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석칼럼] 가상화폐, 디지털화폐와 달러 패권 전쟁

한경닷컴 더 라이피스트
디지털 화폐 시대 막을 수 없는 대세지만,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를 통해 달러 패권과 함께 어떤 문제 있나 살펴본다. 그리고 한국 CBDC 발행은 개헌만큼 신중해야 한다. 가상화폐 투자자는 물론 디지털 경제 시대 경제인이 알아야 할 일이다.
4차 산업 혁명 시대는 디지털 시대이다. 당연히 화폐도 디지털로 변해가고 있다. 아니 현재 대부분 사용하고 있는 인터넷뱅킹, 신용 또는 체크카드, 모바일뱅킹 등이 디지털 화폐나 다름없다.

일부 상점에서는 아예 현금을 받지 않는다. 그리고 디지털 화폐의 일종인 가상화폐 일일 거래액이 코스피 2배에 달하는 40조 원을 넘어서기도 한다. 뭔지 모르게 어수선하긴 하지만 현실은 디지털 화폐 시대로 성큼 들어섰다. 그런데 화폐개혁을 말하면 모두가 예민하게 긴장하면서 디지털 화폐 발행 등에 대해서는 많은 국민이 별 관심이 없다. 실제 익명성 보장이 안 되는 디지털 화폐로 변경되면 일반 화폐개혁을 시행하는 것보다 수십 배 이상으로 개인 경제권에 영향을 주는 일인데 말이다. 거기에다가 미·중 패권전쟁 시대에 중국이 디지털 화폐를 이용하여 미국을 따라잡으려고 무섭게 돌진하고 있다.

일생생활에서 밥상에 오르는 돼지고기 등 반찬거리부터 반도체까지 대부분 경제는 미·중 패권전쟁 등 국제정치, 국내 정치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돈과 돈처럼 취급되는 것 역시 말할 필요 없다.

참고로 정치란 가치의 권위적 배분(authoritative allocation of values)이다. 여기서 ‘가치’란 인간이 살면서 필요한 의식주 등 필수적인 재화를 포함한 유무형의 경제재를 말한다. 따라서 정치와 경제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분리된 적이 없다. 국제정치 역시 지구의 유한한 가치를 누가 필요한 만큼 또는 원하는 만큼 가져가느냐의 다툼이다. 그런데도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경제에는 관심이 많으면서, 그것을 움직이는 정치에 무관심한 것을 자랑처럼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정치를 직(職)이나 업(業)으로 하는 것과 내 삶과 직결되는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이다. 하물며 가치 있는 것을 교환할 수 있는 돈이나 가상화폐 등은 첨예한 국제정치의 대상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네트워크 기술을 통해 만들어진 가상화폐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투자 대상이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가상화폐의 시가총액은 이미 2400조 원을 돌파했으며, 그중 비트코인이 49%를 차지한다. 비트코인 가격은 5월 8일 기준 5만 8000달러가 넘는다. 얼마 전, 세계적인 투자가이자 페이팔(Paypal) 공동 창업자인 피터 틸(Peter Thiel)은 한 포럼에서 비트코인이 중국의 금융 무기가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중국이 강력하게 추진하는 디지털 화폐에 대하여 일반 국민은 물론이고 기업과 정부 관료들이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 디지털 화폐는 종류를 크게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현재 신용카드와 같이 은행 및 카드사 등에서 고객의 일반화폐인 현금자산 기반으로 사용하는 전자화폐 또는 디지털 화폐라고도 한다. 둘째 국가나 중앙은행이 아닌 민간분야에서 발급하는 이른바 가상화폐가 있다. 그동안 업계 안팎에선 암호화폐(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가상통화, 디지털 자산, 가상자산 등이 혼용돼왔는데 지난해 3월 5일 특정 금융정보법(특금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일부 반대는 있지만, 국내에서는 ‘가상자산’으로 용어를 통일하는 변화가 진행 중이다. 그러나 이 글에서는 가장 많이 사용하는 가상화폐로 표현하기로 한다.

가상화폐는 화폐, 주식 및 자산의 성격을 조금씩 가지고 있다. 기업들이 주식처럼 자금을 모집하는 데 사용하기도 하고 재화를 사고파는 수단으로 사용하기도 하며 가격이 등락하며 발생한 수익에 과세하기 때문이다.

최초의 가상화폐는 비트코인이다. 비트코인은 잘못되면 주식처럼 나중 휴지 한 장(주식) 조차도 없다. 이른바 내재가치가 없다는 말과 같다. 그런데 왜 손에 잡히는 것 없고 디지털 코드에 불과한 비트코인 하나가 6~7천만 원에 거래되는가?

가장 먼저 우수하고 검증된 환가성에 있다. 2009년부터 언제든지 시장에서 살 수 있고 팔 수 있다. 다음은 희소성이다. 2100만 개까지 발행되도록 한정된 비트코인의 희소성 때문에 가격이 오른다. 또 위조, 변조 및 이중지급의 위험이 없어 신뢰할 수 있는 거래의 신뢰성 등 장점이 있어서 비트코인에 투자한다고 필자는 설명한다. 쉽게 말하면 비트코인은 시장에서 인정하는 검증된 무형의 내재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인정된 가치에 대한 심각한 훼손, 예를 들면 이중지급 등의 문제가 나타나면 지금까지 쌓아온 비트코인의 가치는 순식간에 무너지겠지만, 그때까지는 당분가 가치가 등락하며 상승추세를 이를 것으로 보인다.

최근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NFT (대체 불가능 코인)은 비트코인의 장점에 예술품 등 실물자산이 결합하고, 발행한 코인 하나하나가 대체 불가능한 희소성을 갖는다. 그리고 빅데이터 시대에 분산 데이터 처리방식인 파일 코인과 같이 비트코인의 장점에 공익성, 시대성을 추가로 갖고 있는 일부 코인들은 당분간 가상화폐의 한 축을 이룰 것이다.

비트코인 이후 이더리움 기반의 이른바 알트코인(대체)이 약 9500여 개가 만들어져 거래되고 있다. 이 중 수십 개를 제외하고는 전혀 투자대상이 아닌 엉터리라고 단언해도 좋을 만큼 객관적 합리성 등을 찾기 어려운, 이른바 지속성장 생태계가 전혀 없는 가상화폐이다.

그런데도 많은 투자자들이 복권 당첨의 기대를 가지고 묻지 마 거래를 한다. 특히 최근에는 2030 세대를 이어 5060 세대들의 투자가 늘고 있는데 투자액이 수천만 원대로 커졌다. 머지않아 가상화폐 제도 등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옥석이 가려지고, 그런 허상의 가상화폐들은 뜨거운 화로 위로 떨어지는 눈송이처럼 없어질 것이 분명하니 유의해야 한다.

셋째, 마지막으로 국가 기관인 중앙은행에서 발행하는 법정 디지털 화폐가 있다. CBDC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라고 한다. 중국은 디지털 위안화 또는 DCEP(Digital Currency Electronic Payment)라고도 한다.

중국은 상용화를 앞두고 시범 테스트를 했으며, BIS와 주요 6개국(일본, 유럽, 영국, 스웨덴, 스위스, 캐나다) 중앙은행은 지난해 1월부터 공동연구 진행 중이고 미국은 내부적으로 준비하면서 중국 등 다른 나라 움직임을 예의 주시 중에 있다. 한국 역시 한국은행이 시범실시 단계까지 준비가 되어있는 상태이다.


▲ 미·중 패권전쟁과 신비로운 길을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중 간의 패권전쟁은 무역, 환율, 금융, 정보통신 및 첨단기술, GPS 등 데이터, 석유 등 에너지, 무력전쟁, 대만과 쿼드+알파 합종연횡 다툼 등 8가지 형태로 단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현재 관세 보복 등 무역 전쟁 1, 2라운드가 어느 정도 끝났다. 그리고 ZTE, 화웨이, 틱톡, 위쳇, 알리페이 등 환율, 정보통신과 공자학원 등 중국 간첩, 대만 인도를 포함한 쿼드 구축에 따른 남중국해 인공섬 형태의 항공 모항 충돌 등으로 전선이 확대된 3라운드가 진행 중이다.

미국은 달러를 군사력 이상의 강력한 패권 행사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달러패권이다. 미국 마음대로 발행하고 회수하며 조절하는 달러 기축통화 권력과 세계의 은행 중의 은행인 IMF와 월드뱅크를 통하여 막강한 금융 패권을 동시에 행사하고 있다.

흥미로운 통계가 있다.

2020년 11월 기준 외화 보유액 순위는 중국이 1위로 3조 1426억 달러, 일본이 2위로 1조 3898억 달러, 3위 스위스 1조 153억 달러, 4위 러시아 5834억 달러, 5위 인도 5447억 달러, 6위 대만 4996억 달러, 7위 홍콩 4533억 달러, 8위 사우디아라비아 4475억 달러, 한국이 9위로 4265억 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대부분 해외 무역의 비중이 큰 국가들이다. 다만 이들 국가는 원래부터 외화 보유액이 많았던 것은 아니고, 대부분 1997년 외환 위기를 겪은 후 크게 늘린 것이다. 그런데 미국은 외화 보유액이 없다. 왜냐하면, 달러가 필요하면 발행하면 되기 때문이다. 1997년 외화 보유액이 순식간에 바닥나 IMF 외환 위기 곤욕을 치른 한국으로서는 부러운 힘이다.

중국을 포함한 대부분 국가는 에너지 및 무역 결제대금으로 달러를 사용한다. 미국은 달러로 중국 등 신흥국의 물건을 사주고, 그 돈은 미국 국채로 다시 모인다. 다시 거둔 달러로 미국은 중국을 포함한 여러나라 기업의 주식 등에 투자하면서 세계를 지배했다.

이른바 ‘신비로운 길’이다. 미국은 70년 동안 만들어 온 이 길을 지키기 위하여 천하무적 항공모함 함대가 24시간 365일 오대양 바다 위와 바다 밑을 항해하고 있다.

국제거래에 대한 지급, 결제, 청산 시스템이라는 측면에서 달러 체제는 주요 금융기관의 실시간 결제 네트워크 역할을 하는 CLS(Continuous Linked Settlement)와 CLS 네트워크 등을 통한 금융거래의 메시지 처리 시스템이자 통신망인 SWIFT(국제은행간 통신협회, Society for Worldwide Interbank Financial Telecommunication)로 구성되어있다.

CLS(뉴욕 소재)는 2002년 설립된 외환 동시결제(PvP) 전문 민간금융기관으로 2020년 현재 주요 글로벌 은행 등 70여 개의 주주 회원사와 25,000개 이상의 참여 금융사로 구성되어 주요 18개 통화에 대한 동시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위안화는 거래통화가 아니나 중국은행은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이러한 시스템을 벗어나거나 우회하여 자신들이 통제하는 새로운 결제시스템을 가지길 원하는 것이다. 중국이 일대일로 등으로, 중국 CBDC인 디지털 위안화로, 남중국해 인공섬으로 미국의 신비로운 길과 국제결제시스템을 방해하며 도전에 나섰다. 미 달러패권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21세기를 지배할 결정권은 핵무기가 아닌 화폐다. 화폐를 통제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 쑹훙빙(宋兵) 중국 글로벌 재경 연구원장이 저서 ”화폐 전쟁”에서 주장한 내용이다.

”미·중 간의 패권전쟁 결과는 수년 안에 무역과 금융을 비롯한 국가 간의 거래에서 어느 나라 화폐를 많이 쓰느냐로 결판날 것이다. “ 필자가 그동안 미·중 패권전쟁을 분석한 결과다.

▲ 중국이 비트코인 거래를 중지한 이유는 무엇일까?

중국이 이미 2017년 말에 중국 내 비트코인 거래를 금지했고, 이에 따라 중국의 몇몇 주요 비트코인 거래소가 폐쇄를 선언하거나 해외로 이전해 운영하고 있다. 중국은 왜 비트코인 거래를 금지하였는가?

주된 이유는 비트코인이 기밀성과 익명성을 가진 ‘블록체인’ 기술로 만들어졌고 또 구매자와 판매자가 제삼자 수단(현금 등)이나 중개자 없이 직접 거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은 중국 정부가 자금의 흐름과 보유자의 신원을 추적할 수 없어 감시 체제 유지에 장애가 된다. 이런 은밀한 자금 유통이 활성화하면 중국의 은행 시스템까지 존재가치가 위협받는다. 최근 거대한 마윈의 알리바바 금융을 사실상 해체하려는 말까지 나도는 중국 정부의 진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중국은 비트코인 거래를 금지하긴 하지만 비트코인 ‘채굴’은 허용하고 있다. 전력이 많이 소모되지만, 중국은 전력이 상대적으로 싸서 세계 마이너(채굴자)들을 중국으로 노골적으로 불러들여 밤낮으로 비트코인을 채굴해 돈을 벌고 있다.

자본주의 한국보다 돈벌이에는 중국 정부가 더 앞장서 나선다. 그 결과 중국은 비트코인 세계 채굴량의 75%를 차지한다. 최근 미·중 데이터 패권 속에서 각광 받고있는 파일코인 채굴량도 중국이 80%를 차지한다.

중국이 비트코인 거래를 금지하는 것이 비트코인의 특성과 가치를 몰라서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중국은 비트코인을 달러에 맞설 금융 무기의 하나 또는 예비 무기로 활용하기 위하여 중국 내에 비트코인을 비축하는 환경을 조성해주고 있다.

▲ 달러패권에 도전하는 공식 도전자는 종이 위안화가 아니라 디지털 위안화이다.

중국은 지난해부터 선전(深圳), 쑤저우(蘇州) 등 4개 도시에서 디지털 위안화를 시범 운영한 데 이어 최근에는 상하이(上海), 베이징(北京)으로까지 확대하면서 디지털 위안화의 전면 운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디지털 위안화란 쉽게 말해 위안화를 디지털화하는 것으로, 전자지갑과 비슷한 것이다. 즉, 전통 지폐 없이 휴대전화만 있으면 물건을 사고팔 수 있다. 심지어 인터넷에 연결할 필요도 없이 휴대전화끼리 갖다 대면 계좌이체가 가능하다.

중국의 모바일 결제에는 알리페이, 위챗 페이 등이 이미 활성화되어있다. 현재 중국은 모바일 결제액 비율이 전 세계의 44%를 차지한다. 디지털 위안화도 휴대전화로 사용 가능하고 별도의 수수료가 없어서 알리페이와 위챗 페이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또 중국은 내년 2월의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외국인 선수들에게 디지털 위안화를 지급하려고 한다. 이는 중국이 디지털 화폐의 선도국임을 전 세계에 알리고, 이를 통해 ‘디지털 위안화’를 국제화하려는 의도이다.

중국이 디지털 위안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단순히 ‘거래의 편리함’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대내적으로는 체제의 ‘안정’을 유지하고 대외적으로는 ‘세계 패권’을 도모하는 전술과 시진핑의 ‘신(新) 발전구도’의 경제 및 ‘인류 운명공동체’ 추진 전술의 하나다.

▲ 디지털 위안화를 이용한 중국의 국내 안정 유지 : 디지털 위안화 임의 공급

코로나로 각국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입었고, 중국 역시 예외가 아니다. 이 때문에 중국 인민은행도 다른 나라들처럼 시중에 더 많은 돈을 풀어 투자를 장려하고 경기를 부양하는 양적 완화( quantitative easing) 통화정책을 펴고 있다.

지폐는 발행비용 및 유통비용이 많이 들지만, 디지털 위안화는 발행 및 관리에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중국 인민은행이 과감하게 디지털 위안화를 발행할 수 있고 인민은행이 데이터를 조작하거나 숨기면 얼마나 많은 돈을 풀었는지 외부에서는 알 수 없다.

더욱이 중국의 지방정부마다 부채 문제가 심각해 중국의 경제 발전을 위협하고 있다. 국제금융협회(IIF)의 최근 통계에 따르면, 중국의 GDP 대비 부채 비율은 2019년 말 302%에서 지난해 말 335%로 증가했다. 이 같은 막대한 부채는 지방정부의 자체 세수(稅收)만으로는 상환이 거의 불가능하며, 중앙정부의 지원으로 충당할 수밖에 없다.

나아가 중국은 컴퓨터 기술을 통해 디지털 위안화에 대한 은밀한 특수 조건을 설정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일정량의 위안화는 제한된 시간과 장소에서 써야만 하고, 만약 이 시간이나 장소를 벗어나면 쓸 수 없게 하는 식이다. 중국은 지난해 10월 선전 뤄후(羅湖) 구에서 이 같은 제한된 시간과 장소에서 ‘디지털 홍바오(紅包·보너스)’를 테스트한 적이 있다.

그렇게 되면 중국은 국민에게 단기간, 특정 지역에서 소비하도록 디지털 화폐로 ‘홍바오’나 ‘금융 구제금’을 마구 뿌릴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앞으로 중국은 ‘계획경제’와 ‘GDP 프로젝트’를 더 효과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디지털 위안화가 전 지역으로 시행되면 중국은 비밀리에 대량의 디지털 화폐를 발행해 지역 정부를 은밀하게 지원할 수 있다. 현재도 중국의 각종 통계를 정확히 파악하기 힘든데 디지털 화폐가 전국적으로 확산 시행하면 중국 특성상 정확한 금융통계 정보 확보는 어려울 것이고 거래 당사국들은 위험에 노출됨은 물론 국제 경제 질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 디지털 위안화를 이용한 1당 독재 강화 : 빅 브라더(Big Brother)

디지털 위안화는 인민은행이 발행, 관리하기 때문에 모든 사용자의 자금흐름 등 거래 이력 정보가 인민은행에 집중된다. 정부 발행 디지털 위안화는 다른 가상화폐와 같이 ‘은밀성’과 ‘익명성’ 보장이 안 되는 정도가 아니라 유리알처럼 잔액, 사용기록 등을 24시간 들여다볼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어떤 이유로도 언제든지 정부가 디지털 위안화 소유자의 잔액을 영(제로)으로 만들거나 사용을 못 하게 할 수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중국의 경기 침체와 중국 정국의 불안정으로 인해 중국 자금이 대거 해외로 빠져나갔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최소 500억 달러(약 55조 8750억 원)가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를 통하여 해외로 빠져나갔다. 이런 이유로 중국이 비트코인 및 다른 디지털 화폐의 거래를 금지한 것이다.

권력을 쥔 세력은 해외로 자금 반출, 자금세탁, 범죄이용 억제 등 사유로 반정부 불만자, 정적을 제거하거나 길들이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어 1당, 1인 독재 장기화에 강력한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

중국 관리들은 디지털 위안화가 ‘익명성’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사용자 간의 ‘수평적 관계’에서는 익명성이 가능할 수 있지만, 사용자와 인민은행 간의 ‘수직적 관계’에서는 익명성이 있을 수 없다.

결국, 중국 인민은 ‘디지털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되고, 당국은 ‘안정 유지’ 역량을 더욱 굳건히 확립하게 될 것이다. 디지털 위안화는 무력보다 더 무서운 ‘빅 브라더(감시)’ 통제 수단이고. 완벽한 디지털 레닌 사회주의를 완성시키는 완결 도구이다.

▲ 디지털 위안화를 이용한 달러패권 도전

달러는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주류 통화로, 국제결제은행(BIS) 통계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적으로 국제 외환거래에서 달러를 쓰는 비율은 88%인 데 비해 위안화를 쓰는 비율은 4%에 불과하다.

그래서 중국으로선 해외 거래를 하려면 결국 달러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당연하게 미국이 중국의 해외 거래를 추적, 자금 흐름 차단, 금융 제재를 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중국과 친한 이란과 북한은 모두 미국의 오랜 제재로 무역이 제한되고 있다. 또 인권을 탄압한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과 중국 관리들 역시 미국의 제재 명단에 올랐다. 그래서 중국은 달러에 맞설 수 있는 새로운 통화체제를 만들어 미국의 금융 제재를 피하려는 것이고, 이를 대외선전을 통해 강조하는 것이다.

중국의 국제 간, 크로스보더(Cross-Border) 위안화 결제는 미국의 국제은행 간 통신협정(SWIFT) 시스템에 의존하고 있고 시 시스템은 금융 제재를 가하는 미국의 무기로 사용된다.

그래서 중국은 디지털 위안화를 서둘러 추진하면서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통해 위안화의 국제화에 속도를 내고 디지털 위안화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통화체제를 조속히 구축하려 한다. 또 디지털 위안화와 ‘일대일로’를 통해 중국 중심의 국제 경제권을 만들어 미국에 맞설 생각이다.

▲ 디지털 위안화를 이용한 지하경제, 음성 조직 지원 활용

이란·북한·쿠바 같은 친 공산 국가들과 결속된 중국은 이들 국가에 경제·통신·군사적 지원을 음양으로 하고 있다. 또 보도에 따르면 여러 친중, 반미 조직과도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그들에게 자금, 물자, 무기 등을 수시로 제공하고 있다는 의심을 미국 등 서방세계로부터 받고 있다.

달러를 통해 이런 지하경제와 거래할 경우, 미국에 발각돼 제재를 당하기 쉽다. 예를 들어 멍완저우(孟晩舟) 화웨이 부회장은 미국 금지령을 어기고 중국을 위해 전자기기를 이란으로 몰래 보내는 과정에서 달러로 거래했다가 미국의 추적을 받고 결국 캐나다에서 체포됐다.

세계 각국에 대한 중국 간첩 활동은 이제 비밀이 아니다. 대만이 가장 대표적인 예이고, 호주와 미국에서도 많은 정·재계 인사들이 중국에 포섭됐다. 예를 들어, 현재 하원 정보위원회 소속인 에릭 스월 웰이 얼마 전 중국의 여성 간첩 팡팡(方芳) 에게 포섭됐고, 다른 미국 정치인들도 중국에 매수됐다는 의혹이 보도된 바 있다.

사람을 매수하고 간첩 활동을 하려면 현지에서 통용되는 돈이 필요하고 대부분 달러로 사용한다. 그런데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달러로 현지에서 공작활동을 하거나 외국 정치인을 매수하면 쉽게 적발된다. 중국이 디지털 위안화를 국제화하면, 이런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일례로, 2019년 중국은 ‘마스터 체인’이라는 사이트를 통해 대만의 문화 엘리트와 미디어 엘리트를 상대로 중국이 침투 활동이 보도된 바 있다. 중국은 ‘마스터 머니’라는 가상화폐를 통해 대상자에게 돈을 줬다. 그런 다음 그들을 중국 전자상거래 사이트에 접속시켜 ‘마스터 머니’로 상품을 구매하게 했다. 일종의 게임머니(포인트) 환치기 지불인 셈이다.

이후 대만이 ‘반(反) 침투 법’을 긴급히 통과시켜 이 같은 편법적인 행위를 저지하자 마스터 체인은 즉각 대만 철수를 선언했다.

하지만 앞으로 디지털 위안화가 국제화되면 중국이 대만과 각국의 법규를 우회해 더 많은 음성적 활동을 하기 쉽다.

왜냐하면 중국이 디지털 위안화를 기반으로 다국적 결제시스템을 구축할 경우, 미국의 제재를 받지 않는 지하 경제권을 형성해 미국과 경쟁할 수 있고, 자국에 유리한 음성 조직을 서슴없이 지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 등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중국 디지털 위안화의 위험 요소들을 면밀하게 살펴 대처할 필요가 있다. 중국 인민이 감시받는 중국 내부의 ‘디지털 전체주의’ 문제뿐 아니라 전 세계에 대한 중국의 ‘디지털 침투’와 ‘디지털 패권’ 추구라는 국제 안보 문제까지 걸려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화폐로 가는 대세의 흐름을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CBDC는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아직 통제할 수 없는 위험이 많고, 운용 주체인 정부가 악용하려 하면 개인과 기업의 경제 활동은 물론이고 민주주의 기본까지 파괴할 수 있다.

또 CBDC는 기술과 이론적으로 중앙은행 하나만 있으면 되고 지금처럼 수십 개의 은행, 신용카드 등 결제회사가 많이 필요 하지 않고 대행 할 소수의 하부 조직만 있어도 된다. 중국이 대형 민간 금융회사인 알리바바 금융 자회사인 앤트그룹이 걸리적 거린다고 판단하였듯이 말이다. 이에 따라 투자 등 금융 역할도 정부(중앙은행) 한 곳으로 집중할 수밖에 없어 금융이 권력화 되고 위축될 위험이 아주 높다.

미국은 최근 코로나 경기부양 지급, 결제수단으로 CBDC가 부상하자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2023년 디지털 달러 공개를 예상하기도 했다. 한국은행도 CBDC 발행 리스크와 필요성을 검토하고, 연내 시범 테스트를 시행할 예정이다.
한국 금융 최고의 엘리트가 모여있는 한국은행이 주도면밀하게 검토, 또 검토, 연구하여 안전하며 편리한 CBDC를 준비하리라 믿는다. 아울러 미·중 디지털 화폐, 달러 패권 전쟁 속에서 한국이 세계 디지털 화폐를 선도하고 주도하는 역할 까지 해줄 것을 주문한다. 이른바 K-디지털 화폐가 세계 기축통화가 되도록 말이다.

혹여 친중 세력의 강권으로 인하여 불쑥 중국 디지털 위안화에 등 떠밀려 끌려가는 일이 없도록 중앙은행으로서의 기본 책무를 다해 주어야 한다. 필자가 몇 차례 언론에서 말하였듯이 CBDC 발행 및 제도 시행은 헌법 개정만큼 신중하게 전문가, 국회, 국민의 합의가 필요한 중요한 일이다. <한경닷컴 The Lifeist> 박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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