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아침의 시] 귀 - 신해욱(19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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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A2
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귀가 몇 개만 더 있으면 정말 좋았을 텐데.
물이 물에 녹는
소리 속에서
오래오래 생각에 잠기고 싶었다.-시집 《생물성》(문학과지성사) 中
목욕물을 받아놓고 물속에 얼굴을 넣었다 뺐다 하면 오래오래 생각에 잠기기에 좋지요. 귀가 몇 개만 더 있으면 또 얼마나 많은 소리들이 들려올까요. 저 멀리서 야구선수가 홈런을 쳐 공이 날아가는 소리나 동물들에게만 들리는 아주 미세하고 작은 소리를 들을 수도 있겠지요. 혹은 아무도 모르게 초여름이 오고 있는 소리를, 집 없는 고양이들이 속삭이는 소리를, 우리 눈에 안 보이거나 어둠에 잠겨 잘 보이지 않는 것들의 소리들까지도 말이에요.
주민현 시인(2017 한경신춘문예 당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