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원 없이 수율로 수익성 짜낸 韓 반도체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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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매출총이익률 36.8%삼성전자 등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수익성은 경쟁국과 대등한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상대적으로 무거운 법인세 부담에도 기술력과 높은 수율(전체 생산품에서 양품 비율)을 통해 불리한 경쟁 조건을 극복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만·中보다 1~8%P 높아
삼성 수율, 세계최고 수준
11일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반도체 기업(S&P캐피털IQ 반도체 업종 소속)의 총이익에서 법인세지출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10.8%를 기록했다. 이는 대만(8.4%), 중국(5.1%), 미국(3.7%) 등 경쟁국 대비 높은 수준이다. 2018~2019년에도 한국 기업들의 법인세 비중은 각각 16.3%, 9.8%로 경쟁국보다 최대 5~15%포인트 높았다.이는 무엇보다 한국의 법인세율(최고 25%)이 미국(21%) 대만(20%)보다 높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시설투자 등에 대한 세제 지원은 초라한 수준이다. 시설투자세액 공제가 대표적이다.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르면 대기업의 시설투자세액 공제는 기본 1%다. 올해부터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지능형 마이크로 센서 등 ‘신성장기술 분야’ 시설 투자에 대해 공제율을 3%로 올렸지만 미국, 유럽연합(EU)에 비해선 ‘새 발의 피’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과중한 세금, 기업 규제 법안 등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한국 반도체 기업의 수익성은 경쟁국 대비 높은 수준으로 평가된다. 매출에서 총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을 뜻하는 ‘매출총이익률’을 놓고 보면 지난해 한국 기업은 36.8%를 기록했다. 이는 미국(53.0%)보다 낮지만 대만(35.5%), 일본(35.1%), 중국(28.5%)보다 높다.
업계에선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치열한 기술 개발과 세계 최고 수준의 공정관리 능력을 바탕으로 수율을 높여 30%대 이익률을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삼성전자는 연간 낸드플래시 가격이 9.4% 떨어진 2019년 불황기에도 세계 메모리 업체 중 유일하게 낸드 사업에서 적자를 피했다. 경쟁사 대비 5~10%포인트 높은 수율을 바탕으로 수익성을 끌어올린 영향으로 분석된다.
일각에서 이 같은 ‘초격차’가 언제까지 유지될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만과 중국 기업들이 수익성을 높이며 한국 기업들을 추격하고 있어서다. 대만 기업들의 지난해 평균 순이익률은 반도체 슈퍼호황기로 불린 2018년보다 3.2%포인트 올랐고, 중국 역시 2018년 22.6%에서 2020년 28.5%로 5.9%포인트 상승했다.
황정수 기자