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벽에 낸 작은 窓으로 정원뷰 완성…건축 그 자체가 인테리어죠"

건축가의 공간
구승민 스튜디오 꾸씨노 대표

통유리로 쏟아지는 자연 채광과
안정감 주는 노란색으로 포근함 연출
비정형 천장은 '공간의 리듬' 극대화
신경훈 기자
가평의 명물로 불리는 아침고요수목원에서 차로 약 3분을 이동하면 야트막한 경사 위의 한 카페가 눈에 들어온다. 아찔한 비정형 천장을 지닌 건물의 뒤편에는 역시 비정형으로 디자인한 노란색 펜션 여섯 채가 자리하고 있다. 인근 건물들과 동떨어진 인상을 주는 펜션들과 카페는 마치 그들만 존재하는 외딴 섬을 연상케 한다. 이 공간에 남태평양 이스터섬의 신비로운 석상 ‘모아이’라는 이름이 붙은 배경이다.

버린 땅에 세워진 ‘노란색 섬’

모아이 카페·펜션을 만든 건 건축스튜디오 꾸씨노의 구승민 대표다. 처음 의뢰를 받은 2012년 모아이가 있던 자리는 1500평(약 5000㎡) 규모의 척박한 절개지였다. 구 대표는 이 자리에 빛을 잘 표현할 수 있는 독특한 건축물을 짓기로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인공적인 색을 최대한 빼야 했다. 그는 “외적 생김새뿐 아니라 내부 생활공간까지 자연광에 의존하는 건물을 만들기로 했다”고 말했다.공사 기간은 약 2년이 걸렸다. 구 대표는 그간 여러 실험적인 시도를 했다. 우선 건축물 내외부에 흰색과 노란색 이외의 색은 쓰지 않았다. 흰색은 빛을 잘 반사하는 색이고 노란색은 안정감을 주는 동시에 창의력을 발휘하게 만드는 색이라는 판단에서다. 구 대표는 “노란색을 유아색, 병아리색이라고도 부른다”며 “사람을 아주 기분 좋게 만드는 색이라고 판단해 20년 전부터 애용하고 있다”고 했다.

펜션의 경우 오두막 같은 느낌을 주기 위해 복층으로 설계했다. 펜션 내부는 온통 흰색이며, 천장 부분을 동그랗게 뚫어 유리창을 끼워 넣었다. 불을 켜지 않아도 유리창을 통한 자연 채광 덕분에 내부가 밝아진다. 그 덕분에 낮에 펜션에 있다 보면 햇살을 담요처럼 두른 듯 포근해진다. 특별히 기교를 부린 흔적은 없지만 안정적으로 꾸며진 공간이라는 인상을 준다. 벽과 천장의 굴곡이나 선, 각도, 면의 색상 등을 활용해 자연스러운 디자인 효과를 노린 구 대표의 전략이다. 그는 “예전부터 건축과 인테리어를 나눠서 보지 않았다”며 “건축을 한 것 자체가 곧 인테리어인 것을 좋아한다”고 했다.

“내·외부가 밀착된 자연 친화 공간”

구 대표의 건축물에는 뚜렷한 자기 세계가 존재한다. 특히 중점을 둔 것은 연속성이다. 외부 세계와 내부 세계가 이어지고, 내부에서는 공간과 공간이 이어진다. 이 같은 이미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구 대표는 통유리창을 곧잘 쓴다. 내부 공간에는 벽 대신 기둥을 둬 경계로 삼는다. 그는 “건축물에 쓸데없는 군더더기가 존재하는 게 싫다”고 했다. 1999년 첫 작품인 서울 정릉동 ‘한스갤러리’를 세울 때부터 그는 단순화한 내·외부 구조를 추구했다. 그런 가운데 유리와 빛, 노란색을 최대한 활용해 인테리어적 효과를 냈다.

공통점이 명확하기에 그의 대표 건축물들은 제각기 변형된 하나의 시리즈 같은 느낌을 준다. 한스갤러리, 모아이, 노랑갤러리, 살림출판사, 충남 보령의 라바풀빌라 등은 유리와 면만으로 멋을 냈다는 공통점이 있다.

구 대표는 지금까지 100여 채의 건축물을 작업했다. 그러는 내내 자연친화적인 것을 추구하는 특유의 고집을 꺾지 않았다. 철학을 유지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그의 스승 김기석 건축가가 있다. 드라마 ‘트리플’ 촬영지 등 고급 주택 300여 채를 만든 그는 소나무 같은 자연 소재를 건축물에 접목하는 걸 선호했다. 그리고 이 방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이 구 대표다.그는 모아이를 확장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모아이 인근의 빈 공터에 비슷한 콘셉트의 새 펜션 건물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에 따라 모아이 규모는 두 배에 가까운 1만㎡로 확장된다. 그는 “자연친화적 설계로 집 안에서도 산책하는 느낌을 주는 건축물을 계속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했다.

윤희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