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수업 정상화 더는 못 미뤄"…다른 대학도 '신속검사' 나서나

코로나 '자체 방역' 확대

등록금 반환訴 등 대학·학생 갈등, 학점 인플레도 문제
이공계 학생들 실험도 제대로 못해…토론·교류 한계
주요 대학들 "서울대에 자료 요청"…초·중·고 큰 관심
< “검사 받는데 1분도 안 걸려” > 서울대 학생과 교직원들이 7일 신림동 서울대 캠퍼스에 마련된 코로나19 신속분자진단 검사소에서 검체 채취를 하고 있다. 서울대는 이를 기반으로 2학기부터 대다수 수업을 대면 방식으로 할 방침이다. /신경훈 기자
7일 오후 코로나19 신속분자진단 검사소가 설치된 서울대 관악캠퍼스 자연과학대 주차장 앞. 서울대 학생 10명이 코로나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 있었다. 생명과학부 석사과정에 재학 중인 유호성 씨(24)는 “검사 받는 데 1분도 안 걸렸다”며 “보건소까지 갈 필요 없이 매일 나오는 학교 연구실 근처에서 검사를 받으니 부담도 덜하다”고 말했다.

두 시간 만에 검사 결과 통보

서울대는 지난달 26일부터 자연대 학생 및 교직원 2700여 명을 대상으로 1000건 넘는 검사를 시행한 뒤 이달 6일 검사 대상을 학교 전체로 확대했다. 관악캠퍼스 중심부에 마련된 검사소에서는 체온을 측정하고 전신을 살균한 뒤 음압부스에서 검체를 채취한다. 의료진이 면봉으로 코와 목 뒤쪽 점막을 긁어내면 1분 안에 끝난다.

현재 보건소 등에서 활용하는 유전자증폭(PCR) 검사와 같은 절차를 밟지만 검사 결과는 훨씬 빨리 알 수 있다. 검체 채취부터 분자 진단까지 현장에서 ‘원스톱’ 처리해 두 시간 이내에 코로나19 검사 결과가 통보되도록 설계됐다.

대면 수업을 원하는 학생은 수업시간보다 조금 일찍 등교해 검사를 받으면 된다. 검사 결과는 문자로 통보되며 양성이 나오면 바로 관악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재차 검사를 받게 된다. 전면 검사 첫날(6일) 224명이 진단을 받았고 이 중 확진자는 없었다.서울대가 신속분자진단 검사를 도입한 이유는 하루빨리 대학 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다. 6·25전쟁 중 피란지로 옮겨서도 학교 문을 열었던 서울대다. 당시 형성된 인적 자본은 전쟁 이후 국가 재건의 원동력이 됐다.

이준호 서울대 자연대학장은 “자연대 20학번 학생들은 직접 실험한 경험이 거의 없다”며 “대학은 동료들과 함께 토론하고 교류할 수 있는 공동체 기능도 중요한데, 비대면 수업으로 이런 기능도 상실했다”고 우려했다. 학생 공동체도 사실상 와해됐다. 지난 1년5개월 동안 서울대 총학생회는 공석이었다. 투표율 부족으로 선거가 세 번이나 무산된 탓이다.

대학 측은 동일 집단을 1주일에 한 번 주기적으로 검사해 양성자를 격리하는 방식으로 관리하면 대면수업을 사실상 전면 재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대 연구처 관계자는 “언제까지 질병관리청의 방침만 기다릴 수 없다”며 “하루빨리 캠퍼스를 정상화하기 위해 직접 행동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대 배우자” 초·중·고교도 관심

서울대의 신속 검사 시스템이 교육계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을지도 관심을 모은다. 서울 시내 주요 대학은 서울대 연구처에 관련 자료를 요청했다. 한 사립대 관계자는 “서울대의 방역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있다”며 “결과를 지켜본 뒤 도입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가에서는 비대면 수업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하루빨리 대면 수업을 재개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하고 있다. 우선 등록금을 둘러싼 학교와 학생 간 갈등이 만만치 않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가 주축이 된 ‘2021 등록금반환운동본부’는 지난해 7월 코로나19 사태로 학습권이 침해됐다며 정부와 대학을 상대로 등록금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대학들의 부실한 온라인 수업에 같은 등록금을 내는 것은 부당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온라인 수업으로 평가 수단이 줄어든 대학들이 상대평가 대신 절대평가 방식을 확대하면서 이른바 ‘학점 인플레이션’도 심화됐다.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4년제 대학생 중 과목별 B학점 이상을 취득한 비율은 87.5%로 전년(71.7%) 대비 15.8%포인트 늘었다.이런 문제의식하에 서울 초·중·고교도 PCR 검사를 확대하고 있다. 학생이든 교사든 증상이 없더라도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직접 학교로 찾아가는 이동식 검사소를 가동하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3일 서울 송파구 서울체육중·고교를 시작으로 10개 학교에서 PCR 검사를 시범 시행한 뒤 전국 학교로 확대할 방침이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서울대가 먼저 신속 검사 시스템을 도입하니, 다른 대학과 초·중·고교에서도 시도해보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는 것 같다”며 “성공적인 방역사례가 많이 생겨서 학생들이 대면 수업을 하고 일상을 회복하는 데 기여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만수/최예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