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6번 1루 밟은' 정은원 "한 번이라도 더 출루해야죠"

출루율 0.451로 2위, 볼넷은 31개로 1위 카를로스 수베로(49) 한화 이글스 감독은 정은원(21)이 타석에 들어서면 작전을 내지 않는다.

수베로 감독은 "작전은 상황에 따라 쓴다. 출루 능력을 갖춘 정은원에게 번트 사인을 낼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정은원은 10일 현재 출루율 0.451로, 강백호(0.463·kt wiz)에 이어 이 부문 2위에 올라있다.

정은원은 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더블헤더 1, 2차전에서 모두 1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6타수 3안타 3볼넷으로, 6차례나 출루했다. 그는 더블헤더 2차전이 끝난 뒤 "1차전에서 패(1-11)해 2차전에서는 꼭 이기고 싶었다.

타석에서 집중해 좋은 결과(5-4 승리)가 나왔다"며 "팀이 승리하는 데 필요한 역할을 해내기 위해서 한 번이라도 더 출루할 수 있도록 매 타석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정은원이 프로 무대에서 처음 주목받은 건, '홈런' 때문이었다. 2000년 1월생으로, 같은 해에 태어난 선수보다 1년 빨리 프로에 입문한 정은원은 신인이던 2018년 5월 8일 고척 히어로즈전에서 9회초 무사 1루, 상대 마무리 조상우를 공략해 중앙 펜스를 넘어가는 투런 아치를 그렸다.

KBO리그 사상 2000년대생이 친 첫 홈런이었다.

그는 2000년대에 태어난 선수 중 가장 먼저 1군 무대에 안착했다. 올해에는 KBO리그에서 손꼽는 '출루형 타자'로 자리매김했다.

정은원은 10일까지 KBO리그에서 가장 많은 볼넷 31개를 얻었다.

일반적으로 거포가 볼넷도 자주 얻는다.

투수가 장타를 피하고자, 조심스러운 승부를 겨루다가 볼넷을 허용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2020년 볼넷 1위는 김재환(두산 베어스)과 서건창(키움)이었다.

서건창이 교타자로 볼넷 공동 1위에 오른 건 이례적이었다.

2019년에는 최형우(KIA 타이거즈), 2018년에는 제이미 로맥(현 SSG 랜더스) 등 거포가 볼넷 1위를 차지했다.
정은원은 '선구안'으로 볼넷을 얻는다.

올 시즌 정은원의 장타율은 0.353으로 KBO리그 평균 0.436보다 0.083이나 낮다.

대부분의 타자가 출루율보다 장타율이 높지만, 정은원은 출루율(0.451)이 장타율(0.353)보다 1할 가까이 높다.

수베로 감독과 조니 워싱턴 타격코치는 정은원을 '톱타자 요원'으로 낙점한 뒤, 출루 능력을 극대화하고자 애썼다.

타율(0.284)보다 출루율을 먼저 살필 정도로 야구를 보는 정은원의 시야도 넓어졌다.

정은원은 수비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수베로 감독은 9일 LG전이 끝난 뒤, 더블헤더 2차전 4회말 홍창기의 땅볼 타구를 잡아 글러브에 반동을 줘 유격수 박정현에게 공을 건넨 정은원의 호수비를 떠올리며 "정은원의 글러브 토스는 메이저리그급 수비였다"고 칭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