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CFO Insight] KPMG -글로벌 반도체 산업 리더가 본 향후 전망은?

염승훈 삼정KPMG 반도체산업 리더
반도체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빠른 리질리언스(회복탄력성)를 보여준 대표적 산업이다. 당초 일부 기관은 코로나19로 인해 2020년 반도체 시장 매출이 5~10%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세계 반도체시장 통계기구(WSTS)에 따르면 2020년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전년 대비 6.5%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KPMG글로벌에서는 매년 전 세계 반도체 산업 리더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글로벌 반도체 산업 전망 보고서(KPMG Technology Industry CEO Outlook)를 발간한다. 이번 기고문에선 해당 보고서를 기반으로 글로벌 반도체 산업 리더가 본 전 세계 반도체 산업에 대한 전망을 다룬다. 글로벌 반도체 리더의 85%는 코로나19 대유행 사태의 여파에도 불구하고 올해 반도체 기업 매출이 전년보다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매출 규모가 적은 기업이 업계 전망을 더 긍정적으로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 반도체 기업보다 소품종으로 시장을 공략하는 소형 반도체 기업이 외부 환경에 덜 민감하며, 더 기민하게 시장에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응답자의 79%는 반도체 산업 전반의 수익성이 향상될 것으로 예상했다. 반도체 기업이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지만 반도체 탑재 제품에 대한 고객 수요는 오히려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설비투자비용을 늘리겠다는 응답자는 73%로, 전년과 비교해 14%포인트 증가했다.

주요 제품군 가운데 시장 성장을 선도할 가장 유망한 것은 센서·MEMS(미세전자제어시스템), 아날로그·RF(무선주파수)·Mixed Signal(혼합신호) 반도체, 마이크로프로세서(GPU·MCU·MPU)가 꼽혔다. 사물인터넷(IoT), 5G 기술의 확산으로 센서·MEMS 제품의 성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원격근무와 온라인 교육으로 크게 수요가 증가한 PC, 노트북, 태블릿 제품군 성장에 힘입어 아날로그·RF·Mixed Signal 반도체 역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업의 컴퓨팅 장비 투자와 클라우드 인프라, 서버 및 데이터 센터 확충에 힘입어 마이크로프로세서 시장도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반도체 기업의 성장을 견인할 유망 응용 분야로는 △커넥티드홈·스마트시티·개인용 웨어러블 단말에 활용되는 사물인터넷(IoT) △5G 통신 및 스마트폰을 포함하는 무선 통신 △자동차 산업 등이 꼽혔다. 커넥티드 자율주행 차량에는 고성능 반도체가 필요하기 때문에 향후 자동차 부문에서 높은 반도체 수요가 창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차량용 반도체는 전략적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관측된다.향후 3년간 반도체 산업의 주요 이슈로는 △지역주의·민족주의 △공급망 리스크 △인력관리 리스크가 꼽혔다. 절반 이상의 응답자가 가장 큰 이슈로 지역주의·민족주의를 선택했다. 미·중 무역분쟁과 같은 국가 간 무역 갈등과 안보 정책, 관세 문제가 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미·중 무역분쟁은 반도체 산업 생태계에 비용 상승 및 공급망 문제 역시 발생시키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리더의 37%는 공급망 리스크를 주요 이슈로 선정했으며, 반도체 기업들은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와 관세 경감 방안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전년도에 가장 중요한 이슈로 선정된 ‘인력관리 리스크’ 순위는 3위로 낮아졌다. 원격근무 환경이 정착된 데 힘입은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에 따르면 64%의 CEO들이 원격근무가 잠재적인 인재 풀을 확장하고 필요 인재를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응답했다.글로벌 반도체 산업 리더들은 장기적인 성장과 경쟁력 향상을 확보할 수 있는 성장전략 실행에 가장 높은 우선순위를 뒀다. 이를 위해서는 실행 가능한 기술에 투자하고 성공 확률이 높은 포트폴리오에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자체 역량 강화 이외에도 전략적 M&A를 통한 성장전략 실행도 고민해야 한다. 이 밖에도 최근 CEO와 경영진의 주요 의제로 부상하고 있는 ESG 경영전략, 탄소발자국 저감, 다양성 확보도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코로나19에도 반도체 산업의 미래는 비교적 밝은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격변하는 시장 환경에 대응하고 기업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어느 때보다 더 치열한 성찰과 고민이 필요한 중요한 시기다. 변화하는 환경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리스크를 최소화하며, 리질리언스를 확보하는 리더가 반도체 산업의 승리자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