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한국 펜과 국민 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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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재 < 국제PEN한국본부 이사장 orumplus@hanmail.net >나는 지난달 1일부터 국제PEN한국본부 제36대 이사장으로 새 업무를 시작했다. 희망PEN, 한글문학 세계 도약의 발판을 굳게 다진다는 의지를 힘껏 표방했다. 그런데 참 안타까운 의문들이 내 몸에 직접 달라붙어 때아닌 땀을 흘리기도 했다. 펜이냐 팬이냐, 펜이 무슨 단체냐, 펜클럽이 본명 아니냐, 연예계와 관련이 있는 것이냐, 국제적으로 노는 거냐, 월급도 많겠다, 회관은 어디 있느냐, 상대하는 사람 많으니 건강 조심해야겠다 등의 내용이었다.
펜클럽이 본명인 것은 맞다. 클럽은 취미, 오락, 운동경기, 정치, 종교, 교육활동, 연구활동 등 공통의 관심사나 목표를 가지고 정보를 나누면서 함께 즐기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우리의 동호회나 동아리, 일본식 음역의 구락부(俱樂部) 등이 같은 영역의 개념으로 일컬어진다. 그런데 나이트클럽, 골프클럽, 라이브클럽, 갤럭시클럽, 뮤직클럽, 청춘구락부 등을 쉽게 연상하면서도 펜클럽은 쉽게 와 닿지 않는 별다른 사람들의 모임이거나, 아니면 화려한 연예인클럽으로 연상하는지, 모를 일이었다.PEN은 시인과 극작가(poets, playwrights), 수필가와 편집자(essayists, editors), 소설가(novelists)의 머리글자를 딴 국제적인 문인단체이며 1921년 영국에서 창설됐다. 올해 100주년을 맞이했으며 코로나 문제로 인해 내년에 스웨덴에서 기념행사를 열 계획이다. 현재 145개국 154개 센터가 활동하고 있고 우리 한국본부에는 3900여 명의 회원이 있다. 회원 자격은 등단 5년 이상이며 전공 장르 저서가 있어야 한다. 이사장은 부이사장 5명을 러닝메이트로 하여 입후보하고 전체 우편투표로 당선자를 결정한다. 임기는 4년 단임이다. 한국펜은 1954년 창설돼 2024년에 70주년을 맞이한다.
팬(Fan)은 열광적으로 좋아하는 사람이다. 좋아하는 사람이나 분야가 한정된 것은 아니지만 운동경기나 선수, 연극, 영화, 배우 또는 음악, 가수 등이 주된 대상이 되고 있다. 팬들이 모인 집단을 팬클럽(fan club)이라고 하는데 세이클럽, 북클럽, 피자클럽, 캠핑클럽, 쿠팡 팬클럽 등 영역이 폭넓게 확대되고 있는 형세다.
유음이의어(類音異義語)인 ㅔ와 ㅐ의 모음에서 오는 비슷한 발음의 혼동과 클럽의 의미가 전하는 왜곡 현상 등을 고려해 본래의 우리 펜클럽(PEN club)도 국제펜한국본부(International PEN Korea Center)로 개명하게 된 것이다.
이제는 우리 한국 펜(PEN)이 더 열렬한 국민 팬(Fan)을 확보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적극적인 관심과 성원을 촉구해본다. 한국 펜과 국민 팬은 ‘펜의 팬’이라는 가장 아름다운 소리로 어울려 실질적인 가치 창출을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