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시장 휩쓴 리플레이션…조심스러운 투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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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ETF 수익률 상위 대부분 경기민감주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 경제 회복의 봄바람이 불고 있다. 올 들어 산업재·원유·은행 등 경기민감주 관련 ETF가 수익률 상위를 휩쓸고 있어서다. 철강 가격이 뛰면서 철강 ETF가 특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리플레이션(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 인플레이션에는 이르지 않을 정도로 경기가 팽창하는 것) 트레이딩이 본격화 되는 추세다.
산업재(철강)·원유·은행 ETF가 강세
투자자들은 작년부터 인기인 전기차 '픽'
갈팡질팡 투심에…단기채·국채 인버스도 매수
다만 투자자들은 여전히 리플레이션에 미온적인 태도다. 수익률이 높은 경기민감 ETF 보다도 지난해 저력을 보여줬던 전기차 관련 ETF를 더 많이 담았다. 단기채권 관련 ETF를 담는 투자자도 많아 시장에 대한 관망세가 엿보인다.
ETF 수익률 상위 휩쓴 경기민감주
11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상장된 전체 ETF 중 올해 수익률 상위는 모두 철강 ETF가 차지하고 있다. 10일 기준 KODEX 철강은 55.27%의 성과를 올려 올해 국내 상장 ETF 수익률 1위를 기록 중이다. 그 뒤를 KBSTAR 200철강소재(52.10%)와 TIGER 200철강소재(51.28%)가 이었다. 경기 회복이 가시화 되면서 철강의 소비가 늘어 가격이 급등, 주가를 끌어올렸다. 철강 최대 소비국인 중국이 탄소중립 정책에 자국의 철강 생산 감축 조치를 취하면서 국내 철강업체가 반사수혜를 입기도 했다.에너지 관련 ETF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KBSTAR 미국 S&P 원유생산기업은 올 들어 49.02% 오르면서 4위를, TIGER 200에너지화학 레버리지는 46.71% 오르며 5위를 차지했다. 각각 미국과 한국의 정유·화학주를 담는 상품으로, 경기 회복에 원유 수요가 개선되면서 정유주가 강세를 보인 게 주효했다.
순자산 100위 이내의 종목만 추려 수익률을 비교해봐도 분위기는 비슷하다. 순자산 100위 내 ETF 중· 올 들어 가장 높은 수익률을 보인 건 KODEX WTI원유선물(H)로 34.04% 올랐다. 3위는 경기 반등에 금리가 오를 것이란 기대가 높아지면서 KODEX 은행이 25.86%의 성과를 냈다. 이밖에 TIGER 현대차그룹+(25.65%·4위)과 TIGER 2차전지테마(24.32%·6위), KODEX 2차전지산업(24.08%·6위) 등 2차전지 관련 ETF도 우수한 성과를 올렸다.
투심은 여전히 전기차 '픽'…채권으로 고민도
ETF 수익률은 경제 회복을 상당 부분 반영 중이나 투자자들의 반응은 조심스럽다. 올 들어 자금이 가장 많이 유입된 ETF의 면면을 보면 지난해 이미 저력을 입증했던 전기차 관련 상품이 상위권에 다수 올라와 있다.올 들어 가장 많이 자금이 유입된 ETF는 KODEX 2차전지산업으로 1조 423억원이 쏠렸다. 2위는 TIGER 차이나전기차SOLACTIVE로 8413억원이 모였다. 각각 한국과 중국의 전기차 산업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TIGER KRX2차전지 K-뉴딜(8위·5305억원)과 TIGER 2차전지테마(12위·3157억원)도 자금유입 상위 ETF에 이름을 올렸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경제 재개 기대감에 경기민감주가 오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부터 강세를 띄었던 전기차 관련 산업에 아직 미련을 놓지 못하는 투자자가 많다"며 "이제와서 경기민감주를 담기엔 늦었다고 생각하는 투자자도 적지 않아 보인다"고 언급했다.단기채 ETF에 쏠리는 자금은 갈팡질팡하는 투자자들의 투심을 반영한다. 올 들어 3번째로 자금이 많이 유입된 ETF는 KODEX 단기채권PLUS로 8400억원의 자금이 모였다. 잔존만기가 1년 이하인 국고채·통안채 등에 투자해 수익을 올리는 상품으로, 마땅히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을 단기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자주 쓰인다.
다만 투자자들이 인플레이션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는 기미는 조금씩 보이고 있다. 또 4번째로 자금유입이 많았던 ETF는 KBSTAR 국고채3년 선물인버스로 5988억원의 자금이 모였다. 채권 가격과 금리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국채 인버스 상품으로 향후 금리가 올라 채권값이 하락하는 것을 염두에 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이슬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