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부른 코인 거래소, 잇단 사고…"시스템 장애 핑계면 끝?"

빗썸·업비트 11일 오전 차례로 거래 지연 발생
가상화폐 투자 광풍으로 거래소들이 막대한 수익을 내고 있으면서도 잇단 사고로 투자자들로부터 빈축을 사고 있다. 이른바 '2030' 청년 세대가 주축이 된 투자자들은 정부 당국이 어른으로서 '잘못된 길'이라고 가상화폐 시장을 방치한 사이 거래소에서마저 합리적이고 신뢰할 만한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다.

◇ 빗썸·업비트 차례로 거래 지연…왜 이러나
11일 가상화폐 거래소 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 업계 양대 거래소라 할 수 있는 빗썸과 업비트에서 차례로 거래 지연 사고가 벌어졌다.

빗썸 거래소 화면상 비트코인은 이날 오전 5시 이전까지만 해도 7천200만원 안팎에 머물렀으나 오전 5시 8분에 7천797만4천원까지 급등했다. 이후 오전 6시 8분까지는 그래프가 뚝 끊겨 있다가 다시 7천100만원대로 내렸다.
빗썸은 오전 5시 51분께 "사이트 내 메인 화면 시세, 변동률, 차트 표기 오류 현상이 발생해 현재 긴급 조치 중"이라고 공지를 띄운 뒤 거래를 정상화했다.

이에 앞서 오전 5시 14분에는 "현재 접속 및 주문량 폭증으로 인해 매매 주문 시 체결 지연 현상이 발생되고 있다"고 알렸다. 5일과 7일에 이어 이달에만 벌써 3번째 같은 내용의 공지다.

업비트는 이날 오전 10시를 조금 넘은 시각 거래소 화면의 숫자가 움직이지 않는 현상이 벌어졌다.

시세가 중단되면 거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는 게 업비트의 설명이다. 업비트에서는 올해 들어 총 9차례 '긴급'이라는 꼬리표를 단 점검 안내 공지가 있었다.
◇ 주머니 두둑해진 거래소, 같은 문제는 반복
당장 거래 지연에 따른 투자자들의 금전적 피해 자체는 크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거래소의 기본 바탕이 신뢰라는 점에서 문제를 가볍게 지나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특히 투자 광풍에 힘입어 주머니가 두둑해지고 있으면서도 정작 같은 문제를 막지 못하는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들 거래소의 실적 개선은 지난해 사업보고서에서 잘 나타난다.

빗썸코리아의 주주사인 비덴트의 사업보고서(연결 기준)에 따르면 빗썸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액은 2천191억원으로, 1년 전보다 51.4% 늘었다.

특히 당기순이익은 1천274억5천만원으로 전년(130억9천만원)보다 873.5%나 급증했다.

업비트의 운영사인 두나무의 지난해 매출액(연결 기준)은 1천767억4천만원으로, 1년 사이 26% 늘었다.

같은 기간 두나무의 당기순이익은 477억1천만원으로 전년(116억7천만원)보다 308.9% 급증했다.

투자 광풍이 계속 이어지면서 올해 들어 거래소의 하루 거래대금이 많게는 십수조원에 달하자 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거래 수수료 수입은 수백억대에 이른 것으로 추산된다.
◇ 주요 거래소들도 특금법 시행 앞두고 긴장해야
거래소들은 트래픽 증가가 예상 범위를 뛰어넘으면서 서버 증설로도 대응하기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가상화폐 업권법 도입이 논의되는 시점에서 이는 불필요한 핑계로밖에 볼 수 없다.

더구나 바뀐 특정 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상 '종합 검증' 책임을 맡은 은행들이 자금세탁 방지 관련 전산·조직·인력은 물론이고 거래소가 취급하는 코인의 안전성, 거래소의 재무 안정성, 거래소 대주주까지 문제가 될 부분이 없는지 샅샅이 살필 예정이라 주요 거래소들이라고 해서 안심해서는 안 된다.

은행 내부에서는 "수수료가 얼마나 된다고 굳이 가상화폐 거래소와 거래해 자금세탁 등 사고의 위험을 떠안을 필요가 있느냐"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는 만큼 현재 은행과 고객 실명계좌 확인을 통해 거래소를 운영하는 4개 거래소조차 재계약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한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만약 KRX(한국거래소)에서 이런 사고를 내거나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서 이런 사고가 났다면 아마 수십명 옷을 벗어야 할 것이고, 검찰과 경찰이 수사에 나설 것"이라며 "하지만 (가상화폐) 거래소는 시스템에 잠시 장애가 있었지만, 거래가 재개됐다고 퉁 치고 지나가면 만사 오케이인가"라고 비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