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 어림없다"…카뱅·케이뱅크, 몸집 불리기에 '속도' [이슈+]

여신 규모 27조 돌파…인터넷은행 '성장세' 입증
7월 토스뱅크 출범 예상…중금리 대출 활성화 '전력'
하반기 자본 확충 이후 '사업 확장' 본격화 전망
사진=한경DB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가 빠르게 몸집을 불리고 있다. 지난달 이들 은행에만 2조2500억원가량의 자금이 몰리면서 여신 규모가 27조원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그간 부진했던 케이뱅크도 수신고 10조원을 돌파했다. SKIET(SK아이이테크놀로지) 공모주 청약 및 국내 암호화폐 열풍 덕분이다.

카카오뱅크·케이뱅크는 경쟁력 강화에 한 번 더 고삐를 당기는 중이다. 오는 7월 토스뱅크가 출범을 앞두고 있어서다. 이들은 중금리 대출 활성화를 위한 신용평가 모형 고도화, 여신상품 포트폴리오 다양화를 추진해 성장세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들의 영업력은 하반기 자본 확충 이후 더욱 강력해질 전망이다. 현재 카카오뱅크는 국내 인터넷전문은행 중 처음으로 코스피 시장 상장을 위한 기업공개(IPO) 절차에 돌입했다. 케이뱅크도 두 번째 유상증자를 추진 중으로, 실탄을 마련해 공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여신고·수신고 큰 폭 상승…'공모주 청약·코인 광풍' 영향

10일 은행권에 따르면 4월 말 기준 카카오뱅크의 여신 잔액은 전달보다 1조6025억원 증가한 23조2075억원으로 집계됐다. 케이뱅크의 여신 잔액도 같은 기간 8500억원 오른 4조6800억원으로 나타났다. 한 달 새 2조2500억원가량의 자금이 인터넷전문은행으로 몰린 셈이다.

SKIET 공모주 청약 광풍이 불면서 개인 신용대출 잔액이 급증한 영향이다. 지난달 28~29일 진행된 SKIET 일반인 공모주 청약에는 80조9017억원의 증거금이 밀려들면서 사상 최대 금액이 몰렸다. '중복 청약 막차'라는 프리미엄에 개인 투자자들이 몰린 것이다.케이뱅크도 수신고를 탄탄히 채우면서 성장세를 증명했다. 케이뱅크의 수신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3조4200억원 늘어난 12조1400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 재개 직전인 작년 6월 말 기준 약 1조8500억원에 불과했던 케이뱅크의 수신 잔액은 영업 재개 9개월 만에 5배 이상 증가하면서 10조원을 넘어섰다.
케이뱅크 을지로 신사옥. 사진=한경DB
이는 지방은행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규모다. 작년 말 기준 제주은행의 총수신 약 5조4000억원의 두 배가량이다. 시중은행과 비교해도 수신고 10조원 달성 속도가 빠른 편이다. 신한은행은 설립 11년 8개월 만에(1994년), 국민은행은 27년 만에(1990년) 각각 달성했지만 국내 1호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는 2017년 4월 출범한 지 4년 만에 달성했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와의 제휴가 괄목할만한 효과를 낸 덕분이다. 현재 케이뱅크에선 업비트에서 거래할 때 필요한 실명입출금계좌를 독점적으로 개설할 수 있다. 이 영향으로 지난 한 달간 고객 수가 146만명 늘어나며, 누적 고객 수 500만명을 돌파했다. 2018~2020년 3년간 꾸준히 유치한 고객(157만명) 규모를 한 달 만에 확보한 셈이다.케이뱅크 관계자는 "업비트와 같은 제휴사 관련 유입 증가에 파킹 통장 등 자체 상품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수신고가 늘었다. 여신고의 경우 공모주 청약의 효과가 크다고 보고 있다"면서 "수신 규모가 크게 증가한 만큼, 국공채와 환매조건부채권(RP) 등 안전자산 위주로 유가증권에 투자해 수익을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토스 들어온다…여신 상품 경쟁력 강화 '전력'

토스뱅크의 출범으로 '인터넷전문은행 삼국지 시대' 개막을 앞둔 만큼, 카카오뱅크·케이뱅크는 경쟁력 강화에 힘을 싣고 있다.

㈜토스혁신준비법인(가칭 토스뱅크)은 올해 7월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다. 토스뱅크는 2019년 12월16일 금융위 예비인가 이후 준비법인을 설립하고, 출자와 임직원 채용, 전산시스템 구축 등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작업을 진행해왔다. 지난 2월에는 금융위원회에 인터넷전문은행 본인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금융당국은 가능한 한 빨리 본인가를 승인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5월 12일 본인가 심사를 앞두고 있는 토스 본사 사무실. 사진=비바리퍼블리카 제공
중금리 대출에 대한 경쟁 심화가 예상되는 만큼, 카카오뱅크·케이뱅크는 중금리 대출 포트폴리오 확대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금융당국이 지난달 인터넷은행을 겨냥해 중금리 대출 실적을 확대하지 않을 경우, 신사업 진출에 제한을 두겠다고 엄포를 놓은 영향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카카오뱅크는 신파일러(Thin-filer·금융이력·신용이 부족한 사람)를 위한 새로운 신용평가시스템(CSS) 개발에 나선 상태다. 시스템 고도화를 기반으로 하반기 내에 차별화된 중금리 대출 상품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1월부터 고신용자 대출 증가를 억제하는 자체 여신 방안을 실행해온 바 있다. 자체 신용에 기반한 민간 중금리대출 상품 금리를 최대 0.6%포인트 인하하기도 했다.

케이뱅크도 중금리 대출 활성화를 위한 CSS 고도화 작업을 추진 중이다. 케이뱅크는 카카오·토스뱅크 여신 상품과의 차별화를 위해 주주사 및 그룹사 시너지 효과 창출에 집중한다. 케이뱅크는 최대주주 KT의 통신 정보, 계열사 비씨카드의 가맹점 정보 등을 CSS 모형에 결합시켜 고도화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연내 사잇돌 대출, 전월세 보증금 대출 등 새로운 상품 출시도 예고했다.

이들의 영업력은 하반기 자본 확충 이후 더욱 강력해질 전망이다. 공모로 마련한 실탄을 통해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한다는 방침이다.

케이뱅크는 올해 자본 확충을 위한 두 번째 유상증자를 추진 중이다. 새로운 주주 유치를 통한 자본력 확충에 나서려는 것으로, 최대 4000억원의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글로벌 투자자 싱가포르투자청(GIC), 국내 대형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 VIG파트너스 등이 참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기대감이 높아진 상황이다.
카카오뱅크 실행하고 있는 모습. 사진=김범준기자 bjk07@hankyung.com
지난해 말 이미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완료한 카카오뱅크는 올해 하반기 코스피 시장 상장을 위한 기업공개(IPO) 절차에 착수했다. 국내 인터넷은행 중에선 1호 상장사가 되는 것이다.

카카오뱅크는 자본 확충을 통해 미개척 영역이던 기업금융과 주택담보대출 시장에 진출한다. 먼저, 올해 하반기 보증 심사와 대출 실행의 모든 단계를 비대면으로 전환한 개인사업자 대출을 내놓는다. 출범 이후부터 준비해 온 주택담보대출 출시도 속도를 낸다. 출시 시점은 이르면 올해, 늦어도 내년을 넘기지 않을 전망이다.카카오뱅크 관계자는 "하반기 상장을 통한 증자에 나서는 것은 안정적으로 자본금을 확충해 대출 관련 서비스와 상품을 적극적으로 선보이기 위한 전략"이라면서 "작년에 이어 올해까지 이어진 자본 확보를 통해 하반기에 기술 기반의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고 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