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헬멧을 안 쓸 겁니다. 바보같아 보이거든요"[기고]

이윤호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안전정책본부장

전동킥보드 확대로 이륜차 교통사고 급증 추세
"사망 사고 줄이기 위해서는 '안전모' 꼭 착용해야"
이윤호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안전정책본부장.
"이리 와서 이것 좀 보세요." 출근길, 급히 사무실에 도착한 나를 한 직원이 모니터로 잡아끈다. "뭔데요?" 못이기는 척 넘겨본 화면에는 머리에 수술자국이 고스란히 나타난 20대 청년의 모습이 보인다. 노모가 청년의 식사를 도와주는 화면에는 "난 헬멧을 안 쓸 겁니다. 바보같아 보이거든요. 정신연령 2세"라는 글씨가 함께 쓰여 있다. 베트남의 안전모 착용에 대한 공익광고다. 이륜차 교통사고, 특히 헬멧을 착용하지 않아 발생하는 피해가 비단 이 나라만의 문제는 아닌 듯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를 맞은 비대면 배달업의 발달, 대중교통 이용 자제로 인한 전동킥보드(Personal Mobility, 본 기고에서는 개인형이동장치 이해를 돕고자 전동킥보드로 통칭하겠다)의 확대 등으로 이륜차 교통사고가 급증하는 추세다.지난 경찰청에 따르면 2019년과 2020년 2만898건과 2만2258건의 오토바이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2018년 매년 1만7611건에서 10% 이상 늘어났다. 이로 인한 사망자도 매년 500여명이 넘는다.

전동킥보드의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7년 244건에 불과했던 교통사고는 2019년 876건으로 폭증했다. 2020년 전동킥보드 보급이 무려 300% 이상 폭증했다는 민간 통계를 생각하면 사고도 최소 3배 이상 증가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그러나 전동킥보드 이용자 중 안전모를 착용하는 이용자를 찾기란 하늘에 별 따기다. 오는 5월 13일부터는 전동킥보드의 보도 통행이 전면 금지되고 이용시 안전모 착용이 의무화된다. 그리고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으면 이용자는 2만원의 범칙금을 내야 한다. 전동킥보드 이용자의 교통사고 발생시 치사율 감소에 크게 기여할 것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실제 비슷한 속도인 자전거를 예로 들어보면, 자전거 교통사고로 인한 응급환자 10명중 4명은 안전모를 쓰지 않았다는 점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5년간 자전거 승차 중 사망자 가운데 안전모 착용률은 10건중 1건에 지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안전모를 착용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그러나 여론은 좋지 않다. 과도한 규제고 자유롭게 이용할 개인의 자유를 억압한다고 주장하는 누리꾼이 상당수다. 상대적 강자인 자동차 운전자들이 전동킥보드 운전자를 배려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도 하고 헬멧 착용의 의무화가 코로나 시대를 맞는 방역조치에 역행하며, 오히려 전동킥보드 이용률을 감소시킬 것이라고도 지적한다. 일리가 있다.

물론 도로에서의 교통약자인 전동킥보드에 대한 우선권 확립과 보호를 위한 조치도 추진되어야 한다. 도로는 자동차만의 전유물이 아닌, 많은 교통수단들이 함께 사용한다는 대전제를 운전자들이 깨우쳐야 한다. 전동킥보드도 이용자의 안전이 상대적 강자인 자동차로부터 배려 받는 사회가 아니라, 도로 공유의 주체로써 당연한 권리가 되는 조치도 이어져야 한다. 전동킥보드 이용을 장려하기 위한 인프라의 투자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전용도로를 확충하고, 주차시설도 마련되어야 한다. 차도 이용시 안전한 이용을 가로 막는 불법주정차와 오토바이의 불법 주행에 대한 단속도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

업계에서 제기하는 과도한 규제에 대한 이용률 감소는 전동킥보드가 효율적이고 탄소배출을 저감시키며, 코로나에 안전하고 보다 안전한 교통수단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면 당연히 올라간다. 걱정은 접어두시라.

최근에는 안전모까지 포함하여 전동킥보드를 대여하는 공유 업체들이 속속들이 나타나고 있다. 규제에 맞춰 속속들이 흐름을 따라가는 모양새다. 코로나 시대를 맞아 우려하는 감염에 대하여 정기적인 소독과 유지관리까지 이뤄진다고 하니, 이것 또한 과도한 걱정이다. 그래도 두렵다면, 안전모를 소지하면 된다. 캐나다에서는 아이들에게 세발자전거를 타면서도 안전모를 씌운다. 놀라 묻는 내게 "안전모를 먼저 구입하고 세발자전거를 샀다"고 아이의 엄마는 너무도 당연한 듯 얘기했다. 우리는 각종 안전사고로부터 나를 지키기 위한 노력에 인색하다. 안전은 남이 해주는 것이며, 안전에 대한 투자는 낭비고, 불편하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안전모를 가지고 다니는 것이 다소 불편할 수는 있다. 안전모 구입에 커피 두 세잔의 비용이 지출될 수도 있다.

세상에는 공짜는 없다. 자유에는 책임이 반드시 따른다. 내 생명에 관련된 것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지금 이순간, 전동킥보드를 이용하게 될 분들은 휴대전화로, 인터넷에서 아래 내용을 검색해 보시라. "나는 헬멧을 안 쓸 겁니다. 바보 같아 보이거든요."

이윤호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안전정책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