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 사고 이후 유명세 탄 제네시스…中·유럽 진출 "한판 붙자"

제네시스 '글로벌 브랜드' 굳힐까
美 찍고 중국·유럽시장 공략

제네시스, 올해 중국·유럽 진출 공식화

G80·GV80 등 해외 인증모델 우선 투입
내년까지 전동화 3종도 잇따라 출시

관건은 고급차 이미지 구축 여부
기능·품질 만으론 안돼…시간·공 들여야
GV80./ 사진=제네시스
2015년 현대자동차의 독립 브랜드로 출범한 제네시스가 올해 영토 확장을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달 초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 이어 '자동차의 본고장' 유럽 시장 진출을 공식화한 것이다.

당장은 BMW, 벤츠 등 유수의 글로벌 브랜드들 텃세 속에서 곧장 성과를 내긴 쉽지 않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고급차에 대해 기능 이상의 프리미엄 가치와 품위를 중요시하는 유럽 소비자들의 특성 때문이다.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까지 상당 시간이 필요하지만 제네시스는 미국 시장에서 호평을 얻은 G80, GV80 등 주력 모델로 우선 승부수를 띄운다. 향후 다양한 전동화 라인업을 투입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유럽 프리미엄 친환경차 시장까지 공략할 계획이다.

올해 세계 최대 車시장 유럽·중국 진출 공식화

현대자동차의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가 지난달 2일 중국 상하이 국제 크루즈 터미널에서 ‘제네시스 브랜드 나이트’를 열고, 중국 고급차 시장을 겨냥한 브랜드 론칭을 공식화했다./ 사진=뉴스1
6일 업계에 따르면 제네시스는 지난 4일 유럽 미디어를 대상으로 온라인 컨퍼런스를 열고 올 여름 독일, 영국, 스위스를 시작으로 유럽 판매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제네시스는 한 달 전 중국 시장에서도 브랜드 론칭을 공식화했다. 이로써 제네시스는 2017년 첫 해외 진출로 미국을 택한 데 이어 중국·유럽 시장까지 세계 3대 자동차 시장에 모두 데뷔했다. 제네시스는 고전하던 미국 시장에서 SUV로의 라인업 다변화로 최근 빛을 보기 시작했다.

그간 제네시스는 판매가 부진했다. SUV 격전지인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세단으로 줄곧 대응해온 영향이 컸다. 그러나 지난해 GV80 출시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제네시스는 지난달 3294대가 팔리며 작년 4월과 비교해 판매량이 308.7% 급증했다. 1~4월 누적 판매량은 1만1516대로 전년 동기 대비 141.9% 뛰었다.

제네시스는 우선 주력 모델인 준대형 세단 G80과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GV80을 다음달 유럽 시장에 투입한다. 중형 스포츠 세단 G70과 중형 SUV GV70을 잇따라 내놓을 계획이다. 유럽 전략차종도 연내 선보인다. 친환경차 수요가 높은 시장 상황을 감안해 2022년까지 전동화 모델 3종도 투입한다. 해외 시장에서 인지도를 쌓은 GV80, G80을 필두로 초기 이미지를 구축한 뒤 전동화 모델로 본게임을 펼치겠다는 구상으로 읽힌다.특히 GV80은 올 2월 타이거 우즈 전복 사고 이후 튼튼한 차량으로 유명세를 탔다. 지난 3월에는 미국 고속도로 안전보험협회(IIHS) 충돌 평가에서 가장 안전한 차량에 부여하는 '톱 세이프티 픽 플러스'에 선정돼 다시 한 번 안전성으로 미국 시장의 인정을 받았다.

제네시스는 G80 기반 파생 전기차 G80e를 시작으로 전용 전기차 1대를 포함한 전기차 2종을 내놓을 계획이다. 전동화 모델의 유럽 시장 경쟁력은 어느 정도 입증됐다는 평가다. 기아 EV6는 최근 독일·영국·프랑스·스페인·이탈리아 등 유럽 주요국에서 진행된 사전계약에서 계약 대수 7300대를 돌파했다. 유럽 판매 목표치인 1만대의 70%를 사전 계약만으로 달성한 것이다. 현대차 아이오닉5도 지난 2월 유럽 사전계약 초판 물량 3000대가 하루 만에 완판되는 흥행을 거뒀다.

'소유하고 싶은 차' 돼야

G80./ 사진=제네시스
해외 시장에서 제네시장의 고급차 이미지 구축 여부가 관건이라다. 프리미엄 브랜드로 소비자들이 인식하는 것부터 시작이란 얘기다. 나아가 '소유하고 싶은 차'로써 소비자들의 욕망을 자극해야 한다. 경쟁 독일 브랜드와 같이 충성 고객을 확보하는 것도 성공적인 고급차 브랜드로 안착하기 위한 중요한 요소다.

유럽 소비자들은 품질이나 기능보다는 브랜드의 '가치'와 '품위'를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다. 일본 프리미엄 브랜드 렉서스가 품질과 기술력을 우위로 미국, 국내 시장에서는 큰 성공을 거뒀지만 유럽 시장에서만큼은 기를 펴지 못했던 이유다. 유럽자동차제조협회(ACEA)에 따르면 올 1분기 유럽 자동차 시장에서 렉서스의 점유율은 0.4%에 그쳤다. 같은 기간 벤츠·BMW·아우디 독일 3사의 점유율은 16.8%에 이른다. 결국 제네시스도 품질과 기능을 뛰어넘는 프리미엄 브랜드로서 인식돼야 한다.

이에 제네시스는 맞춤형 생산 방식을 강화해 벤츠, BMW 등 경쟁 브랜드와 차별화를 꾀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한정판 모델과 개인 맞춤형 퍼스널 오더 모델 등을 통해 팬덤 형성에 나선다.

제네시스는 GV80 출시와 함께 국내 시장에 도입한 개인 맞춤형 판매방식인 '유어 제네시스'를 유럽 시장으로 확대 운영할 방침이다. 유어 제네시스는 엔진, 구동방식, 외장색상, 휠·타이어, 내장 디자인 패키지 등을 고객 취향에 따라 구성할 수 있는 맞춤형 주문 제작 시스템이다. 이 밖에 제네시스 스튜디오 설립으로 소비자 접점을 늘려 더 많은 고객 경험을 제공하는 한편 비대면 구입을 원하는 소비자를 위한 온라인 판매 플랫폼도 구축한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 고급차 시장은 기능과 품질 이상의 차량 고유의 가치를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다"며 "G80, GV80 모두 품질 측면에서 해외 시장의 인정을 받았지만 유럽에서는 이보다 프리미엄 이미지가 부각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당장은 성과를 내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 우선 이미지 구축에 공 들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