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형 KAIST 총장 "코딩만 가르쳐도 청년실업 개선될 것"

교육부·과학창의재단 포럼 강연
AI시대 대비한 수학교육 뒤져
"수학·과학은 국가 생존의 문제
미래는 AI 연구 능력에 달려"
“두뇌에 칩을 심는 뉴럴링크 개발, 재활용 로켓을 이용한 우주선 발사 등을 시도해 세계의 혁신을 쥐고 흔드는 일론 머스크와 같은 사람이 미래에도 세계를 지배할 겁니다. 우리도 ‘일론 머스크’가 나오도록 학생들을 길러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집무실에 TV도, 세계지도도 거꾸로 달아놓은 ‘괴짜 총장’이 미래교육을 말하는 자리에서 미국 실리콘밸리의 또 다른 괴짜를 소환했다. 이광형 KAIST 총장(사진)은 11일 서울 영등포구 전국경제인연합회 회관에서 교육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연 ‘과학·수학·정보 교육정책 발전을 위한 포럼’에서 세상을 바꾸는 괴짜를 기르는 교육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이 총장은 인공지능(AI)의 중요성부터 역설했다. 그는 “21세기는 AI가 모든 것을 바꾸는 세상”이라며 “이를 개발하고 관리할 수 있는 사람이 세상의 주인공이 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미국 전기전자학회 산하 AI학회의 한국분과 의장을 지내는 등 이 분야에서 왕성한 활동을 해왔다.

이 총장은 평소 자신의 집무실에 10년 후인 2031년 달력을 걸어두고 있다. 미래를 한 발 앞서 생각하겠다는 의도다. 이 자리에서도 “우리 교육이 AI와 함께하는 미래를 보지 못해 실업자만 양산하고 있다”며 “상상력을 펼쳐 2021년이 아니라 2040년에 맞춘 교육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교육체계 구조가 사회 변화, 직업 수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청년실업이 심각한데 코딩만 가르쳐도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정부는 코딩을 가르치는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고, 나아가 교육과정 개편을 통해 20년 뒤 우리 아이들이 먹고살 수 있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총장은 “코딩을 배우는 것은 기계의 사고방식을 배우는 것”이라며 “AI, 기계와 같이 사는 세상이 올 텐데 코딩교육을 받지 못한 학생이 많다”고 우려했다.이 총장은 “수학교육 학습량이 매우 부족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8년 기준 한국 중학교 3학년의 1년간 수학 수업 시간은 평균 93.5시간이다.

반면 OECD 회원국 중학교 3학년 평균은 110.3시간이다. 이 차이는 학년이 낮아질수록 커져 한국 초등학교 1학년의 연평균 수학 수업 시간은 85.3시간, OECD 회원국은 141.8시간이다. 이 총장은 “학생들이 수학 공부를 많이 한다고 하지만 OECD 평균보다 적게 하고 있다”며 “학생들이 대입에 유리한 과목만 선택해 배우면서 AI 핵심인 미적분도 모르고 수학 전공생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총장은 “수학·과학·정보 교육의 기초가 제대로 닦이지 않으면 AI 분야에서 국가의 주도권을 상실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AI 연구와 개발을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기초수학·과학교육에 달려 있다”며 “국가의 자주성이 달린 문제”라고 했다.

김남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