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한 공권력 저항·노동·반핵인권…더 나은 사회 꿈꾼 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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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원 평전'·'1991, 봄'·'구로, 1989'·'김형률'
5·18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 대변인 등 부당한 공권력 행사에 맞선 사람들, 인간의 존엄성을 외치며 분신한 노동자, 반핵 인권 운동가 등 더 나은 사회를 꿈꾼 이들의 삶을 조명한 책이 잇달아 출간돼 눈길을 끈다. 민주화운동 단체인 '광주전남6월항쟁'의 김상집 이사장은 '윤상원 평전'(동녘)에서 동지인 윤상원 열사의 삶을 담았다.
김 이사장은 광주 참상을 알리기 위한 '투사회보'를 만드는 등 윤 열사와 함께 활동했다고 한다.
노동자 야학인 '들불야학'에서 활동하던 윤 열사는 5·18 때 시민군 대변인으로 계엄군에 맞서 마지막까지 전남도청을 지키다가 1980년 5월 27일 서른 살의 나이로 산화했다. 윤 열사는 '임을 위한 행진곡'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책은 5·18을 "민주화 시위의 도화선 및 문민 정권 수립의 핵심이 된 항쟁으로, 광주 등 전남 전 지역의 무기고를 열어 군부 쿠데타에 항거한 민중 무장봉기"로 정의한다.
또 윤 열사의 삶을 통해 5·18의 전체 모습과 뿌리를 살피자고 제안한다. 김 이사장은 윤 열사가 계엄군이 도청 진압 작전을 개시하기 하루 전 외신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오늘 패배하지만, 내일의 역사는 우리를 승리자로 만들 것이다"라고 말한 때를 회상한다.
저자는 "임박한 죽음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부드러움과 상냥함을 잃지 않는 눈길은 너무나 인상적이었다"고 말한다.
저자는 시민군이 군부만이 아니라 투항파와도 싸워야 했다고 말한다. 동지들과 연락이 닿지 않던 며칠간 시민군을 이끌었던 윤 열사는 한순간도 총기를 회수하고 투항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이끌리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2018년 10월 다큐멘터리 '1991, 봄'을 연출·제작한 권경원 감독은 '1991, 봄'(너머북스)에서 국가 폭력 앞에 몸을 던져 저항한 젊은이들과 그 후 30년간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이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 다큐멘터리는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 동료 김기설 씨가 1991년 5월 노태우 정권 퇴진을 요구하며 분신했을 때 유서를 대신 쓰고 자살을 방조했다고 지목돼 억울한 옥살이를 한 강기훈(57) 씨의 삶을 그린다.
권 감독은 '한국판 드레퓌스 사건'으로 불리는 유서 대필 사건을 중심으로 1987~1991년 사이의 일들을 복기하고 1991년 이후 목숨을 던져 불의를 고발한 이들을 수년간 취재하며 기록한 내용을 책으로 펴냈다.
정준희 한양대 정보사회미디어학과 겸임교수와 유서 대필 사건 재심을 맡았던 송상교 변호사도 글을 보탰다.
책은 1991년 4월 학원 자주화와 노태우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거리 시위에 나섰다가 경찰의 폭력 진압으로 숨진 명지대생 강경대 씨와 같은 해 5월 시위 도중 같은 이유로 숨진 성균관대생 김귀정 씨 등의 사례도 소개한다.
권 감독은 "1991년 그해 거리에 모였던 사람들의 마음의 뿌리는 폭력으로부터 안전하지 못한 현실에 대한 경악이었고, 그 폭력에 희생당한 억울한 죽음에 대한 분노와 애도였다"며 "전투 경찰을 앞세운 공권력은 애도의 행렬들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흩어 놓았다"고 주장한다. 소설가이자 평전 작가인 안재성은 "구로, 1989'(삶창)에서 1989년 5월 구로공단에 위치한 서광에서 노동조합 쟁의부장으로 일하다 스물넷의 나이에 분신한 청년 노동자 김종수의 삶을 평전 형태로 정리했다.
저자는 김종수의 분신이 회사와의 구두 합의가 번복된 데 대한 항의라거나 노조 내 반대를 무릅쓰고 파업을 강행한 책임자로서 노조원의 이탈과 불만을 견디지 못한 충동적인 선택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여러 정황과 증언을 볼 때 김종수가 스스로 노동 운동에 뛰어들 때부터 분신을 생각했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책은 사회생활을 하며 겪은 자본의 논리가 김종수의 삶 전체를 관통했고, 그가 평화시장과 구로공단 등에서 일하며 인간에 대한 존중이 사라진 노동 조건을 접하며 세상을 바꿔야 한다는 절실함을 갖게 됐을 거라고 말한다. 2003년 제21회 전태일문학상 수상자인 시인 겸 소설가 김옥숙은 '김형률'(도토리숲)에서 원자폭탄 피해자 2세이자 반핵 인권 운동가 김형률의 삶에 관해 이야기한다.
김형률은 일본에서 원폭 피해를 본 어머니의 영향으로 태어날 때부터 면역 체계가 망가진 선천성 면역글로불린 결핍증을 앓았다.
2002년 국내 원폭 2세 환우 존재를 알리고 한국 원폭 2세 환우회를 결성하는 등 활동을 하다가 2005년 서른다섯의 나이로 숨졌다.
저자는 "김형률의 아버지 및 김형률과 뜻을 함께한 사람들이 지금도 원폭 피해자와 원폭 2세 환우의 인권, 핵 없는 세상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며 "전태일이 1970년 노동자 인권을 위해 분신한 뒤로도 우리 사회와 주변에는 수많은 전태일이 있었다. 김형률은 우리가 기억해야 할 또 다른 전태일"이라고 말한다. /연합뉴스
5·18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 대변인 등 부당한 공권력 행사에 맞선 사람들, 인간의 존엄성을 외치며 분신한 노동자, 반핵 인권 운동가 등 더 나은 사회를 꿈꾼 이들의 삶을 조명한 책이 잇달아 출간돼 눈길을 끈다. 민주화운동 단체인 '광주전남6월항쟁'의 김상집 이사장은 '윤상원 평전'(동녘)에서 동지인 윤상원 열사의 삶을 담았다.
김 이사장은 광주 참상을 알리기 위한 '투사회보'를 만드는 등 윤 열사와 함께 활동했다고 한다.
노동자 야학인 '들불야학'에서 활동하던 윤 열사는 5·18 때 시민군 대변인으로 계엄군에 맞서 마지막까지 전남도청을 지키다가 1980년 5월 27일 서른 살의 나이로 산화했다. 윤 열사는 '임을 위한 행진곡'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책은 5·18을 "민주화 시위의 도화선 및 문민 정권 수립의 핵심이 된 항쟁으로, 광주 등 전남 전 지역의 무기고를 열어 군부 쿠데타에 항거한 민중 무장봉기"로 정의한다.
또 윤 열사의 삶을 통해 5·18의 전체 모습과 뿌리를 살피자고 제안한다. 김 이사장은 윤 열사가 계엄군이 도청 진압 작전을 개시하기 하루 전 외신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오늘 패배하지만, 내일의 역사는 우리를 승리자로 만들 것이다"라고 말한 때를 회상한다.
저자는 "임박한 죽음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부드러움과 상냥함을 잃지 않는 눈길은 너무나 인상적이었다"고 말한다.
저자는 시민군이 군부만이 아니라 투항파와도 싸워야 했다고 말한다. 동지들과 연락이 닿지 않던 며칠간 시민군을 이끌었던 윤 열사는 한순간도 총기를 회수하고 투항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이끌리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2018년 10월 다큐멘터리 '1991, 봄'을 연출·제작한 권경원 감독은 '1991, 봄'(너머북스)에서 국가 폭력 앞에 몸을 던져 저항한 젊은이들과 그 후 30년간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이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 다큐멘터리는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 동료 김기설 씨가 1991년 5월 노태우 정권 퇴진을 요구하며 분신했을 때 유서를 대신 쓰고 자살을 방조했다고 지목돼 억울한 옥살이를 한 강기훈(57) 씨의 삶을 그린다.
권 감독은 '한국판 드레퓌스 사건'으로 불리는 유서 대필 사건을 중심으로 1987~1991년 사이의 일들을 복기하고 1991년 이후 목숨을 던져 불의를 고발한 이들을 수년간 취재하며 기록한 내용을 책으로 펴냈다.
정준희 한양대 정보사회미디어학과 겸임교수와 유서 대필 사건 재심을 맡았던 송상교 변호사도 글을 보탰다.
책은 1991년 4월 학원 자주화와 노태우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거리 시위에 나섰다가 경찰의 폭력 진압으로 숨진 명지대생 강경대 씨와 같은 해 5월 시위 도중 같은 이유로 숨진 성균관대생 김귀정 씨 등의 사례도 소개한다.
권 감독은 "1991년 그해 거리에 모였던 사람들의 마음의 뿌리는 폭력으로부터 안전하지 못한 현실에 대한 경악이었고, 그 폭력에 희생당한 억울한 죽음에 대한 분노와 애도였다"며 "전투 경찰을 앞세운 공권력은 애도의 행렬들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흩어 놓았다"고 주장한다. 소설가이자 평전 작가인 안재성은 "구로, 1989'(삶창)에서 1989년 5월 구로공단에 위치한 서광에서 노동조합 쟁의부장으로 일하다 스물넷의 나이에 분신한 청년 노동자 김종수의 삶을 평전 형태로 정리했다.
저자는 김종수의 분신이 회사와의 구두 합의가 번복된 데 대한 항의라거나 노조 내 반대를 무릅쓰고 파업을 강행한 책임자로서 노조원의 이탈과 불만을 견디지 못한 충동적인 선택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여러 정황과 증언을 볼 때 김종수가 스스로 노동 운동에 뛰어들 때부터 분신을 생각했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책은 사회생활을 하며 겪은 자본의 논리가 김종수의 삶 전체를 관통했고, 그가 평화시장과 구로공단 등에서 일하며 인간에 대한 존중이 사라진 노동 조건을 접하며 세상을 바꿔야 한다는 절실함을 갖게 됐을 거라고 말한다. 2003년 제21회 전태일문학상 수상자인 시인 겸 소설가 김옥숙은 '김형률'(도토리숲)에서 원자폭탄 피해자 2세이자 반핵 인권 운동가 김형률의 삶에 관해 이야기한다.
김형률은 일본에서 원폭 피해를 본 어머니의 영향으로 태어날 때부터 면역 체계가 망가진 선천성 면역글로불린 결핍증을 앓았다.
2002년 국내 원폭 2세 환우 존재를 알리고 한국 원폭 2세 환우회를 결성하는 등 활동을 하다가 2005년 서른다섯의 나이로 숨졌다.
저자는 "김형률의 아버지 및 김형률과 뜻을 함께한 사람들이 지금도 원폭 피해자와 원폭 2세 환우의 인권, 핵 없는 세상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며 "전태일이 1970년 노동자 인권을 위해 분신한 뒤로도 우리 사회와 주변에는 수많은 전태일이 있었다. 김형률은 우리가 기억해야 할 또 다른 전태일"이라고 말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