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한국·미국·일본 정보기관장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11일 일본을 방문했다.박 원장은 이날 오후 대한항공 편으로 지바(千葉)현 소재 나리타(成田)공항에 도착한 뒤 일본 주재 한국대사관 측이 준비한 차를 타고 공항을 빠져나갔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 내각 출범 후인 지난해 11월에 이어 6개월 만에 다시 일본을 찾은 박 원장은 12일 도쿄에서 애브릴 헤인스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 다키자와 히로아키(瀧澤裕昭) 일본 내각정보관과 함께하는 한미일 3국 정보기관장 회의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3국 정보기관장 회의에선 북한 및 중국 동향을 비롯한 동북아 정세가 깊이 있게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미국 바이든 정부의 새 대북정책에 대해서도 의견 교환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올 1월 출범한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동맹 중시 정책에 따라 한미일 3국 간의 핵심 기관장 회의를 잇따라 개최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회의가 일본에서 마련된 점도 주목된다.
미국은 지난달 2일(이하 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해군사관학교에서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기타무라 시게루(北村滋)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이 참여하는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를 열었다.이어 지난 5일에는 영국 런던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외교·개발장관 회의를 계기로 정의용 외교장관,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상 간의 3국 외교장관 회담을 주최했다.
이런 일련의 흐름 속에서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로 일본에선 처음 열리는 한미일 정보기관장 회의에선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문제 등 3국 간 공통 현안이 집중적으로 논의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진행된 한미일 3국 안보실장, 외교장관 회의 때는 징용 및 위안부 피해자 배상 등 역사 문제를 놓고 대립해온 한일 간의 양자 회담도 진행됐다.
이에 따라 이번에도 박 원장은 일본 정보기관인 내각조사실 수장인 다키자와 내각정보관과 별도로 회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 사람은 바이든 행정부가 새롭게 마련한 대북 정책과 관련한 정보 공유와 협력 방안 등에 관해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측이 지속해서 제기해온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할 가능성도 있다.
스가 내각 출범 후 일본을 연거푸 방문한 한국 정부 최고위급 인사인 박 원장은 이번 방일 기간 집권 자민당 실세인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간사장과도 비공개로 만날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서 한일 양국이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일본군 위안부와 강제징용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박 원장은 지난해 11월 방일 때 스가 총리를 만나 문재인 대통령의 한일관계 정상화 의지 등을 전달한 바 있어 이번에도 스가 총리를 예방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