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데기만 남을거라더니…두산, 구조조정 1년 만에 날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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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계열사들 흑자전환·최대 이익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해 4월 27일. 두산그룹은 자산 매각을 핵심으로 하는 3조원의 자구계획을 채권단에 제출했다. 핵심 계열사인 두산중공업의 유동성 위기로 산업은행 등으로부터 3조6000억원을 긴급 지원받는 대가였다. 그 결과 클럽모우CC(1850억원), 두산타워(8000억원), 두산솔루스(6986억원), ㈜두산 모트롤BG(4530억원)가 두산 품을 차례로 떠났다. 그룹 캐시카우인 두산인프라코어를 현대중공업그룹에 매각(8500억원)하는 절차도 마무리 단계다. 시장에선 두산이 성장 동력을 잃고 빈 껍데기만 남을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
재무구조 개선·경기회복 효과 누려
박정원 회장의 '신뢰 리더십'도 한 몫
구조조정 모범생…産銀도 전폭 신뢰
이제 '수소·드론' 두축이 두산의 미래
소비재→중후장대→친환경기업 변신
하지만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쳐 체질 개선에 성공한 두산 계열사들은 올 1분기 잇단 ‘깜짝 실적’을 올렸다. 수소·드론 등 친환경 신사업을 앞세운 ‘제2의 변신’도 가시화하고 있다.
1년 만에 경영위기 벗어나
그룹 지주사인 ㈜두산은 올 1분기 398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전년 동기 대비 403.6% 늘었다. 순이익은 4023억원으로, 전년 동기 3799억원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2019년 4분기 이후 다섯 분기 만이다. 두산중공업도 전년 동기 대비 558% 증가한 3721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순이익도 2481억원으로, 11분기 만에 흑자 전환했다.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밥캣도 분기 기준으로 최근 10년 새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달성했다.두산 계열사들의 깜짝 실적은 경기 회복에 따른 영업실적 및 재무구조 개선 효과 때문이다. 두산중공업은 자회사인 두산인프라코어, 두산밥캣을 제외한 자체 사업 기준으로도 올 1분기 585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김포열병합발전소(3600억원), 폴란드 폐자원에너지화 플랜트(2200억원), 창원 수소액화플랜트(1200억원)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수주하는 성과를 거뒀다.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이 올 3분기 완료되면 두산의 구조조정은 마무리된다. 1년 만에 경영 위기를 벗어난 데는 임직원들의 고통 분담과 함께 박정원 두산 회장(사진)이 보여준 ‘신뢰 리더십’이 한몫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구조조정 기업 평가에 인색한 산은도 두산을 ‘구조조정 모범생’이라고 부른다. 산은 고위 관계자는 “박 회장과는 전적으로 신뢰하는 관계”라고 말했다.
이번엔 친환경 에너지기업 변신
유동성 고비를 넘긴 두산은 ‘제2의 변신’을 통한 사업 재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박 회장은 수소·드론 등 신사업을 앞세워 친환경 에너지기업으로 그룹을 재건할 계획이다. 지난해 재계 순위 15위였던 두산은 자회사 매각으로 순위 하락이 불가피한 상황이다.두산은 1990년대 체질 개선을 통해 변신에 성공한 경험을 갖고 있다. 두산은 1896년 서울 종로에 문을 연 포목상 ‘박승직 상점’을 시초로 하는 국내 최고(最古)기업이다. 오비맥주로 상징되는 소비재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던 두산은 외환위기 직전인 1990년대 오비맥주, 처음처럼, 코카콜라(판매권)를 선제 매각했다. 이후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과 대우종합기계(두산인프라코어)를 인수해 중후장대형 기업으로 도약했다.두산중공업은 향후 기존 주력 사업이던 화력발전 의존도를 낮추고 해상풍력, 수소, 가스터빈, 차세대 원전 등 4대 성장사업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전환할 방침이다. 성장사업 수주 비중을 현재 전체 대비 한 자릿수에서 2025년까지 60%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수소연료전지 분야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춘 두산퓨얼셀은 최근 3년 연속 수주액 1조원을 달성했다. ㈜두산의 100% 자회사인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은 세계 최초로 수소드론 개발·양산에 성공했다. 두산퓨얼셀과 함께 긴 비행시간이 요구되는 산업용 드론 개발에 주력할 계획이다.
두산은 지난달 각 계열사의 수소사업 전문 인력을 모은 수소 태스크포스(TF)도 신설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세계 수소시장 규모는 2050년 12조달러로 커질 전망이다. 두산 관계자는 “단기간에 사업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공격적인 인수합병(M&A)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