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아침] 평화롭게 잠든 아이 얼굴…김종태 '사내아이'

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소년이 평화롭게 졸고 있다. 소년 뒤의 하늘과 잠든 얼굴 위에 비치는 햇빛의 묘사 등으로 미뤄보면 소풍을 나왔다가 까무룩 잠이 든 듯하다. 빠른 속도로 최소한의 붓질을 가해 그려낸 화풍이 신선한 느낌을 준다. 유화인데도 수채화처럼 묽은 색조에서 비치는 투명한 질감도 독특한 매력을 선사한다. 김종태(1906~1935)의 ‘사내아이’(1929)다.

김종태는 1926년 제5회 조선미술전람회에 ‘자화상’으로 입선하면서 미술계에 데뷔했다. 이어 1928~1930년, 1933년과 1935년 등 다섯 차례에 걸쳐 특선을 차지하면서 20대에 당대 미술계의 ‘스타’로 떠올랐다. 야수파와 표현파의 영향을 받은 그의 작품에서는 수묵과 같은 담백한 색채와 파격적인 구성이 돋보인다.거장으로 발돋움하던 김종태는 평양에서 개인전을 열던 중 장티푸스에 걸려 29세의 나이로 요절했다. 안타깝게도 지금까지 전하는 그의 작품이 네 점에 불과해 그의 작품세계에 대한 연구와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최근 이건희 삼성 회장의 유족이 이 작품을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하면서 그에 대한 연구가 다시 활기를 띠게 됐다.

성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