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곽동연 "'빈센조' 시즌2 나오길…영혼 돼서라도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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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빈센조' 장한서 역 배우 곽동연tvN '빈센조'는 끝났지만 곽동연은 남았다. 2012년 KBS 2TV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서 귀여운 백치미를 보여준 장군이로 깊은 인상을 남기며 데뷔한 곽동연은 '빈센조'에서 이복형 장준우(옥택연)의 대리인으로 살며 각종 악행을 저질러온 장한서를 연기했다. 섬세한 연기력으로 섬뜩함과 처연함은 물론 코믹과 멜로까지 표현한 곽동연에게 각종 찬사가 쏟아졌다. 올해로 데뷔 10년차. 꾸준히 쌓아온 연기력이 드디어 빛을 봤다는 평이다.
섬세한 연기, 악역이지만 응원 받아
올해 데뷔 10년차…"'빈센조' 제 인생 터닝 포인트"
10년 동안 쉼 없이 연기했지만 곽동연의 나이는 이제 겨우 24세. '어린 회장'이라는 표현이 있지만 그럼에도 한 그룹을 이끄는 총수의 모습을 곽동연은 어색함 없이 표현해 냈다. 폭력적인 형에게 매번 맞으면서, 그 화를 자기보다 약한 사람들에게 푸는 전형적인 '강약약강'의 캐릭터였지만, 장한서는 오히려 동정심을 자아냈다. "작품을 시작하기 전 '한서가 불쌍하다'는 반응을 얻었으면 했다"면서도 "조금만 착하게 살았으면, 안죽었을 텐데 고생이 많았다"는 유쾌한 종영 소감을 전한 곽동연이었다. "송중기 찬양은 3일 내내하고도 6시간은 더 할 수 있다"고 '형님 바라기'의 면모를 보이고, "제 연기 인생은 '빈센조'와 김희원 감독님의 만나기 전과 후로 나눌 수 있다"는 곽동연은 그래서 행복했던 시간이었다고 '빈센조'에 대한 애정을 뽐냈다. 장렬한 죽음으로 퇴장했음에도 "'빈센조' 시즌2가 제작된다면 영혼으로 빈센조 옆에 딱 붙어 나오겠다"고 말할 정도. ▲ '빈센조'가 끝났다.
빈센조를 사랑해주시고 응해주셔서 감사하다. 7개월~8개월 정도 촬영했는데 항상 즐겁고 행복했다. 그래서 되세겨도 즐거운 추억이 될 거 같다. ▲ 시청률은 만족하나.
더 많이 나와서 40%, 60% 나오면 더 좋았을텐데. (웃음) 시청률은 하늘의 영역이라고 하시지 않냐. 그리고 넷플릭스로 동시방영을 하고 있고, 드라마 본방사수 보다는 다시보기나 OTT로 보는 분들이 많았다. 크게 아쉽진 않다.
▲ '빈센조' 방영 내내 칭찬을 많이 받았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이 있었을까. 일단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칭찬의 말씀을 해주시고 예뻐해주셔서 기분좋았다. 저는 이렇게 사전 제작 형식의 드라마를 오랜만에 해서 시청자들의 피드백을 즉각 체득할 수 없는게 낯설었다. 어떤 시각에서 제 캐릭터를 보시는지 의문을 가졌다. 그럼에도 반응을 보면서 '내가 틀리지 않았구나'라는 확신을 갖게 됐고. 응원해주시고 즐겨주시는 분들이 더 많기 때문에 힘이 났던거 같다.
▲ 스스로 분석한 장한서는 어떤 인물이었나.
극중에서 여러 모습을 보여줬다. 그 중에서 저는 핵심 키워드는 '생존'이었다. 한서는 살아가고 있지만, 형이라는 존재에 지배당해서 주체적인 의식이 없는 삶을 살았다. 산 송장같은 사람이지 않았을까. 한서에게 그 부분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빈센조에게 동경을 느끼는 부분도 '아, 저사람이면 살 수 있겠다' 이 부분이라 여겼다. ▲ 한서에게 연민을 느꼈나.
저도 한서 또한 악인일 뿐이라 생각했다. 절대악의 지배를 받지만 변명거리일 뿐이지 않나. 그런데 5회에서 한서의 과거가 나왔다. 아버지가 살해당하는 장면을 보고 한발자국 떨어져서 봤을 때 '학습된 악'이라는 생각을 받게 됐다. 그래서 빈센조를 만나고 금가프라자 사람을 만나며 변화하는게 안쓰러웠다.
▲ 한서는 안하무인 재벌2세와 형 앞에서는 주눅 드는 양극단에 놓인 캐릭터다. 성향이 다른 두 캐릭터를 오가면서 가장 신경쓴 점이 있다면?
형이 저에게 절대 권력을 행사하고, 신체적 폭행을 하고 저라는 사람을 굴복시켰다. 그걸 체감해서 저런 권력자가 돼야만 살아남는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그래서 타인 만날 땐 '맨날 형에겐 엎드려 살지만 난 고귀한 재벌이야'라고 합리화를 하며 살아온 거 같다. 그렇게 분석했다.
▲ 송중기 배우, 옥택연 배우, 조한철 배우, 김여진 배우와 마주하는 신이 많았는데 어떤 배우들이었나.
정말 행복했다. 기라성같은 선배들이었다. 송중기 선배는 빈센조에 어울리는 그 자체였다. 항상 사람을 챙기고, 불편해하지 않는지 그걸 챙겼다. 까마득한 후배, 막내임에도 제가 생각한 것들 애드리브를 모두 포용해주셨다. 많은 분들이 좋아해준 장면 중엔 배려 덕분에 탄생한 것들이 많았다. 온화하고 행복한 작업 현장을 구현해주신게 여진 선배, 한철 선배였다. 택연 형은 에너지가 넘친다. '안 힘들다'고 하더라. 현장이 좋고 드라마가 좋다고 하더라. 그런 프로페셔널하는 모습, 섬세한 모습이 선배님의 매력이다.
▲ 빈센조에게 반해서 고백하는 아이스링크 장면도 화제가 됐다.
처음엔 아이스링크가 낯설었는데, 송중기 선배님을 보니 반하겠더라. 풋풋한 멜로가 됐다. 원래는 '멍청한 거 알려줘서 고맙다'고 하는 장면이었는데, 센조형의 박력이 느껴져서 저도 모르게 고백을 할 거 같더라. 다시 한 번 반했다.
▲ 다른 작품에서도 형들과 돈독한 우정을 이어왔는데, 송중기 형과도 그런가.
저희 현장의 모든 선택과 배우는 모두 중기 선배에게 설렜을 거 같다. 부드럽고 섬세한 배려에 한 번도 힘들거나 부정적인 걸 내색하지 않았다. 남녀노소 누가 봐도 멋있었다. 송중기 형에 대한 칭찬은 3일 하고도 6시간 동안 할 수 있다.
▲ 브로맨스가 잘 붙는다는 평이 많더라.
저보다 형인 분들과 연습생부터 시절부터 시작했다. 동갑보다 형들과 관계를 발전시키는게 편하다. 그래서 브로맨스가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거 같다. 상대방인 형에게 맞추는 타입이다. ▲ 아이돌 연습생 출신인데, 이제 누가 뭐래도 완벽한 배우다.
너무 감사하다. '연습생 출신인지 몰랐다'는, 그런 말을 듣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사실 저에겐 얼마 전까지 숨기고 싶은 일이었다. 연기와는 관련 없는 외부에서 굴러온 돌 같은 느낌이라. 그런데 생각해보니 연습생을 하면서 얻은 게 있었다. 끈질기게 하고, 노력하면서 얻는 성취감은 아이돌 연습생을 하면서 얻는 거다. 그때 배운 노하우와 지혜를 이용해 더 좋은 배우로 인식할 때까지 열심히 하겠다.
▲ 노래하는 무대에 대한 갈증은 없나?
무대는 연극과 무대에 섰지만, 언젠가 배우로서 스스로 자리를 잡고, 안정적이라고 느낄때 다시 서고 싶다. 전 여전히 악기와 음악은 좋아한다. 뜻이 맞는 친구들과 소소하게 밴드로 하고 싶다는 생각은 한다.
▲ '빈센조'에 대한 반응이 좋으니 시즌2를 기대하는 사람들도 여럿이더라.
너무 꿈같은 일이다. 꼭 이뤄졌으면 하는 소망이다. 배우들도 염원하고 있다. 생각하고 있는 시즌2라면 대한민국엔 여전히 제2의 바벨이 많으니 빈센조가 그들을 깨부숴줬으면 좋겠다. 시즌2에 다 계획이 있다. 특수 분장을 하고 영혼이 돼 빈센조 옆에 붙어다닐 예정이다.
▲ 힘들진 않았나. 많이 맞고, 매운 것도 많이 먹고.
그동안 제가 했던 작품 중에 제일 많이 맞았다. 형이 만나기만 하면 뺨을 때리고, 배를 치고, 머리를 때리고, 하키 채로 때리고, 정강이를 차고. 그렇게 맞으니 자존감이 떨어지더라. 모욕감을 느꼈다. 좌절감을 느낄 최대한 센 액션들을 상의해서 만들었다. 그렇게 뺨을 치고 볼을 꼬집히니 모욕감이 느껴졌다. 한 번 하고 끝난 게 아니라 한신을 찍으면 수도없이 반복되니까 우울감이 실제로 느껴졌다. 매운건 제가 '맵찔이'라 제작진 분들이 안 매운 짬봉으로 준비해주셨다.
▲ 어린 회장이지만 '이렇게 어릴 줄 몰랐다'는 반응도 많았다.
성숙함 보여주기 위해 고민한 지점은 없었다. 나이를 보시고 놀란 것에 뿌듯했다. 성숙한 얼굴을 주신 부모님께 감사한 마음으로 촬영에 임했다.(웃음) 어려보이지 않기 위해서 최대한 마인드적으로 성숙하게 생각하려 노력한 시간이 있었다.
▲ 데뷔한 지 10년 차라 그런 게 아닐까.
부끄럽다. 5년 차로 넘어갔으면 한다. 10년 된 걸 다들 몰랐으면 한다. 여기까지 온 큰 이유는 이 일을 사랑해서인 거 같다. 연기 하면서 많은 걸 얻고 매 순간 즐겁고, 잘하고 싶고, 끝을 보고 싶다는 욕망이 있다. 어릴 때 오디션 계속 보고 이럴 땐 독기가 원동력이었다. 과하지 않은 욕심이 원동력이었다고 생각한다.
▲ 여전히 평생 배우가 하고 싶은가?
그 생각엔 변함없다. 매 작품을 목숨 걸고 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만족하지 못하는 한 신 때문에 괴로워하고 스트레스 받고 하다보니 잘못하면 지쳐서 떨어져 나가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이미 촬영하고 지나간 건 어쩔 수 없으니 그 부분에 매달리기 보단 열심히 다음을 위해 노력하는 쪽으로 바꿨다. 스스로에게 박하고 채찍질하는게 좋은 배우가 되는 길이라 생각했는데 이젠 칭찬해주시면 감사하게 듣는다. 스스로를 유하게 대하는 태도가 이 일을 사랑하며 하게 된 거 같다.
▲ 배우로서 목표가 있다면?
시청자들에게 질리지 않는 배우가 되고 싶다. 10년, 20년 앞으로 쭉 하면서 곽동연이 나오면 '이번에 또 뭔가 새롭네' 이렇게 기대감을 드리고 싶다.
▲ '빈센조'를 하면서 배우로서 성장한 지점이 있을까.
선배들과 감독님을 만난게 가장 큰 성과였고 성장이었다. 김희원 감독님은 제 연기 인생의 전후로 나뉠 거 같다. 정말 너무 존경하고 감사하다. 어떤 연기를 해야하는지, 어떤 면을 짚어야 하는지, 배우로서 어떤 마음으로 봐야하는지, A부터Z까지 모두 감독님만의 노하우를 전수받으면서 감사했다. 장한서를 연기하며 '빈센조'를 함께하면서 따뜻한 일터, 좋은 환경에서 일하는 게 얼마나 행복한지 느꼈다. 일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저 역시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 연기도 잘하지만 SNS로도 화제가 많이 됐다.
SNS는 장단점이 있다. 팬들과 가깝게 많은 정보를 교류하고 교감하는 게 장점이고, 단점은 다양한 정보를 나눌 수 있어서 오해를 살 수 있다. 이번엔 드라마가 너무 좋아서 한 분이라도 더 봤으면 해서 홍보를 위해 SNS 활동을 시작했다. 코로나19가 지속되는 와중에 팬분들과 서로 마주할 수 있는 자리가 전무하다보니 직접 재밌는 소식을 전해드리고 싶었다. 멀리 드라마에만 나오는 애가 아니라 교감이 되는 애라고 생각하셨으면 했다.
▲ SNS에서 강아지 '절미' 예찬을 하며 만남까지 이어져 '학연지연곽동연'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성공한 팬이 됐는데, 요즘 마음이 변했다는지 게시물 게재가 뜸해졌다는 말이 나오더라.
제가 요즘은 고양이에 빠져 있다. 유튜브 채널 'haha ha' 님의 고양이들을 지켜보고 있다. 굉장히 귀여운 고양이들인데, 그 얘길 절미에겐 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 '빈센조'를 마친 후 계획이 있을까.
가장 하고 싶은 건 여행과 연애인데 물 건너 간 거 같다. 다른 작품 촬영을 시작해서 그 작품을 여행하며, 애정을 갈구하며 대리 만족하려 한다.
▲ 연기를 안 할 땐 어떻게 지내나. 여전히 클럽은 멀리하고 있나.
요즘은 연기 안 할 때 '클럽'만 간다. 헬스 '클럽', 풋볼 '클럽', 돈까스 '클럽'…죄송하다. 하키를 좋아하는데, 아이스하키는 아직 링크장이 폐쇄됐고, 사진 찍는 게 취미인데, 요즘 좋은 풍경 있는 곳은 사람이 몰려서 기피하게 된다. 산책도 눈치가 보이더라. 볼일만 빨리 보고 집으로 오고. 거의 배달 음식이다.
▲ 20대 절반이 지났다. 남은 20대의 계획이 있다면.
앞으로 꽉꽉 채워서 하고 싶은 일을 더 많이 열심히 하고 싶다. 사실 뜻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걸 느꼈다. 제가 예상치 못한 재미난 일을 많이 하고, 당황하지 않고, 스스로 잘 지탱해서 건강하고 재미나게 보내고 싶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