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수급난도 힘든데"…車업계 올해 임단협도 '산넘어 산'

현대차 '복수 노조' 변수…르노삼성 노조 전면파업
한국GM 노조 1천만원 일시금 지급 요구
지난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을 끝내지 못한 르노삼성차 노사가 전면파업과 직장폐쇄로 맞서는 가운데 올해 임단협을 앞둔 완성차 업체들도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등의 위기 속에서 노조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동조합은 12∼14일 임시대의원 회의를 열고 올해 임단협 요구안을 확정하고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 사측과 상견례를 할 계획이다.

노조는 사측에 정년 연장과 신사업 변화에 대응한 기존 일자리 지키기, 임금 인상과 성과금 지급 등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현대차 임단협의 최대 변수는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가 주축이 돼 지난달 공식 출범한 사무·연구직 노조가 될 것으로 보인다.협상의 교섭권은 생산직 중심의 기존 금속노조 산하 현대차 지부가 가지고 있지만, 그간 임단협에서 사무·연구직의 목소리가 소외됐다는 불만이 결국 별도 노조 결성으로까지 이어짐에 따라 이들의 목소리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일자리 유지를 핵심으로 담은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이 나왔을 때도 낮은 성과금에 실망한 젊은 사무·연구직을 중심으로 부결 운동이 벌어졌다.

기아 노조는 올해 임금협약 교섭에서 기본급 월 9만9천원 인상과 정년 65세 연장, 지난해 영업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방안 등을 요구한다는 계획이다.기아 노조는 지난해 4주간 부분파업을 벌였지만 결국 기본급 동결에 합의하며 양보한 만큼 올해 임금 협상에서는 물러서지 않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GM 노사도 이달 중 상견례를 시작으로 올해 임금협상을 시작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지난해처럼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노조는 이번 협상에서 월 기본급 9만9천원 정액 인상과 성과급·격려금 등 1천만원 이상 수준의 일시금 지급을 요구할 계획이다.또한 구조조정과 공장 폐쇄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인천 부평 1·2공장과 경남 창원공장의 미래 발전 계획도 요구할 예정이다.

특히 내년 7월까지의 생산일정만 가지고 있는 부평2공장에는 내년 4분기부터 내연기관차와 전기차 물량 배정을 촉구하기로 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전 세계적인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어려움이 가중된 상황에서 사측이 노조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할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노조는 최근 회사 측이 경남 창원과 제주의 부품 센터와 사업소 폐쇄를 추진하는 데 대해 반발하며 단식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한국GM 노조는 지난해 임단협 과정에서 총 15일간 부분파업을 벌였고 2019년에는 사측과의 임금협상이 결렬되자 1개월 넘게 부분·전면 파업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와 반도체 수급난 등의 변수로 한국GM 사측이 노조의 요구안을 수용하기가 더욱 어려워진 상황"이라며 "올해는 단체협약을 제외한 임금 협상이지만 노조가 단협 관련 내용도 요구할 것으로 보이면서 올해도 난항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작년 임단협을 아직 마무리하지 못한 르노삼성차는 노조의 전면파업에 사측이 직장폐쇄라는 초강수를 두면서 강대강 대치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르노삼성차는 노조의 전면파업으로 6∼7일 예정된 노사 본교섭이 결렬된 뒤 현재까지 교섭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르노삼성차 노사는 지난해 7월부터 임단협 협상을 했지만, 노조의 기본급 7만1천687원 인상과 격려금 700만원 지급 등의 요구에 대해 사측이 기본급 동결과 격려금 500만원 지급을 제시하면서 여전히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이미 2018년과 2019년에 2년 연속 기본급을 동결했다며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기본급 동결은 임금 삭감과 같은 의미라고 주장하며 사측이 태도를 바꿀 때까지 무기한 총파업으로 맞서겠다는 입장이다.

또 지난 6일에는 인천·창원 등 일부 AS 직영 사업소를 폐쇄하겠다는 회사의 방침에 반발해 서울 도봉사업소를 무단 점거하고, 전시장 앞에서 상복을 입은 채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르노삼성차 사측은 지난해 790억원대 적자가 발생한 상황에서 노조의 파업으로 생산 차질이 발생해 지난해 말 유럽 수출을 시작한 뉴 아르카나(XM3)의 물량을 제때 공급하지 못하게 될까 우려하고 있다.

기업 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쌍용차는 올해 임단협을 진행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올해는 코로나19에 반도체 수급난까지 악재가 겹쳐 회사가 현재 수준의 임금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다행으로 여겨야 하는 상황"이라며 "그러나 노조가 이같은 상황을 고려하지 않으면서 올해도 작년처럼 파업 등의 노사 갈등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