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kg 쇳덩이에 깔려 숨진 대학생 누나의 '호소'

"9살 위 아픈 누나를 살뜰히 보살피던 동생이었다"
"사측은 안전모 안 쓴 우리 동생 탓하고 있어"
사고 후 한 시간 지난 후에야 병원으로 이송
지난달 평택항 부두에서 화물 컨테이너 적재 작업을 하던 20대 근로자가 사고로 숨진 가운데 유족과 시민단체 등이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사진은 사고가 난 개방형 컨테이너.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평택항에서 컨테이너 작업을 하다가 300㎏ 지지대에 깔려 숨진 23세 이모 씨의 누나가 한 커뮤니티 글에 댓글을 달아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고인의 누나인 A씨는 지난 6일 "9살 위 아픈 누나를 살뜰히 보살피던, 군복무 후 대학 복학을 앞두고 용돈을 벌던 착실한 동생이 사고 원인을 알지 못한 채 2주 넘게 장례식조차 제대로 치르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다.A씨는 "오전까지만 해도 조카들 보고 싶다고 영상 통화하고 나중에 또 통화하자고 끊은 게 마지막 통화"였다며 "코로나 때문에 학교도 못 가고 제 용돈 제가 벌어서 부모님 손 안 벌리려고 아르바이트했던 건데 갑자기 떠날 줄 꿈에서 상상 못 했다"라고 토로했다.

A씨는 "사망한 동생이 9살 차이 나는 2급 장애가 있는 큰 누나를 잘 챙겨주고, 가족들은 그런 남동생을 의지했다"며 "큰 언니가 충격을 받을까 봐 막냇동생의 죽음을 알리지도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사측은)안전모를 안 쓴 우리 동생을 탓하고 있는데, 안전모를 썼어도 300kg이 넘는 무게가 넘어졌으면 악 소리도 못 내고 그 자리에서 즉사"라며 "그때 목격자와 증인도 있는데 왜 발뺌하는지 진심 어린 사과를 하지 않는지"라고 비판했다.A씨는 한강에서 사망한 20대 대학생과 달리 자신의 동생의 죽음은 기사화도 많이 되지 않고 진상 규명도 2주째 이뤄지지 않아 답답한 상황이라며 "며칠 전 한강 사건의 그분도 내 동생이랑 나이가 비슷해서 착잡하더라, 왜 이제 꽃피울 청년들을 데리고 가는 건지"라고 했다.

사고는 지난달 22일 평택항 신컨테이너 터미널에서 이씨가 컨테이너 뒷정리를 하던 중 발생했다.

사고 당시 현장에는 안전관리자와 수신호 담당자 등이 없었고, 사고 후 한시간 가량이나 지체한 후에 이씨가 병원으로 이송돼 결국 숨졌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