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액 너무 적어서"…실손 가입자 절반은 보험금 청구 포기

(사진=녹색소비자연대)
실손의료보험 가입자 2명 중 1명은 불편한 절차로 인해 보험금 청구를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소비자연맹·녹색소비자연대·소비자와함께 등 3개 시민단체는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4월 23~26일 만 20세 이상 최근 2년간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하고 있는 일반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손의료보험 보험금 청구 관련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같이 나왔다고 6일 밝혔다. 코리아리서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2년 이내에 실손의료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었음에도 청구를 포기한 경험이 전체 응답의 47.2%나 됐다. 이들이 청구를 포기한 금액은 30만원 이하의 소액청구건이 95.2%에 달했다.

이들이 청구를 포기한 이유는 △진료금액이 적어서(51.3%) △진료당일 보험사에 제출할 서류를 미처 챙기지 못했는데 다시 병원을 방문할 시간이 없어서(46.6%) △증빙서류를 보내는 것이 귀찮아서(23.5%) 등이었다.

현재의 실손의료보험 청구에 대해 편리하다고 응답한 경우는 36.3%에 불과했다. 실손의료보험 보험금 청구시 전산 청구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78.6%나 됐다. 또 본인 동의 시 진료받은 병원에서 보험사로 증빙서류를 전송하는 방식에 대해 85.8%가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보험금 청구 시 증빙서류를 전산시스템으로 발송할 경우 민간 핀테크 업체나 보험업 관련단체에서 관련 전산시스템을 운영하기 보다는 개인정보보호가 잘되고 신뢰도가 높은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것을 선호하고 있다.

하지만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를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의료계에서 '민감한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더 큰 소비자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고 반대하면서 법안 통과를 막고 있어서다.

소비자단체들은 "이번 21대 국회에서 여·야가 모두 실손의료보험 청구전산화를 위한 법안을 발의했다"며 "소비자의 권리보장과 편익제고를 위해 조속히 관련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켜 실손의료보험 청구전산화를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