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정권의 사학비리 의혹 '아카기 파일' 내달 공개

국유지 헐값매각 의혹에 공문서 변조…"개인정보 빼고 제출"
'두번째 재등판설' 아베에 걸림돌…차기 경쟁구도 영향 주목
일본 사학 재단이 권력의 영향력을 이용해 국유지를 헐값에 샀다는 의혹을 감추려고 일본 정부가 조직적으로 개입한 정황을 담은 문서가 일부 공개될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와 관련된 3대 비리 의혹 중 하나인 '모리토모(森友) 스캔들' 진상 규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나 여권 내 경쟁 구도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국유지를 학교법인 모리토모 학원에 매각한 것에 관한 일본 재무성 공문서 변조 경위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진 이른바 '아카기 파일'의 존재를 일본 정부가 처음 인정했다고 아사히(朝日)신문 등 일본 언론이 7일 보도했다.

아카기 파일은 재무성 긴키(近畿) 재무국 직원으로 일하다 2018년 3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아카기 도시오(赤木俊夫·향년 만 54세) 씨가 재무성에 의한 공문서 변조 사건의 과정 등을 기록한 일련의 문서로 알려져 있다.
아카기 씨의 부인은 남편이 업무 과정에서 자살로 내몰렸다며 작년 3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고 일본 정부가 관련 문서 등을 증거 자료로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일본 정부는 피소된 지 1년여 만에 문서의 존재를 인정하고 제출 의사를 표명했다.

일본 정부는 고인이 변조의 경위 등을 시간순으로 정리한 문서와 국유재산 관리 부서인 재무성 이재국(理財局)과 긴키 재무국 사이에 오간 이메일 및 첨부 파일 등을 내달 23일 변론기일에 제출하겠다는 취지의 답변서를 오사카(大阪)지방재판소(지방법원)와 유족의 소송대리인에게 전날 제출했다. 일본 정부는 그간 "파일은 재판과 관계가 없으며 존부(存否·존재하는지 존재하지 않는지의 문제)에 관해 답할 필요가 없다"고 회신하는 등 아카기 파일이 존재에 관해 모호한 태도를 보였는데 이번 답변서에서 그 존재를 처음 인정한 것이라고 일본 언론들은 평가했다.
일본 정부는 유족이 제출을 요구한 문서가 어떤 것인지 특정되지 않는다며 일련의 자료를 임의 제출 형식으로 내놓겠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제3자의 개인 정보 등이 포함돼 있다"며 내용 일부를 식별할 수 없도록 먹칠을 할 필요가 있다고 조건을 달았고 결국 공개 범위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모리토모 학원은 오사카부(府)에 있는 국유지를 아베 정권 시절인 2016년 사들였는데 계약 금액이 감정 가격보다 낮은 수준으로 할인됐다는 것이 2017년 2월 현지 언론보도로 드러나면서 모리토모 학원 이사장과 친분이 있던 아베 당시 총리 부부가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일본 국회가 조사에 나서자 재무성은 매각 관련 내부 결재 문서를 일부 수정한 상태로 제출했다가 나중에 발각됐고 일본 정부가 아베 정권을 보호하기 위해 조직적 은폐를 시도한 것이라는 비판이 쇄도했다.

헐값 매각 의혹이 공문서 조작 사건으로 번진 가운데 국유지 매각 담당 부서에서 일하던 아카기 씨가 갑자기 목숨을 끊었다.

이후 아카기 씨의 부인은 '결재 문서를 고친 것은 전부 당시 상사의 지시'라는 취지의 유서를 공개하고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모리토모 의혹은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정권에는 일단 악재로 분류된다.

스가 총리는 아베 정권 계승을 표방했고 아베 정권 시절 관방장관으로서 일련의 의혹에 대한 공세를 방어하는 역할을 했다.

아카기 파일 공개는 최근 대외 활동을 확대하면서 두번째 재등판설이 거론되는 아베 전 총리에게는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아베는 2006년 9월∼2007년 9월, 2012년 12월∼2020년 9월에 걸쳐 통산 8년 넘게 일본 총리를 지냈다. 스가 총리의 임기가 올해 가을 만료하는 가운데 아카기 파일은 차기 경쟁에서 변수가 될 가능성도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