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중국 시노팜 백신 긴급사용 승인…백신외교 힘 받는 중국

세계보건기구(WHO)가 중국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의 긴급 사용을 승인했다. 비서구권 국가에서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가운데 처음이다. 중국은 개발도상국에 대한 수출을 늘려 '백신외교'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60세 이상도 접종 가능"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7일(현지시간) "WHO는 시노팜의 코로나19 백신을 긴급 사용 목록에 올렸다"며 "WHO로부터 안정성과 효능, 품질을 확인받은 6번째 백신"이라고 발표했다.WHO의 면역 자문단인 전문가전략자문그룹(SAGE)은 3∼4주 간격, 총 2회 접종 일정으로 18세 이상 성인에 대한 사용을 권고했다.앞서 SAGE는 시노팜 백신의 예방률을 78.1%라고 추정했다. 다만 60세 이상 노령 집단에 대해선 자료 부족을 이유로 예방률과 부작용 측면에서 신뢰도가 낮다고 평가했다. WHO는 고령자에게 보호 효과를 줄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연령 상한선을 정하지 않았다.

WHO의 긴급 사용 목록에 올라가면 코로나19 백신 공동 구매·배분을 위한 국제 프로젝트인 코백스를 통해 배분될 수 있다. WHO는 시노팜 외에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모더나, 존슨앤드존슨(J&J)의 유럽 자회사인 얀센, 영국·스웨덴 합작사인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하고 한국의 SK바이오사이언스와 인도의 세룸인스티튜트(SII)가 위탁 생산하는 백신의 긴급 사용을 승인했다.

시노팜 백신은 현재 중국 외에 헝가리와 이란, 이집트, 파키스탄 등 전 세계 40여 개국에서 사용되고 있다. WHO는 또 다른 중국 제약사인 시노백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의 긴급 사용 승인 여부를 수일 내에 내놓을 예정이다.

연 20억회분 수출 계획

WHO가 시노팜의 코로나19 백신을 승인하면서 글로벌 백신 수급 상황이 개선될 지 관심이 쏠린다. 선진국들이 코로나19 백신을 선점하고 일부 제조국이 수출을 금지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공급 부족 현상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선 현재 WHO의 심사 리스트에 오른 2종 외에 시노팜이 개발한 또 다른 백신, 캔시노바이오가 인민해방군과 함께 개발한 백신 등 총 4종이 접종되고 있다. 베이징의 브리지컨설팅에 따르면 중국은 그동안 아프리카와 아시아 개도국을 중심으로 1650만회분의 코로나19 백신을 기부하고, 84개국에 6억9100만회분을 판매했다.

시노팜은 지난 6일 베이징에 세계 최대 규모의 백신 공장 건설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이 공장을 더해 연 30억회분의 생산능력을 갖추게 됐다. 또 시노백은 6월 중 신공장 완성으로 연 20회분의 생산역량을 확보할 계획이다. 중국은 이렇게 마련한 총 50억회분 가운데 자국 국민에게 활용할 30억회분을 뺀 나머지 20억회분을 해외에 공급할 예정이다.중국은 오는 6월 말까지 전체 인구 14억명의 40%(약 5억6000만명)에게, 연말까지는 70~80%에게 1회 이상 백신을 접종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7일까지 3억회를 접종했다. 시노팜과 시노백은 현재 하루 1200만회분의 백신을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자국 백신들이 죽은 바이러스를 활용하는 불활성화 백신이어서 영상 2~8℃에서 유통할 수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메신저리보핵산(mRNA)를 활용하는 모더나(-20℃)나 화이자(-70℃)보다 유통이 쉽다. 이 때문에 아프리카와 아시아 개도국에서 더 많이 활용될 전망이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