로벌 정책 공조를 통해서 2009년에 이미 빠른 속도로 회복해 정상을 유지하였다. 우리나라는 국제 신용평가사나 국제기구들로부터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를 가장 잘 극복한 국가로 인정받고 있다.
여기에는 임태희 전 장관(전 고용노동부 장관, 현 한경대 총장)이 핵심적으로 선제적 방어를 잘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당시 주택금융공사 재직 중이던 필자는 잘 알고 있다.그 당시 경제통인 임태희 대통령 비서실장은 금융, 경제 등 제반 현황 등을 세세하게 파악하면서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미국이나 유럽과 달리 가계 및 금융기관 부실이 거의 발생하지 않도록 LTV(담보대출비율)나 DTI(부채상환비율) 등을 적정하게 유지하는 정책을 선제적으로 적극 추진하였다.

그 결과 한국은 미국 등과 같은 집값을 초과해 대출해주는 서브프라임 사태는 아예 발생하지 않았다. 당시 한국 주택담보대출 LTV가 60% 수준으로 미국의 100% 심지어 120%와 같은 유형의 초과 대출이 생길 리 없었기 때문이다.

또 극심한 경기침체에 대응해 SOC 투자 확대, 일자리 창출, 자동차 관련 세제 지원, 재정 조기 집행 등 확장적 재정정책을 적극적으로 시행함으로써 성장률을 높이는데 실질적인 사령탑 역할을 했다.

그러나 대다수 국민은 비타민C와 같이 선제적 예방에 성공한 임태희 전 장관에게 고마워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그런일이 있었는지도 잘 기억하지도 못한다. 왜냐하면 심하게 당한 것이 없으니 당연 한 것이리라.

벌써 24년 전일이지만 한국은 97년 말에 기아 한보 사태로 촉발된 IMF 외환위기를 혹독하게 치르면서 무수한 희생을 감수해야 했다. 필자는 대표적으로 희생된 동남, 대동 등 5개 은행연합회 사무총장으로서 그 당시를 돌아보면 그 당시 정부가 IMF 위기를 미리 알지도 못했고, 따라서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이 사전에 선제적 예방을 못 한 일이 너무 가슴아프다.

그래서 일 터지기 전 예방하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 정부의 역할 인지 뼈저리게 체감한 경험자다.

그런데 작금에 벌어지는 코로나 경제 현실이 예사롭지 않다.

대한민국은 백신 조기 확보에 실패하여 집단면역 국가가 빨라도 올해 11월이나 되어야 한다고 정부는 발표했다.

코로나 백신 접종 지체로 지속적인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일상 복귀 시점이 늦어지고, 경기 부진의 장기화는 불 보듯 뻔하다. 이에 따른 자영업자 생존을 위한 긴급재난 지원금의 5차 등 후속 지급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는 연속적인 막대한 재정지출로 국가 부채 급증으로 이어진다.

실외에서 마스크를 벗어던진 이스라엘, 영국 등 집단면역 국가와 왕래를 할 수 없게 되어 무역으로 먹고사는 한국의 해외 비즈니스 장애로 수출입 차질이 생기게 된다. 그러면 한국 경제기반이 흔들리게 된다.

이는 일자리 감소와 소득 감축으로 꼬리를 물게 되고 청년 일자리는 직격탄을 맞게 된다. 청년들의 일자리 감소와 소득 축소는 곧장 저출산으로 이어진다.

저출산율은 이미 198개 국가 중 198위로 2년 연속 1위이다. 더불어 청년실업은 ‘세대 단절’이 되어 국가 인력 선순환이 끊기고 만다. 기업의 수지 악화와 국민 소득 감소로, 정부 재정지출의 한계는 개인이나 기업의 파산 등으로 연결되고 바로 집값과 주식의 폭락으로 연결되면 최악의 버블 붕괴 사태가 올 수 있다.

이어서 주택담보대출, 개인 및 자영업 대출을 해준 은행들은 큰 타격을 입게 되고 그 피해가 연속되어 국가 경제는 하나씩 허물어지게 된다. 실제 지난해 초부터 이미 코로나로 인하여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대출 원금과 이자까지 상환을 유예해주고 있는데 이를 올해 9월까지 연장하고 있다.

은행들은 이미 언제 터질지 모를 잠재 부실대출인 시한폭탄을 안고있는 형국인데 지난 2월 코로나 상황에서는 은행대출 원금 감면을 하자는 법안까지 발의되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자영업자 대출(개인사업자 대출+가계대출) 잔액은 803조 5000억 원으로 추정된다. 개인사업자 대출을 받은 자영업자 254만 4583명 중 19만 9850명(약 8%)이 다중채무자다. 자영업자 10명 중 1명가량이 여러 금융사 빚에 허덕인다는 얘기다.

98년에 경험한 IMF 외환위기 사태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이 악순환되면 국가의 성장 동력은 식어버리거나 꺼지게 된다. 식거나 죽은 엔진을 다시 살리려면 일본의 예를 보듯이 수십 년이 걸려야 회복이 가능한 국가 재앙 상태에 빠지게 될 수도 있다. 암담한 시나리오다.

버블은 일단 터지면 수습하기 힘들다. 대통령과 해당 부처 장관을 비롯한 공무원들은 온 힘을 다하여 일이 터지기 전에 코로나 경제 부진 장기화가 무난하게 지나갈 수 있도록 예방조치를 철저히 해야 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선제 예방을 교훈삼아야 한다.

내년 대선에서, 국가지도자 융합적 능력 2030 등 MZ 세대들 잘 살펴야

국가지도자는 필자가 보기에 시대 상황에 따라 크게 세 가지 유형이 있었다. ① 코로나 같은 미증유의 난세를 잘 헤쳐나가는 위기관리형이 있고, ② 팽창한 국가를 현재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잘 관리해나가는 관리형 리더, ③ 좋은 일자리 많고, 먹고 살기에 편안하게 앞을 내다보고 국가를 발전적으로 이끄는 미래형 리더가 있다.

그러나 사차 산업혁명 시대, 디지털 경제시대, 미·중 패권 신 냉전 시대와 같은 복잡 다변하는 현대에는 위 세 가지 능력을 다 갖춘 융합협 지도자가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국가지도자의 권력 행사 방식도 권위형, 민주형, 자유방임형 중 어느 한 스타일을 고수할 것이 아니라 상황과 지도자의 전문성 부문에 따라 유연하게 행사할 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일어날 일을 예측하고 사고, 사태를 미리 예방하는 일은 어떤 국가지도자에게도 기본 중의 기본 책무이다. 불쑥 큰일이 터지면 어떤 유형의 리더도 결국 새로 생긴 돌발 상황에 집중하느라 당면한 다른 일들은 모두 뒷전으로 밀리기 때문이다.

국민도 이제는 사태 발생 후 수습을 잘하는 리더, 일을 잘 벌리는 리더 만큼 묵묵히 사전 예방하는 지도자를 높이 평가하고 기억해야 한다. 당연히 막을 수 있는 일을 막지 못한 책임은 국가와 국민에게 큰 해를 입히기 때문이다.

내년에 뽑힐 대통령은 이런 자질을 충분히 가진 지도자가 한국에서 나오기를 기대한다. 특히 내년 선거에 키를 잡은 2030 등 MZ 세대들이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한경닷컴 The Lifeist> 박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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