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코알라] 내년부터 암호화폐 과세…올해 증여하면 세금 피할 수 있나

원칙상 과세 대상…"현실적으론 쉽지 않을 듯"
전문가 "추후 과거 거래내역 추적·추징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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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월 1일 시행을 앞둔 암호화폐 과세에 코인 투자자들의 관심이 뜨겁다. 코인을 사고팔아 벌어들인 양도차익은 물론 암호화폐를 증여·상속할 때도 세금을 물게 된다.

일각에서는 암호화폐를 대량 보유한 자산가들이 연내 증여를 마무리하고 세금을 회피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를 들어 부모가 자녀에게 암호화폐를 넘겨주고, 자녀가 이 코인을 올해 안에 거래소에서 팔아버린다면 세금을 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말 그럴까.

거래내역 파악 내년부터 가능

10일 기획재정부와 세무업계에 따르면 암호화폐 거래소득에 대한 과세가 시작되기 전인 올해도 암호화폐 증여는 과세 대상이 된다. 증여세는 금전으로 환산할 수 있는 경제적 가치가 있는 모든 물건이나 경제적 이익, 또는 재산적 가치가 있는 법률상·사실상의 모든 권리에 포괄적으로 매겨지기 때문이다.

다만 올해까지는 정부가 암호화폐 거래내역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고, 자산가치를 평가할 방법도 불분명한 상황이다. 소득세법 시행령에 따르면 암호화폐거래소는 2022년 1월부터 이용자들의 분기별·연도별 거래 내역을 정부에 제출하도록 돼 있다. 바꿔 말하면, 내년 1월 전까지는 정부가 특정 거래소를 세무조사 등으로 털지 않는 한 거래내역을 제출받을 법적 근거는 없다는 얘기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한국납세자연합회장)는 "암호화폐 증여는 세법상으로는 과세 대상이 맞지만, 실제 납세 의무자가 누군지 확인할 수 없다면 현실적으로 과세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특히 해외 거래소나 개인 간 거래를 통해 암호화폐를 넘긴다면 정부가 내역을 파악하기 쉽지 않다.이경근 법무법인 율촌 조세자문부문장은 "암호화폐를 거래소에서 사고파는 것은 기록이 남지만, 비상장주식처럼 기록을 안 남기고 개인끼리 주고받게 되면 현금 거래에 사실상 과세가 안 되는 것과 비슷하게 취급될 수도 있다"고 했다.

정부는 오는 9월 24일까지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등록하지 않는 암호화폐거래소는 문을 닫게 될 것이라는 입장인데, 이렇게 되면 아예 거래내역이 사라져버리는 사례도 나올 수 있다.

올해는 자산가치 평가기준도 없어

암호화폐 증여 시 자산가치를 평가하는 방법도 올해까지는 불분명한 상황이다. 상속·증여세법 시행령에 따르면 과세 대상인 암호화폐 가격은 상속·증여일 전후 1개월 간 일평균 가격의 평균액으로 계산하지만, 이 시행령 역시 내년 1월부터 적용되기 때문이다.

변동성이 큰 암호화폐의 특성상, 증여시점과 신고시점 사이 가격 차가 크게 벌어지면 조세 행정에 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 예컨대 부모·자식 간 증여의 경우 10년 간 총 5000만원까지 비과세인데, 증여 당시 6000만원이었던 암호화폐 가치가 신고할 때 4900만원으로 떨어진다면 신고자 입장에서는 신고시점 가격을 적용하는 것이 유리하다. 세무업계 관계자는 "세금을 매기려면 평가액이 명백하게 나와야 하지만 시행령에 평가방법이 없어 다툼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경근 부문장은 "신고자가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신고해 분쟁이 일어날 소지가 있다"면서도 "시행령이 내년부터 시행되긴 하지만 이를 준용해 평가하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암호화폐와 관련한 정부 차원의 논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던 점이 과세에도 '사각지대'를 만든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법무법인 오킴스의 송인혁 변호사는 "정부가 내년에 올해 거래 건을 확인해 증여세를 신고·납부하지 않았을 경우 추가로 과세하는 정책이 이뤄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홍기용 교수도 "당장 알긴 어렵겠지만 제도가 정비되는 내년부터는 올해 내역을 추적해 세금을 추징할 수 있다"며 "증여를 신고하는 게 오히려 유리하다"고 했다.

임현우 기자

▶5월11일 한국경제신문의 암호화폐 투자 뉴스레터 '코알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