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번 전화해도 연결안돼" 日노인 백신접종 '예약 대란'

'7월말 고령자 완료' 난항…기업인 부부 '특혜 예약' 논란
"백신도 없고 약도 없고 죽창 들고 싸우라는 것이냐" 비판 광고
일본에서는 고령자에 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으나 곳곳에서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가 '하루 100만회 접종·7월말 고령자 접종 완료'를 내걸었지만 달성은 쉽지 않아 보이며 일본 정부의 방역 정책에 대한 불만이 표출되고 있다.

일본은 10일부터 전국 각 지방자치단체가 65세 이상 고령자에 대한 백신 접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으나 상담이나 예약 등이 순조롭지 않은 상황이다.

11일 도쿄신문에 따르면 예약 사이트 접속이 폭주하면서 시스템이 일시 정지되거나 주민들의 문의가 빗발쳐서 담당 부서가 극도로 바빠지는 상황이 벌어졌다. 가나가와(神奈川)현 요코하마(橫浜)시에서는 전날 예약 사이트를 개시한 지 25분 만에 상한선까지 예약이 들어찼다.

이날 예약 할당량인 2만9천 명 중 절반에 대해서는 전화 예약을 받았으나 온종일 통화가 어려운 상황이 이어졌다.

도쿄도(東京都) 히가시쿠루메(東久留米)시의 한 남성(70)은 예약을 개시한 오전 9시부터 30차례 이상 전화를 했으나 예약이 안 돼 인터넷으로 경로를 바꿔 시도했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은 전했다. 노인들이 30명 이상 시청으로 찾아왔으나 시에서 사람들이 밀집하는 것을 막기 위해 창구에서는 상담만 받고 예약을 받지 않기로 해 방문자들이 다시 한번 불편을 겪었다.
요코하마시 가나가와구의 한 주민(87)은 "200번 정도 걸어도 연결이 안 된다.

너무 심하다"며 "80세 이상 전용 번호를 준비하는 등 배려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도쿄 다치카와(立川)시에서 혼자 사는 한 여성(83)은 스마트폰도 PC도 없고 부탁할 사람도 마땅하지 않아 난감한 상황이다.

그는 예약이 시작된 이달 6일부터 전화를 걸고 있으나 10일까지 연결이 되지 않아 월말에 다시 전화를 걸어볼까 생각하고 있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보건 당국의 준비도 불충분하다.

도쿄도의 기초자치단체 중 3분의 1은 7월 말까지 고령자 접종을 완료한다는 정부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밝혔다고 도쿄신문은 전했다.

앞서 7일 스가 총리는 긴급사태 연장·확대를 결정한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1일 100만 회의 접종을 목표로 해서 7월 말을 염두에 두고 희망하는 모든 고령자에게 2회의 접종을 마치도록 정부로서 온갖 수단을 다해 지자체를 지원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런 가운데 사회 유력 인사에 대한 특혜 예약이 벌어져 공분을 샀다.

NHK에 따르면 약국 체인을 운영하는 스기홀딩스의 회장과 부인이 백신을 빨리 맞게 해달라고 시에 요청해 아이치(愛知)현 니시오(西尾)시가 부시장의 지시에 따라 이들의 백신 접종을 먼저 예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사실이 알려져 불공정하다는 지적이 일자 니시오시는 10일 예약을 취소했으며 부시장은 기자회견에서 "공평성이 결여됐으며 내가 잘못된 판단을 한 것을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도쿄에 본사를 둔 출판사 다카라지마샤(寶島社)는 11일 당국의 코로나19 대응을 신문 2개 면에 걸쳐 비판하는 의견 광고를 아사히신문, 요미우리(讀賣)신문 등에 11일 실었다.

다카라지마샤는 광고에서 "백신도 없다.

약도 없다.

죽창으로 싸우라는 것인가.

이대로라면 정치에 의해 죽임을 당한다"며 "참기 대회는 그만 끝냈으면 좋겠다. (중략) 지금이야말로 분노의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