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고상호 "정의로운 검사인줄 알고 '빈센조' 출연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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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빈센조' 정인국 검사 역 고상호tvN '빈센조' 캐릭터 하나하나 모두 반전이 있었지만 배우 고상호가 연기한 정인국 검사의 반전 만큼 시청자들을 열불나게 한 반전은 없었다. 빈센조(송중기)와 홍차영(전여빈)이 "검찰 조직은 썩은 사과"라고 욕할 때에도 "나는 다르다"며 정의를 부르짖었던 FM 검사 정인국은 결국 자신의 안위를 위해 '바벨 사냥꾼'에서 '바벨의 사냥개'를 자처했다. 빈센조를 직접 처단하겠다며 승진을 마다하는 '충성'을 보여줬을 정도.
정의로운 검사→비리 검사로
"예쁘게 미워해 주셔서 감사"
빈센조, 홍차영을 찾아가 공조를 제안하던 정인국 검사와 그에게 일갈하는 두 사람의 일침은 조국 전 장관이 페이스북에 올리며 더욱 화제가 되기도. 촬영을 마친 후 마주한 고상호는 "저도 이렇게 배신할 줄 몰랐다"면서 "욕을 많이 먹었는데, 그래도 예쁘게 미워해주셔서 감사하다"며 환한 웃음을 보였다. 드라마는 tvN '아스달 연대기', SBS '낭만닥터 김사부2'에 이어 '빈센조'가 3번째 작품이지만, 고상호는 2008년 뮤지컬 '마인'으로 데뷔해 10년 넘게 활동한 베테랑 배우다. 대학로에서 입소문을 탄 '보도지침', '트레이스 유' 등을 비롯해 뮤지컬 '그날들', '베어 더 뮤지컬', '아리랑' 등의 작품에 출연해 왔다.
'빈센조' 출연이 결정된 후 연출자인 김희원 감독에게 들었던 캐릭터 소개는 "올곧은 FM 검사"였다고. 김 감독이 "'일단은' 올곧은 검사로 연기해주세요"라는 말에 반전이 있을 거라고 속으로 예상은 했지만, "이런 배신일 거라곤 생각도 못했다"고 털어 놓았다.
"오디션을 볼 땐 여러 캐릭터를 열어 놓고 봤어요. 금가프라자 사람들이랑 다양하게 보지 않았나 싶어요. 좋은 얘길 해주셨다는 말을 듣고 기대를 했는데 '왜 연락이 없으실까' 하다가 잊어 버리고 있을 즈음 연락을 받았어요. 그렇게 '빈센조'에 합류했죠."중간 합류 후 첫 촬영은 병원장이 별장에서 사망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바벨 그룹 비리의 중요한 증인이 될 병원장이 살해되는 살벌한 극중 분위기와 다르게 고상호는 "촬영 내내 즐거웠다"고 그때를 떠올랐다.
'빈센조' 촬영장은 돈독했던 관계 속에 배우들이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내고, 애드리브가 난무했던 현장으로 알려졌다. 고상호 역시 예외는 아니었던 것.
특히 '아스달 연대기' 이후 다시 만난 송중기는 1985년생 동갑내기로 "극 존칭을 하며 할 말은 다 하는 사이가 됐다"고 소개해 웃음을 자아냈다. "제가 먼저 '같이 했어요'라고 말하기 그렇잖아요. 친한척하는 거 같고. 그래서 인사를 어떻게 해야하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먼저 와서 '오랜만이에요'라고 말하더라고요. 많이 편해졌어요. 빈센조, 홍차영과 붙는 장면이 많았는데 두 사람 모두 아이디어가 많아요. 특히 군고구마를 먹으며 사이다를 찾는 건 원래 '고구마를 먹는다'가 끝이었어요. 그런데 서로 먹여주고, 답답해하고 이런게 애드리브로 나왔어요. 저도 동참하고 싶었는데, 감독님이 '받아주지 말라'고 당부하셔서 참았어요.(웃음)"
분위기가 좋았던 만큼 함께 연기한 연기자들의 배려와 에너지에 대한 칭찬이 이어졌다. 그러면서 "실제 성격은 '비리', '부정부패'와 아주 거리가 멀다"고 강조했다. 공교롭게도 전작들에서 의사, 검사, 장군 등 고위직을 맡았지만 비리나 악행이 관련된 캐릭터 였기에 해명한 것.
고상호는 아직 안방극장에서는 3개 작품, 한정된 이미지를 보여줬지만 뮤지컬과 연극 무대에서는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면서 무사, 공무원은 물론 악마와 로봇까지 연기해내며 폭넓은 스펙트럼을 인정받았다. '빈센조' 촬영 초반에도 음악극 '세사전' 공연과 스케줄이 맞물려 병행하기도 했다. 무대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으면서도 "아직 도전해보지 못한 영화라는 장르도 궁금하다"면서 호기심을 보였다.
"공연은 항상 그리운 곳이에요. 무대에 설 땐 자유로움도 느끼고요. 아직 방송에서는 자유로움까진 아니고, 그 과정에 있는 것 같아요. 영화도 도전해보고 싶다는 마음도 있어요. 느와르나 진한 사람 냄새가 나는 역할도 해보고 싶고요. 사실 좋은 작품이라면 뭐든 참여해보고 싶은게 배우로서 욕심이죠."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